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백의 공정무역 이야기] 4. 공정무역은 어디로 발전하는가?
[이강백의 공정무역 이야기] 4. 공정무역은 어디로 발전하는가?
  • 이강백
  • 승인 2018.12.1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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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정무역운동은 ‘show me’에서 ‘with me’로 그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로빈 머레이 교수는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공정무역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는 "위험과 기회"(Danger and opportunity)라는 저서에서 유럽 내 새로운 경제의 가능성과 힘을 역설하였다. 2015년 런던을 방문했을 때 로빈 머레이 교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대안적이고 다른 방식으로 생산하는 방법은 가능한가? 새로운 방식의 대안적 경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주 큰 도전이다. 나는 공정무역이 ‘학교(school)’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본다. 공정무역은 새로운 방식의 국제적 공급 사슬을 개발하였다. 그것이 커피와 같은 몇 가지 상품에 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괜찮다. 달라지는 상황에 따라 새롭게 적용하면 된다.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한 창조성에 달려있다. 

20세기 중반은 포디즘(Fordism,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체제)에 의해 주도되었다. 포드 공장 안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민주주의가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자본주의, 영리기업의 영역 안에서 새로운 힘들이 나타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우리에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우리가 창조적으로 우리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와 같은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모든 운동은 자신의 힘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작은 강이 모여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듯이 큰 흐름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연대와 협력으로 다수파 연합을 만들어야 성공의 가능성이 생긴다.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 될 수 있는 시기에 살고 있다.”

로빈 머레이의 마지막 이야기는 ‘양자강과 황하는 작은 물줄기를 마다치 않아 큰 강을 이뤘다’는 묵자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머레이의 말처럼 모든 운동은 자신의 힘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식은 다수파 연합이다. 다수파 연합을 만들 때 성공의 가능성도 생긴다. 

공정무역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공정무역운동은 ‘tell me’의 초기 단계를 거쳐 인증 중심의 ‘show me’를 지나 지금은 마을운동과 민관 거버넌스 중심의 ‘with me’의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초기 공정무역운동인 ‘tell me’ 단계에서 공정무역운동의 원동력은 공정무역 단체와 소비자들의 윤리적 감수성이었다. ‘show me’ 단계 공정무역의 원동력은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여 주류 소비자들의 ‘윤리적 수요(ethical demand’)를 만드는 것이었다. 현 ‘with me’ 단계에서 공정무역의 원동력은 사회적경제, 로컬푸드운동과 결합한 ‘공정무역마을운동’이다. 
 
초기 ‘tell me’ 단계의 공정무역운동의 목표가 생산자 스스로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었다면, ‘show me’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주류 소비자들에게 생산자들이 착취당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현 ‘with me’의 단계에서 공정무역은 커뮤니티 운동으로 진화하면서 남과 북 모두에서 공정무역마을운동이 조직되고 남과 북의 소농들이 함께 하는 로컬페어트레이드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tell me’ 단계에서 공정무역운동의 가장 중요한 수단은 파트너십, 직거래, 인식 증진과 동등한 교환이었다면 ‘show me’의 단계에서가장 중요한 수단은 인증이었다. 시장, 윤리적 기준 설정, 인증기구가 핵심적인 수단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with me’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시민사회와의 협력과 민관 거버넌스 구축이다. 이 단계에서 핵심적인 이슈는 공공조달, 공정무역도시, 공정무역국가와 같은 협치의 문제다. 

현재 공정무역운동은 ‘show me’에서 ‘with me’로 그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축은 공정무역마을운동이다. 인증의 시대에서 공정무역마을운동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공정무역마을운동은 풀뿌리운동과 공정무역운동이 결합한 커뮤니티 운동이다. 동시에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의 민관 거버넌스이기도 하다. 또 다른 특징은 로컬 페어트레이드의 등장이다. 유럽의 소농과 남반구 소농이 연결되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로컬푸드와 페어트레이드의 만남이다. 이것은 북반구의 소농과 남반구의 소농이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고, 공정무역 상품과 영역의 확대라는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인증’에서 ‘마을운동’으로 공정무역의 축이 이동하면서 한국의 공정무역운동 역시 공정무역마을운동(Fair Trade Town Movement)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 2000년에 영국의 작은 마을 가스탕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전 세계 2150개가 넘는 도시들이 참여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전지구적 규모로 확산된 것이다.(다음 글에서 2018년 한국 공정무역운동의 평가와 2019년에 대한 전망을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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