“학교 안에 의료협동조합 만들자”...협동조합 설계 나선 대학생들
“학교 안에 의료협동조합 만들자”...협동조합 설계 나선 대학생들
  • 김선기 주재 기자
  • 승인 2018.12.17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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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원주캠 협동조합 수강학생, 현실+미래 고려한 협동조합 설계
작가와 출판업에 종사하고픈 이들이 함께 하는 다중이해관계자 모델도 제시
학교측 “협동조합 교육 지속 유지·발전, 학교 내 협동조합 현장 만드는 것도 적극 검토”

대학 정규 수업으로 협동조합을 배운 학생들은 어떤 협동조합을 상상할까?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인문과학부와 경영학부, 보건행정학과 17·18학번 학생 13명은 지난 한 학기 ‘원주 사회적기업에서 배우는 협동과 연대’를 주제로 협동조합을 배웠다. 계획한 모든 과정을 끝내고 19일 기말고사만 남겨 놓은 상태다.

2018년 2학기 김기섭 박사(뒷줄 왼쪽)로부터 협동조합을 배운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인문과학부와 경영학부, 보건행정학과 17·18학번 학생들.
2018년 2학기 김기섭 박사(뒷줄 왼쪽)로부터 협동조합을 배운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인문과학부와 경영학부, 보건행정학과 17·18학번 학생들.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역사, 조직과 사업, 현황 등을 배우고 영역을 넓혀 ‘사회적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진행했다. 협동조합 현장 탐방과 원주지역 협동조합 운동 역사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이러한 배움과 활동의 결과물로 외화된 것이 협동조합 모의 설립 실습이다. 13명의 학생이 2개조로 나눠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학생 신분에서 이들은 어떤 협동조합을 상상했을까? 

“아파도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상비약뿐”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호수를 품고 있는 빼어난 전경을 자랑한다. 이는 생활편의를 쉽게 도모할 수 있는 원주 중심가와는 다소 멀다는 것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아팠을 때 편히 진료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와 필요가 협동조합으로 설계됐다. 한 학기 1인 2만2천 원씩 내는 건강공제회비와 별도 회비로 운영되는 학교 보건소가 있으나, 학교 사정상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을 구매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조별 발표에 나선 보건행정학과 17학번 이원재 학생은 “학교가 있는 흥업면에는 의원 2곳과 보건지소가 있지만 이 조차도 버스나 택시로 오가기는 학생들에게 부담”이라며 “아파서 의원을 찾은 경험이 있었는데, 학교 가기 싫어서 진료기록을 받으러 온 학생처럼, 내가 원하는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4천500여 명이 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교수와 직원을 모으면 충분히 의료협동조합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 사업으로 의료 서비스 제공을 설정하고, 학생 복리후생 차원에서 위생용품 공동구매 사업도 계획했다. 사업 경험이 없어 수입과 지출에 대한 예측과 위험요소 등은 정밀하게 체크하지 못했지만 현실에서 필요하고 실현가능한 모델이라고 자평했다.

한 학기 수업을 진행한 김기섭 박사(두레생협 전 상무)는 “현대사회에서 필요를 조직해 의료 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협동조합은 그리 많지 않다.”며 “서비스 제공 자체만으로 사람을 조직하기 쉽지 않기에 아프지 않게 하는 활동도 주 사업에 포함하는 등 구성원의 다양한 필요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명작가와 출판업에 종사하고픈 이들이 만드는 협동조합”

가상 협동조합 명칭을 ‘생명의 뜰 협동조합’이라고 정한 한 발표 조는, 창의적인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저변확대가 안 돼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과 출판업에 종사하고픈 이들이 함께 하는 다중 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을 설계했다.

공간대여 사업까지 가능한 곳을 물색해 독립책방을 운영하고, 이 공간을 활용해 글쓰기와 편집은 물론 주민 누구나 책과 친해 질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행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공모전을 통해 특색 있는 글을 쓰는 작가를 발굴하고, 전자책방도 개설해 온라인 접근도 쉽게 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문과학부 18학번 조수민 학생은 “다양한 인문학의 비중이 낮아지고, 베스트셀러와 권장도서 위주로 관심이 형성되는 것에서 벗어나, 독특한 작품 활동을 하는 이들의 길을 열어주고 함께 하고픈 생각에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위한 수입과 지출 계획, 이에 따른 출자금이나 사업자금 조성 계획 등을 손대지 못한 설계가 아쉬운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박사는 “협동조합 사업이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면서 이루고 싶은 것을 이뤄가는 과정”이라며 “시작 단계에서는 작은 하나라도 집중해 성공하는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배움과 현장이 함께하도록 하겠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규 과정에 협동조합이 개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ACE+)에 선정돼 사제동행 멘토링 교육 모델(SLI) 구축의 하나로 개설됐다. 

과목개발을 담당한 역사문화학과 이인재 교수는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관련 강좌를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킬 계획”이라며 “다음 학기 경영학부 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적 경제 동아리 학생들이 수강할 예정인데, 더 나아가 학생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대학 내 현장을 만드는 것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국제관계학과 김형종 교수의 지도로 과 학생 5명이 ‘세계시민교육센터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자 창립총회를 마치고, 교육부에 인가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만 존재했던 대학에 학생들의 현실 필요와 미래 일자리, 새로운 길을 담보하는 협동조합 배움과 현장이 생겨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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