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고 했지만, 책이 없어질 때가 가장 속상하죠.” 

‘돗자리 도서관’을 운영하는 소셜벤처 히든북 박혜원 대표의 토로다. 시민들이 어디서든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야외 공간에 책을 펼쳐놓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지만, 행사를 마치고 나면 몇 권씩 사라지곤 한다. 아이들의 필독서나 베스트셀러, 신간 등이 단골 분실품이다.

책을 찢거나 던지고 구기는 등 함부로 대하는 이용자도 더러 있다. “그러지 말라”고 요청하면 “이거 나라 거 아니에요?”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고. 박 대표는 “시민들이 공공자산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모습을 볼 때 무척 씁쓸하다”고 말했다. 

‘나라 거’라면 ‘공공재’라면, 마음대로 가져가고 아무렇게나 다뤄도 괜찮은 걸까. 정답은 당연히 안 괜찮다. 그런데도 공공재산 사유화의 현장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발생한다.

도서관 책을 빌렸을 때 밑줄이 그어져 있거나 문제의 정답이 적힌 경우를 여러 번 봤다. 서울시가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지난 7~9월 안전모 무료 대여 서비스를 시범운영한 결과, 3643개 중 686개(18.8%)가 분실됐다. 지난달 SK텔레콤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몇 대학에 텀블러 5000개 무료 대여 캠페인을 벌였는데, 불과 열흘 만에 500여개가 사라졌다.

경제이론 ‘공유지의 비극’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마을의 초지를 공유하던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너무 많은 소를 풀어놓은 결과, 초지는 황폐화하고 소들은 굶어죽게 돼 공동체 전체에 손실을 안긴다는 은유를 담았다.

개인의 이기심을 앞세우느라 공공재를 함부로 대한다면 우리에겐 어떤 비극이 일어날까.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에서 찾을 수 없거나, 국가나 기업에서 시민들을 위해 내놓는 공공물품과 서비스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더욱이 집, 차, 옷 등 유형의 대상부터 지식, 경험 등 무형의 자산까지 타인과 나눠쓰는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공공재?공유재에 대한 시민예절과 시민의식은 더욱 요구되고 있다. ‘무턱대고 욕심을 부리다 함께 망한다’는 공유지의 비극 이론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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