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톡톡 설명회 참가자와 조합원들의 모습

“우리 함께 친해지기 위해서 서로에게 인사해볼까요? 안녕하세요~, 센베노~, 니하오~, 꾸무스타~” 영등포구 내 한 회의실 안에서 한국어, 몽골어, 중국어, 필리핀어 등 다양한 민족의 언어로 인사말이 오고 갔다.

지난 11월 10일, 예정된 시간인 오전 10시 정각이었지만 빈자리가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까 회의실 안은 초조함이 맴돌았다. 15분 남짓이 흐르고, 걱정과는 다르게 빈자리는 어느새 꽉 채워졌다. 발표를 준비한 협동조합 ‘모두톡톡’의 류리리 이사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었다.

이날 모임은 모두톡톡에 대한 외국 이주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영등포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린 설명회다. 행사는 협동조합의 활동내용과 조합원 가입방법의 설명으로 이어졌다.

“모두톡톡은 통역과 번역을 모두 할 수 있는 해외 이주민 통·번역사들이 모여 활동하는 곳입니다. 모두톡톡은 Talk Talk을 한글로 적은 것으로, 다양한 언어를 바탕으로 모든 이야기를 편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류 이사가 협동조합 이름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어는 기본적으로 잘하는 이주민들과 통역이나 번역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왔다고 밝힌 류 이사는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나 유창한 한국어로 막힘없이 모두톡톡을 소개했다. 모두톡톡에 가입하면 다문화센터 강사, 한국역사를 배우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개해주는 문화해설사로 활동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관광, 경찰/검찰 외국인 사건 지원, 비즈니스 서류 번역 등도 할 수 있다.

“우리 협동조합에서는 최초로 안전교육 통역사라는 특화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안전교육 통역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 통역을 말하는 것으로 SK건설, GS건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류 이사는 이어 “안전보건공단, 영등포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함께 공조하여 거래처를 확보하는 등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어에는 “잘한다”라는 말이 있죠? 그런데 만약 “자알한다”라고 말했다면 본래의 뜻이 아니라 비꼬는 말이 됩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 차이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어, 캄보디아 언어에는 모두 고유의 느낌이 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모국의 문화를 알기 때문에 이 차이를 구분하여 느낌까지 번역할 수 있습니다.”

류 이사는 모두톡톡의 장점에 대해 한국인 번역가보다도 자연스러운 번역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조합원이 되면 1인 1표를 가지게 되어 나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수익을 챙길 수 있지만, 적자가 나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조합에 대해 생소한 이주민들에게 조합이 무엇이고 조합원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간단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모두톡톡의 조합원이 되지 않더라도 회원으로 함께 할 수 있다. 매월 신청할 수 있는 일거리가 모두에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출자금도 내고 적자도 함께 감당하기 때문에 신청 우선권이 부여된다.

1시간가량의 발표 후 개개인이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출자금이 무엇인지,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나중에 조합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스리랑카인, 몽골인, 일본인 등 국적은 다양했지만 한국어를 매개체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외국 이주민 여성 5人이 직접 말하는 협동조합 모두톡톡
“자연스러운 번역 가능 자신…엄마역할도 포기하지 않고 한국 사회 당당 적응할 터”

 

이주여성으로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는 조합원들 (좌측부터 김은진 이사, 연유진 이사, 류리리 이사)

 

모두톡톡에는 허령 이사장(중국)을 주축으로 강다희 감사(중국), 연유진 이사(캄보디아), 김은진 이사(캄보디아), 류리리 이사(중국) 총 5명의 조합원이 있다. 이들은 모두 10년 이상 한국에 거주한 베테랑 통역가이자 번역가들이다. 그리고 조합원 모두 여성이다.

설명회의 참가자들도 모두 여성이었다. 허 이사장은 “직장생활을 하는 남성들과는 다르게 가정에서 아이를 키워야하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통·번역을 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남성도 당연히 조합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저는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이 되었고, 한 무역회사에서 비즈니스 통역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었죠.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던 분들이 오늘 많이 찾아주셔서 조합원 수도 훨씬 많아질 거예요.” 강 감사가 지난 설명회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정의 아이까지 돌보기란 힘들었습니다. 한국은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관심을 쏟아야하니까요. 회사에 다니면서 시간 조율을 할 수 없었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는 번역가들도 꾸준한 일거리가 없어 어려워했습니다.” 연 이사가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자, 조합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찾은 게 협동조합이었어요. 함께 일거리를 찾고 수익과 어려움을 나누며, 일과 가정을 모두 잡기 위해서요.” 허 이사장이 말하는 모두톡톡의 시작이다.

허 이사장은 “조합을 허가 받기 위해 준비해야하는 서류들을 작성하고, 조합의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배우고,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알아야할 법률도 하나하나 찾아보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그동안의 고생과 노력이 떠오르는 듯 조합원들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처음 통·번역 협동조합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때는 20명 상당의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하지만, 집안 살림까지 하면서 조합을 만들기에는 너무나 벅찼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지쳐 하나 둘 포기하고 흩어졌습니다. 지금의 5명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준 결과, 올해 9월 협동조합을 출범시켰죠.”

이주 여성끼리 뭉친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허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가치에 대해 배우면서 모두톡톡이 나아가야할 지향점이 확고해졌다”며 자조, 자립, 자치를 근간으로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

모두톡톡 설립의 뒤에는 영등포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의 도움이 컸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이슬아 매니저도 “모두톡톡은 조합원들과 영등포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가 함께 원활히 협력해 탄생한 모범사례”라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협동조합”이라고 평가했다

영등포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정혜림 매니저는 “조합을 만든다는 건 모두의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결국은 조합원분들이 해낸 거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지금처럼만 해주신다면 당당한 여성으로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조합원들은 “정 매니저님은 행정업무는 기본이고 한국 생활을 하면서 모르는 것들을 하나하나 알려주시는 엄마 같은 존재였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자신감이 떨어진 경우가 많아요. 저조차 주눅들 때도 있었습니다. 상담하러 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은 제 옷차림과 직장생활은 하는지부터 물어보거든요. 하지만 이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연 이사이니까요. 멋지게 변한 제 모습에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연 이사는 조합원이 되면서 자신감과 되찾을 수 있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류 이사는 “외국 이주민들 모두 내 일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엄마의 역할도 하면서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합원들은 다문화 가족에게 취업정보와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한울타리(서울시 다문화 가족 소통기관)와 프리랜서 번역 세미나 등에 참여하면서 모두톡톡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허 이사장은 “번역을 할 때 조합원마다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며 “분야별 용어집을 정리해 공용어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번역 시 담당할 국가별로 스터디를 만들어서 언어구사 능력과 통역능력도 강화할 것이며, 다문화 교육 봉사활동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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