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효숙 씨는 올해 3월, 커리어모색학부 국제개발협력활동가 과정을 수강했다. 5회차 수업인 ‘글로벌 사회문제 해결 사례’ 발표 시간, 미얀마 강사인 이주희(릴리) 씨가 강조한 “김치 담그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다문화교육이 아니라, 개인이 바로 서도록 교육하는 것이 다문화교육이다.”는 말이 그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후 윤 씨는 수강생 9명과 함께 ‘세상을향한아름다운시선(세.아.시)’라는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대표를 맡았다. 미얀마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어로 이야기 나누는 자원봉사도 시작했다. 윤 대표는 커뮤니티 활동을 더 잘하기 위해 최근에는 사이버대학 한국어학에 편입했다. 곧 이 강사에게 미얀마어도 배울 계획이다. 윤 대표는 “커뮤니티를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이모작 삶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가는 것 같아 앞으로 삶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윤 대표가 참여하는 세.아.시는 올해 50플러스(서울 조례 기준 만 50-64세를 지칭)에게 지원하는 '커뮤니티플러스사업' 지원을 받았다.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이하 중부캠퍼스)가 추진하는 이 사업의 사례공유회가 지난 26일 중부캠퍼스에서 열렸다.
50플러스 커뮤니티, 재미·사회공헌·신문화·소득창출 다양한 형태로 활동
커뮤니티플러스사업의 지원을 받은 50플러스 커뮤니티들의 유형은 재미, 소득창출, 사회공헌, 신문화 4가지로 나눠져 활동 중이다.
50플러스 공연예술 공동체인 ‘달콤 2막’은 커뮤니티를 통해 ‘재미’를 찾은 케이스다. 연극교실 수업에서 만들어진 커뮤니티로 16명 회원들이 뭉쳐 50플러스 공연집단으로 발전시켜 주1회 모임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50~6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장극 ‘강여사의 선택’을 여러차례 무대에 올려 높은 호응을 얻었다. 11월에 진행되는 공연에서는 공연료도 받을 예정이다.
커뮤니티로 시작했지만 소득으로 이어지는 사례들도 있다.
‘플랜비IT 강사하기’ 커뮤니티는 50플러스들이 학습의 '수혜자'에서 '공급자'로 변신했다. 올해 3월부터 4개월 간 IT 수업을 받은 수생들이 모여 IT 강사로 나섰다. 놀라운 사실은 주부, 퇴직자들로 구성된 이들 커뮤니티 내에는 IT 전공자가 한 명도 없다. 김강현 플랜비 대표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코딩 수업, 3D프린터 강의 등 다양한 교육 요청이 들어오면서 소득 창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50플러스들이 ICT 변화에 소외되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커뮤니티라는 이름하에 함께 하다 보니 보람도 얻고 수익으로도 연결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커뮤니티를 결성한 ‘사회적기업 창업연구회’도 ‘관심’이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다. 황일성 사회적기업 창업연구회 대표는 “올해 회원 중 5팀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도전해 3팀이 선정돼 활동 중이다”며 “사회적경제 학습을 위해 시작한 커뮤니티가 결속력이 강해지면서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위스타, 한복로드디스커버리, 만리아트메이커스 등 소셜벤처에 사회적기업 창업연구회 소속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 중이다. 이 외에도 연구회에서는 50플러스 당사자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해 81개 후보 모델을 탐색·설계하고 23개 CSV 50플러스 일자리 모델을 발굴· 제언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황 대표는 “연대와 협력, 탄력적인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개개인이 가진 역량을 팀의 역량으로 바꾸면서 이뤄낸 성과들”이라며 “50플러스를 위한 사회적기업 창업놀이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시니어플래너 1급 상담사들의 모임인 ‘시니플(시니어플래너)’은 소소한 소득창출을 넘어 새로운 신중년 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커뮤니티다. 시니어플래너는 진단지 검사, 주제 상담,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시니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이곳에는 취미생활을 넘어 전문성을 기반으로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모였다. 지난해 말에는 5년 만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가한 미래직업학교에서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고, 올해 1월 동아리 ‘시나플’을 결성했다. 지난 7월에는 50플러스의 커뮤니티로 선정돼 새로운 활동처 발굴, 다른 커뮤니티와 협업 등을 하며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안명희 시니플 대표는 “구성원들이 50~60대로 오랜 노하우를 가진 상담사들이다”며 “주1회 독거 어르신 안심 서비스를 통해 시니어들의 행복을 함께 찾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커뮤니티가 50플러스에게 주는 사회적 효과 및 과제는?
중부캠퍼스는 지난해 4월부터 50플러스들의 커뮤니티 지원으로 개인의 삶의 질을 고취시키고 신중년 문화를 형성한다는 목적으로 ‘커뮤니티플러스 지원사업’을 진행해 왔다. 2017년 첫 해에는 85개 커뮤니티에 749명의 회원들이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했다. 올해는 93개 커뮤니티, 927명 회원이 지원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중부캠퍼스측에 따르면, 서울시50플러스 3개 캠퍼스(중부, 서부, 남부) 전체로는 지난 3년 간(2016~2018년) 494개의 50플러스 커뮤니티가 결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50플러스들 사이에서 커뮤니티 참여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204여명의 50플러스 커뮤니티 대표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50플러스들의 상당수는 커뮤니티 활동이 개인적 발전은 물론 사회적 결속, 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반면 급증하는 커뮤니티 수만큼 소멸되는 속도도 빨랐다. 서울시50플러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커뮤니티(493개) 중 2016~2017년에는 참여했으나 올해는 참여하지 않고 소멸된 커뮤니티가 257개(52.1%)에 달했다. 결성 후 약 8개월 만에 주로 소멸되었는데, 이는 ‘회원들의 저조한 참여(37.5%)’가 가장 큰 이유였다. 구성원 간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도 61.7%가 경험한 것으로 답했다.
이들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수익'이나 '일거리'로 연계보다는 ‘사회공헌을 통한 보람’이나 ‘친목 및 재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도 ‘친목-재미-보람-수익’이 순으로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서연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개발실 PM은 “50플러스 세대는 멀리 떨어진 섬 같은 존재인데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 섬과 섬을 연결해주는 연락선이 생긴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PM은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50플러스들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의료비용 감소 등 사회 비용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며 "새로운 신중년 문화를 형성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고 순기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이러한 커뮤니티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 지원의 간소·효율화, 타 커뮤니티와 교류 기회 확대, 활동 내용 다각화 등은 개선되어야 할 과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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