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로 첫 사회적기업 인증...이익 사유화하지 않겠다”
“자산운용사로 첫 사회적기업 인증...이익 사유화하지 않겠다”
  • 라현윤 기자
  • 승인 2018.12.0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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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사회적금융, 다양한 소매금융 실핏줄 나와야 건강해져"

신협, 신용보증기금 등과 같은 제도권 금융을 비롯해 지자체, 정부기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기업·소셜벤처 펀드를 조성하는 등 사회적금융 구성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민관 매칭 펀드로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3,000억 원 규모의 사회가치연대기금 조성에 대한 계획도 나왔다. 

그러나 자금이 사회적경제로 제대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현장에서 나온다. 사회적경제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면서도 신뢰할 만한 자금 공급 전문기관이 없다는 사실도 우려를 더한다. 

지난 11월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한국사회혁신금융(주)(대표이사 이상진)’의 존재가 귀한 이유다. 한국사회혁신금융은 최근 임팩트 투자를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운용할 수 있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 업무집행사원(GP) 등록을 완료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펀드를 조성해 다양한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특히 한국사회혁신금융은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이 스스로 신뢰할 수 있는 인내자본을 조성하자는 의지를 모아 2014년 사단법인부터 출발했던 조직이라 이번 변화에 눈길이 더 쏠린다.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이사는 “최근 공공재원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조직에 자금 공급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보 비대칭성, 기업 평가 체계 미흡, 회수 시장 부재 등의 이유로 기존 투∙융자기관들이 사회적경제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기 어렵다”며 “우리와 같은 사회혁신분야에 특화되어 자산을 운용하는 회사가 지금 시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들과 펀드 조성, 발굴, 육성을 위한 협력에 나서고 있는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이사를 지난 16일 성수동에서 만났다.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대표이사./사진제공=한국사회혁신금융

-동맥경화에 걸려 있던 사회적금융의 물꼬가 터졌다. 오랜 기간 사회적경제조직들과 동고동락해온 한국사회혁신금융이 자산운용사로 첫 발을 내딛었다는 소식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 감사하다. 소셜벤처·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십시일반 돈을 출자해 만든 ‘사회혁신기금’을 기반으로 문을 연 지 5년차에 이러한 결실을 맺었다. 지금까지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제기금을 운영하는 대부업자 정도로 인식돼 왔을지도 모른다.(웃음) 

기업들과의 사회적 자본(신뢰)을 축적해 가면서 작은 숲(경제적 자본)을 만들어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사업임은 변함이 없다. 사회적경제, 사회혁신에 특화된 다양한 펀드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돼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펀드 조성, 내부 역량 강화, 혁신적인 운영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리들의 치열한 노력이 자본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켰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 금융기관은 원래 공공성을 띠고 있다. 우리 사회는 예금자 보호,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금융기관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금융기관이 이익을 사유화하지 않고 사회적 목적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향후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적극 수용하는 금융회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인데, 사회혁신기금의 성장은 어땠나. 

▶ ‘사회혁신기금’을 운영한 경험이 지금의 한국사회혁신금융을 있게 한 토대가 되었다. 2014년 시작해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기업이 135개로 늘었다. 참여기업도 (예비)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협동조합·비영리단체와 중간지원기관 등 다양하다. 다음 달이면 기업 출자금, 정부 및 지자체 기금을 포함하여 40억 규모가 된다. 

관계금융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기업과 오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신뢰라는 것은 공통의 룰을 잘 지키면서 서로가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협력해 나가는 시간 속에 생성되는 것이다. 그동안 다양한 지역, 업종의 사회적기업가들과 쌓아온 신뢰는 우리의 중요한 성공요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가진 투자 위험으로 어려웠던 점은. 

▶ 매 건이 쉽지 않다.(웃음) 주로 찾아오는 기업들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야 함에도 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곳들이다. 기존 금융기관들이 신뢰할 만한 기업 정보가 없다보니 위험을 감내하는 것이 제한적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이 안정적인 수익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일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량적인 수치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자금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같은 회사가 필요하다. 

우리는 기업가의 진정성, 평판 가치, 사회적 가치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무담보, 무보증 대출로 50억 정도 대출을 해왔지만, 현재 3개월 이상 연체한 비율은 0%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면서 책임성 있게 사용하도록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어서 지켜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사회혁신기금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타 회원 2인의 추천이 필요하다.(보증의 효력은 없다.) 동료 기업에게 추천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대출 목적 및 상환계획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토를 하게 되고, 때로는 응원과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계획대로 상환하는 것은 추천기업과 약속을 지켜나가는 과정이며, 또 다른 기업에게 상환된 자금을 통해 성장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가의 특성도 한 몫 한다.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기업가들은 사업이 안 되면 폐업하고 새로운 사업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재정 위기가 닥쳐도 어떻게든 헤쳐 나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가 자신이 희생해서라도 말이다. 어떤 기업은 지난 4년간 대출을 여러 번 받아갔다. 처음에 500만 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1억 원으로 대출금액도 늘었다.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  

대출심사 현장(사진제공=한국사회혁신금융)
대출심사 현장/사진제공=한국사회혁신금융

- 한국사회혁신금융이 기존의 금융기관들과 가장 큰 차별성,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사회적경제조직의 사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다 보니 단기간에 재무적인 안정성을 갖추기가 어렵다. 특히 규모가 작거나 초기 기업들의 경우 담보나 신용이 없기에 금융서비스를 받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들의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는 금융파트너가 필요하다. 

투자자 보호를 우선 해야 하는 기존 금융사들은 기준이 명확하다. 위험을 떠안지 않고 기준에 부합하는 곳에만 돈을 주는 공급자 위주의 시스템이다. 반면 우리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인내자본 성격이 강하다. 안되면 되는 방법을 기업들과 함께 고민하고 찾아왔다. 솔직히 처음에는 안정적인 운영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금운용 규모를 빨리 키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느리더라도 기업들과 보폭을 맞추며 위기를 함께 넘어왔고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진정성’은 그런 어려움을 버텨내고 장애물을 뚫고 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쌓이는 것 같다.  

우리가 은행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노하우를 시스템화 시켜나가면서 다양한 금융기관과 협업해 간다면 금융시장도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금융시장에서 사회적금융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브릿지 역할을 계속해 나가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 본다. 

-사회적금융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회가치연대기금도 조만간 출범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 그렇다. 특히 모태펀드를 통해 임팩트 투자를 위한 돈이 많이 풀렸지만, 기존의 사회적경제기업에게 혜택이 가는 경우가 많지 않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은 더 큰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문제는 결국 금융기관들이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다고 본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수익기반이 취약하다 한 들 얼마든지 지속가능한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 다만 현장을 모르기 때문에 위험을 측정할 수 없고 상품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사회적경제는 전략적으로 선점해야 하는 매력적인 시장일 수 있는데 아쉽다. 여하튼 이런 사회적금융 생태계를 위해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소매금융기관들이 생겨나야 자금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해법은 무엇이라 보나.  

▶ 사회가치연대기금이 동맥이라면 실핏줄 같은 다양한 소매금융기관들이 생겨나야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소셜, 지역 등 다양한 섹터에서 플레이어가 나와야 한다. 기존 사회적금융기관들이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고자 금융기관으로 등록을 하려 하면 자본금, 전문 인력, 시스템 등을 위해 많은 투자가 들어가야 해서 진입장벽이 높다. 지역은 아예 전무하다. 현장을 이해하면서도 제도적 기반 하에 사회적금융을 키워갈 수 있는 우리 같은 회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 최근 사회적금융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고상하게 있다가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우리 같은 기관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연대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는 노력을 해야 공생한다고 본다.  

또한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정책은 정책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생태계를 위한 마중물을 기업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실핏줄 같은 다양한 소매금융기관들이 생겨나야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한국사회혁신금융

-기업이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 최근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해피브릿지협동조합, 더함 등과 한국사회혁신금융을 사회적경제에 특화된 자산운용사로 같이 키워보려는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펀드 조성, 기업 발굴 및 육성 등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차별화된 솔루션을 만들어내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현장을 이해하고 신뢰할만한 자산운용사가 부족하니 연대하여 신속하게 성장기반을 만들고 경험을 전파하자는 계획이다. 이런 논의 과정 속에서 ‘사회혁신기금’을 통해 체감해왔던 가치들을 펀드의 운용 철학과 방식에 녹여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 일단 1호 펀드를 잘 만들어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현장에 맞는 펀드 상품도 만들고, 신뢰할만한 투자자도 발굴하고, 역량을 갖춘 인재들도 양성하면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키우는 투자를 하고 싶다. 더불어 융자사업도 차별화해가며 투·융자 사업이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고민해 보고 싶다. 가령, 지역 사회와 함께 사회적경제기업에 특화된 단위 신협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예금상품을 통해 자본 축적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사회적 가치를 제고시키는 곳에 대출 형태로 운영하는 사회적은행을 만드는 것은 많은 사회적금융인들의 꿈이기도 했다. 그 동안 지속해왔던 교육·컨설팅도 투자사업과 시너지가 날 것 같다.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에 고려해 교육, 컨설팅, 투자, 융자를 혼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사회혁신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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