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함께 준비해요!”…‘은평공리’의 궁리는 진행형
“협동조합, 함께 준비해요!”…‘은평공리’의 궁리는 진행형
  • 최범준 청년기자(6기), 양승희 기자
  • 승인 2018.12.2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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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동욱 은형공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공부모임→진로체험→협동조합”

'일단' 시작, 결과는 '의도한' 대로다. 

1년 간 공부모임, 그러다 체험활동, 그러다 협동조합.

은평공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은평공리)은 공부모임에서 출발했다. 1년간 공부모임을 진행했고, 현재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사무실은 녹번동 은평 상상허브. 큰 의미는 없다. 자유로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제 활동반경을 특정 지역으로 국한하지 않아서다. 상상허브와 혁신파크, 은평 내 맛집, 카페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인다. 혁신파크 50플러스 1층 모두의 카페에서 은평공리 변동욱 이사장을 만났다.

은평공리 변동욱 이사장.
변동욱 은평공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사진=최범준 청년기자

- 은평공리는 공부모임에서 시작했다는데 무엇을 하는 협동조합인가?

건설 분야 IT업무를 20년 동안 했다. 오래 일하다 보니 업계에서 한 발 물러서는 시기가 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사회적경제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관련 워크숍, 포럼 등을 1년 정도 다녔다. 이 때 만난 사람들이 모여서 1년 간 ‘공부모임’을 지속했다. 1년 간 서로 많이 배우고, 고민했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된 듯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 ‘언제까지 활동 후 협동조합 설립’이라고 기한을 정하진 않았고 그냥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은평공리는 은평에서 ‘공감을 새로 해보자’, ‘공간을 다루자’, ‘가치 있는 걸 나누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협동조합 전에 이루어지는 ‘확산’과 이미 있는 협동조합과 진행하는 ‘활성화’를 키워드로 활동한다. ‘확산’은 컨설팅을 통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돕는 과정이고, ‘활성화’는 기존 협동조합과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협동조합을 홍보하는 과정이다. 

- 처음 공부모임을 만든 계기가 궁금하다.

세미나나 워크숍 등 관련 행사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이야기를 해보면 저마다 관심분야가 조금씩 다른데, 예를 들면 A는 마을기업, B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싶어 하는 식이다. 자주 만나다 보니 문제점이 하나 보였다. 마을기업을 생각하시는 분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게 적합할 듯 하고, 사회적기업을 생각하시는 분은 협동조합이 더 맞을 듯한 경우들이 있었다. 자기 생각과 옆에서 보는 모습에서 차이가 보였다.
 
지원센터에서 설립 준비를 도우며 자주 하는 말 하나가 ‘준비가 덜 돼 왔다’다. 하지만 지원 받기 위해 나름 준비해서 찾아왔는데 ‘준비가 안 됐으니 돌아가세요’ 하면서 보낼 수는 없지 않나. 지원센터를 찾기 전에 조직 형태나, 사업 아이디어 등을 더 고민한다면, 설립과정과 설립 후 모두 편할 수 있다고 봤다.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면서 저마다 조합을 운영 중인 이사장을 서른 명 가까이 만났다. 다들 공통적으로 하는 말 하나가 ‘서두르지 마라, 천천히 해라, 차근차근해라’였다. 어떤 분야든지 똑같이 말하더라. 가만히 생각해보면 은평공리가 그간 해온 활동이 조언들에 부합한다.

- 공부모임을 계속하는 듯 한데, 어떻게 진행하나.

가능한 일주일에 한번은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고 있다. 내부 워크숍을 열기도 하고, 외부 행사에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외부 행사는 조합원이 함께 갈 때도 있고, 각자 관심분야에 참여했다가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은평공리 블로그에 활동내용을 쌓아오고 있다. 공모사업이나 공모전에 나가기 위해 조합원들이 함께 하기도 하고, 혼자 출품할 경우 공모전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함께 하니까 아이디어도 더 발전시킬 수 있고, 덕분에 공모전 당선도 몇 차례 됐다.

은평공리 내부 워크숍, 조합원들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은평공리 내부 워크숍, 조합원들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최범준 청년기자.

- 인원 구성은 어떻게 되나.

현재 여섯 명이서 활동하고 있다. 50+세대 셋, 50+근접한 한명, 젊은 청년 둘 이렇게 있다. 청년과 중년이 섞여 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알 수 없었던 일들과 관점을 많이 배우고 있다. 청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은평공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조합원 간 나이 차이가 있는 편이다.

재밌다. 중, 장년층들은 젊은 세대가 궁금한데 이를 채울 수 있고, 젊은 세대는 중, 장년층의 연륜과 경험을 배울 수 있다. 서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책에서 지나가듯 봤던 내용을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 중장년층은 말보다 글을 진지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층은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글 쓰는 게 일상인 세대다. 그러다보니 중장년층 보다는 글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쓰기가 익숙하다. 대신 얼굴 마주보고 얘기하는 걸 어려워하더라. 청년들이 얼굴 마주보고 얘기하는 게 중장년들이 글로 쓰는 것만큼 진지할 수 있다는 걸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청년들이 메신저에서 가볍게 쓴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일도 종종 있었다. 청년들과 함께 하면서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 사회적협동조합 인증을 받은 걸로 들었다. 인증 후에 후에는 어떤 사업을 펼칠 계획인가.

포럼이나 워크숍을 공식적으로 열고 활동을 키워나갈 생각이다. 포럼은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워크숍은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이 모이고 논의하는 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협동조합을 만들 계획인 분들이 워크숍이나 포럼을 통해 아이디어나 조직을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가장 논의가 많이 된 분야는 ‘진로체험’이다. 워크숍을 진행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있다. 지금은 주로 50플러스와 관련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 시니어 세대들 중에 역량은 풍부한데 한 회사에서 평생을 일 하다 보니 작은회사나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더라. 시니어들과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진로’라는 게 청소년, 청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혁신파크 안에는 청년들이 활동하는 공간과 시니어 세대를 위한 활동공간이 같이 있는데, 은평 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특별한 공간 아닌가? 학생/청년, 경력단절 여성, 시니어 세대까지 모두가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과정을 생각 중이다. 

큰 틀에서는 지금 우리 활동과 유사하다. 은평공리와 그동안 네트워킹을 구축한 은평부모학교, 청소년연구소, 청청협동조합 등 관련 협동조합과 애프터센터, 방과후 학습지원센터같은 관내 조직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될 듯하다. 세부적인 내용들을 가다듬고 내년 상반기 안에 시행하는 게 목표다.

은평공리가 작년 진행한 지역포럼.
은평공리는 작년 12월 지역포럼을 진행하기도 했다./사진제공=은평공리

- ‘은평’공리면, 은평 지역에서만 활동하나. 협업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자연히 은평 밖 활동이 많아질 텐데. 

은평에서 30년 가까이 살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잘 할 수 있는 게 있다. 여기에 더해 시간문제도 활동영역을 은평구로 압축시킨 이유다. 은평구 안에서는 갑자기 모일 수도 있고 활동이 자유로운데, 조합원들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정기적, 규격화한 형태로 모임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은평구라는 공간에서 밀도 있게 활동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은평구 안에서 활동 하고 있다. 

은평에서‘만’ 활동하는 건 아니다.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대문구에 있는 고민을 함께 이야기 하다보면, 당사자는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볼 수 있고 우리도 은평지역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같은 문제가 은평구 안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이야기하는 자체가 의미있다.

다른 지역에는 저보다 역량이 뛰어난 분들이 있을 거다. 제가 다른 지역에 가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보통 그렇지 않다. 반대로 은평에서 30년 가까이 살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잘 할 수 있는 게 있다. 다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아이디어를 나누고 함께할 수 있다면 지역에 상관없이 늘 환영이다. 

- 은평공리가 다른 지역까지 활동을 넓히는 건 아니라는 말인가.

은평공리가 다른지역을 모두 담당하는 조직으로 커가는 게 아니다. 각 지역에 맞는 공리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지역마다 미션, 가지고 있는 자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해당 지역사람들이 활동을 만들어야 한다. ‘은평공리 모델’ 하나가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없고, 정답도 아니다. 

은평구에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서울혁신파크다.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서울시 산하 지원센터가 은평구에 많다. 이런 배경 덕분에 우리들도 먼저 생각하고, 시작할 수 있었다. 저희는 은평구를 담당하고, 만약 조직의 역량이나 활동범위가 커지면 앞서 말한 대로 ‘협업’이 진행될 듯하다. 

그러면서 각 성공사례도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안정적 네트워크 속에서 은평공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 질 것이고, 과정에서 만든 경험담, 시스템, 콘텐츠 등이 다른 지역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서대문구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서대문공리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대는 협동조합에게 중요한 가치 아닌가? 도봉공리, 강남공리 등 각 지역마다 ○○공리가 생겨나면 ‘서울공리’, ‘공리 서울연합모임’ 등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은평공리는 은평구 주민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마을살이 기업이 되고자 한다./사진제공=은평공리

- 구상 중인 중장기 계획이 있다면.

은평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지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정도는 우리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 관련 답사로 일본과 홍콩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신기한 게 많았는데, 반대로 우리 이야기를 해주면 상대방도 신기해하더라. 혁신파크 이야기를 하면 ‘재밌는 공간’이라면서 한국에 오면 소개해달라고 한다. 이렇게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 중 도시에 산이 많은 걸 인상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은평에는 북한산과 둘레길이 있지 않나? 이 같은 수요를 발견해서 관련 활동들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과 관내 사진작가가 함께해서 매장을 꾸미고, 작가들은 작품을 알리는 아이디어 얘기를 나눴다. 이 정도 얘기는 했는데, 지역 내 예술가나 활동가를 충분히 모집하지 못했다. 아직 우리 혼자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활동과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내년에는 단체 세 개 정도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서 논의 중인 내용들을 함께할 분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다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우리가 다른 조직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협업하여 새로운 단체를 설립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함께하는 사람과 조직이 많아지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 외에 또 다른 재밌는 게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변 이사장은 "은평공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든지, 만나서 이야기 나누길 원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조직들과 접근성을 높일지 고민하며, 조직구조가 폐쇄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애쓴다는 것. "우리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함께 할 ‘사람과 조직’을 찾는 일이 핵심이겠죠." 은평공리는 오늘도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일, 더 많은 가능성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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