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대학로 공공일호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한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포럼'에 재생사업지 주민과 사업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지금까지 도시재생은 낡은 도시를 지우고 새 것으로 가득한 도시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왔다. 여전히 도시재생보다 재개발이라는 표현이 익숙한 이유다. 특히, 으레 정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도시재생에서, 그간 고려되지 않았던 주민들의 역할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정부 재원이 끊어진 후에도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손으로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26일 대학로 공공일호에서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포럼’은 도시재생 분야와 사회적경제의 구체적인 연계 방안을 처음으로 논의한 자리였다.

<발제자와 주요내용>
이은애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 재생사업지역의 지속가능한 지역경제를 위하여
이대영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협동조합본부장 : 마을관리협동조합 설립 및 성장지원 방향
최형선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재생사업실장 : 서울형 도시재생기업(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 이하 ‘CRC’)와 사회적경제 연계 방안
  
<토론> 좌장-김종익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참여자 :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하경환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추진단 과장, 정광섭 고양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이은애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민-관 협력 이전에 민-민 협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지원 이후를 준비해야”...충분한 사업기간 확보도 필요 

‘재생사업지역의 지속가능한 지역경제를 위하여’라는 주제 발표를 맡은 이은애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서울시 9개 구의 사회적경제특구사업 경험을 토대로 거주지뿐 아니라 산업지 중심의 지역경제 회복을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 지원 이후의 자생을 위해 지역 내 인력, 공동 출자 자본, 시민자산 등 공유재(commons)를 구축해야 한다”며 “협동의 당위성과 필연성을 제공할 화수분 마련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1섹터와 2섹터의 소득의 원천을 주민관리사업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물리적 자원을 관리하는 광역 시설관리공단과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주민 간 협동의 필요조건으로 ‘작은 성공의 축적’을 꼽았다. “주민 역량은 민·관이 공동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작은 것이라도 함께 해결해가는 경험을 쌓으며 생긴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성공사례로 꼽히는 영국 커뮤니티 뉴딜 사업기간은 최소 10년”이라며 “짧은 기간 안에 평가하고 도시재생 실패 지역이라는 낙인을 찍을 것이 아니라 작은 성과를 인정하고 다음 단계의 의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나가는 구조여야 한다”고 사업기간 확장을 주문했다.
 

◇ 국토교통부 ‘마을관리협동조합’, 서울시 사업지별 ‘도시재생기업(CRC)’ 준비 중 

이어지는 두 발제에서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주민 주도 도시재생의 선봉장 역할을 맡길 조직의 모델이 소개됐다. 국토교통부는 ‘마을관리협동조합’ 사업을, 서울시는 사업지별 ‘도시재생기업(CRC)’ 육성을 준비 중이다. 

이대영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협동조합본부장이 '마을관리협동조합' 모델을 설명했다.

이대영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협동조합본부장은 “내년 본격적으로 마을관리협동조합 육성을 시작하기에 앞서 조합의 모형을 설명하고 제언을 구한다”며 발제의 첫 마디를 열었다. 

마을관리협동조합은 국토부가 도시재생뉴딜 사업지 1곳 당 1개를 인가해 도시재생 실행의 중심주체로 육성하려는 지역관리체 모델이다.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구상된 마을관리협동조합에는 주민 및 지역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법인조합으로 가입해 개인 조합원들에게 저층주거지에 필요한 5대 서비스(▲주택관리 ▲집수리 ▲사회적 주택 ▲에너지 자립 ▲마을상점)를 제공한다. 이대영 본부장은 “지역당 6~7개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 주체가 리더 역할을 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형선 실장은 "수익성을 좇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형선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재생사업실장이 뉴딜사업지 7개 포함 근린재생일반형 사업지 20곳을 보유한 서울시의 도시재생기업(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 CRC) 구상을 소개했다. CRC는 지역의 주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자원, 자산, 자본을 활용해 다양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다. 집중적으로 재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활성화 사업 이후에도 자생력을 갖기 위한 ’수익사업‘이 핵심이다. 구체적인 사업 영역은 △돌봄 등 사회서비스 운영 △지역 기금 운영 △임대주택, 앵커시설 등 공공시설물 관리 △지역 자원 활용 사업 발굴 등이다. 최 실장은 “내년 상반기 서울시가 CRC에 적합한 기업을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대표성과 유연한 운영이 과제··· ‘플랫폼’으로 접근해야

토론에 참여한 (왼쪽부터) 이은애 센터장, 이대영 본부장, 최형선 실장, 안인숙 집행위원장, 하경환 과장, 정광섭 센터장.

이 날 토론에서는 세 발제자와 토론자 3명이 두 조직모델의 형태와 역할을 구체화하기 위한 여러 제언을 제시했다.

특히 ‘대표성과 권한부여’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재생사업을 총괄하는 배타적 독점권을 추구하는 조직 모델이라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행정안전부 공공서비스추진단에서 읍/면/동 단위의 지방분권 사업을 진행중인 하경환 과장은 “CRC는 지역 내 대표성 확보가 선행돼야 수익성, 공공성, 지역성 실현이 가능하다”며 “형식적인 선거를 넘어선 실질적인 대표성 부여방법을 고민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하 과장은 “현재 행안부가 사업 진행 중인 주민자치회에서 주민세 등 예산을 사용하도록 돼있다”며 “예를 들어 의사결정을 주민자치회에서 하고 CRC가 실행주체를 맡는 등 주민사업에서의 기능과 역할 분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두 조직의 운영 형태에 대해서는 지역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교류할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입이 모아졌다.

정광섭 고양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마을관리협동조합 참여주체의 역할을 시스템화하기보다 보다 유연한 참여가 가능하도록 플랫폼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 안에서 사회적경제 주체들에게 줄 것과 얻을 것을 명확히 할 것”을 제언했다.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또한 플랫폼 형태의 운영에 동의하며 “민간 조직 간 행정지원 줄서기에 그치지 않도록 운영 구조를 세심하게 조정할 것”을 제시했다. 이에 이 본부장은 “내년 본격적으로 추진할 마을관리협동조합의 구조에 대해 역동성을 열어둬야 하겠다”고 받아들였다.

발제와 토론에 이어 청중들이 젠트리피케이션 해결방안, 주민 교육 강화 등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도시재생사업 주민들, "행정, 주민과 속도 발맞춰야"

 

이날 포럼에는 창신숭인동, 천연충현동, 상도4동 등 뉴딜 재생사업지 주민들이 참석해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방안을 구했다. 특히 “주민 주도의 재생사업을 실현하기에는 현재 행정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흡한 상태에서 다음단계로 빠르게 이행되는 사업의 속도를 주민들이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 위원장은 “속도를 조절하는 정책적 대안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자체 자금으로 정부사업 틀 밖의 주민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토로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김종익 센터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현 도시재생 정책들이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되돌아보고 유연성을 가져야겠다”며 “오늘 토론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현장과 지역에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번 포럼은 국토교통부, 서울시, 행정안전부, 지원센터, 사업단 대표 등
도시재생과 관련된 부처, 지자체, 현장 인력이 한 자리에 모여 방향성을 논의한 자리였다.

이번 포럼은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지원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실을 만들기 위해 세부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내년에도 토론의 장을 열 계획이다.

사진. 이우기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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