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자산화’라는 개념을 근래 자주 접하게 된다. 임대료가 올라 상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인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의 해결책으로 아예 시민들이 돈을 모아 건물을 매입하자는 개념이다.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려 하나의 공동체적 대안으로 떠오르는 솔루션인데, 영국의 안필드 주민들이 조성한 공동체토지신탁이나 미국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이 조직한 ‘북동부 투자 협동조합’, 광진구의 공유공간 ‘나눔’이 그 사례이다. 

이 개념에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앞서 말한 ‘사회변화 솔루션 모델’ 중 하나를 확대 적용했기 때문이다. 트러스트(Trust, 신탁)’라는 방식은 ‘항구적 보존’을 목적으로 할 때 사용되어온 것으로, 문화 유산을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매입하여 보존 하거나(내셔널 트러스트), 광대한 산림 자원을 매입하여 공동 소유로 전환하는(그린트러스트) 형식이었다. 이러한 역사 문화 ? 환경 자산을 보존하는 방식을 도심 속의 영세 상인들의 보호 방법으로 응용하여 쓴 셈이다.  

솔루션 모델을 정리하고 그 모델의 쓰임과 원리를 사회공익 활동가들이 공부해볼 필요가 여기에 있다. 세상 각계 각 영역에는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론이 있고, 그 방법론들은 다른 영역에 응용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처음부터 모든 걸 새롭게 고민할 필요 없이 잘 빌려다 써도 될 거라는 희망.

교육이나 원조, 캠페인, 지원, 서명 등이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의 솔루션들이라면, 일방적 교육을 벗어난 행동경제학적 방법론은 <넛지>라는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슈 파이팅이 아닌 <이슈 메이킹(예: 페멘)>이라는 솔루션에 조금 더 열심인 단체도 있다. 혼자 해오던 것을 같이 하는 컨소시엄 방식의 <협업(콜라보)>이나 온라인 기술을 활용한 <다자간 동시 협업(예: 리캡챠)>, <크라우드 소싱>같은 솔루션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소셜 프랜차이징>과 같은 변화 복제 시스템 등도 변화의 크기를 키우려는 조직이 흔히 사용하는 솔루션이고, <사회성과연계 채권(Social Impact Bond)>이라는 방식은 민·관 협렵사업의 하나인 민자 사업 방식을 공익 영역에 도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기부를 대체하는 <사회적 투자>나 무상 원조가 아닌 싼 값이라도 스스로 구매하게 하는 <사회서비스 구매(예:그라민 다농)>, 제값을 주고 제3세계 생산자의 생산품을 거래해주는 공정무역은 영리기업의 주식 시스템이나 생협의 솔루션을 변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문화의 계승을 ‘원형 보존’의 방식이 아닌 <재해석을 통한 현대화, 일상화>로 새로운 전승 솔루션을 제시하는 단체도 있으며, 마치 한의학적 방법론처럼 개인과 조직의 강점을 부각시켜 단점을 보완하거나 체질을 개선하는 <면역력 기법>을 응용하는 솔루션들도 주목받고 있다. 
 
학급의 왕따를 찾아내는 데 빅데이터 및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기부금 모집 운용 시스템에 투명성을 더하는 것은 <신기술 도입> 솔루션이고, 예술이 가지는 효용을 이용하여 사회문제 해결(예: 솔섬)에 나서는 <예술화>와 디자인을 범죄예방에 활용하는 <범죄예방디자인>, 금융 상품 개발 방식을 차용한 <기부금융 상품(planed Giving)>등은 전혀 다른 영역의 기술을 공익활동 영역에 응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수혜자들의 조건과 역량에 맞는 제품이나 기술을 제공하는 <적정기술>과 관련자들의 욕구에 맞는 디테일하고 커스터마이징된 정보를 공개하는 <오픈 소스> 솔루션은 ‘대상자 맞춤’이라는 흐름 속에 있는 솔루션들이고, 악성 제품과 서비스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보이콧보다 긍정적인 소비를 권장하는 <바이콧(buycott, 윤리적 소비운동)> 역시 일종의 <사회적 보상>이라는 솔루션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감시 제품들의 개발과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폭로(패치)(예: 어나니머스)>와 탐사보도 역시 점점 더 힘을 얻어가는 솔루션들이고, 최근 많이 나타나는 <미러링(Mirroring)>은 좋은 점을 따라하자는 모델링(Modeling)과 반대되는 <따라 하기> 솔루션일 것이다. 여기에 <해킹>이나 <온라인 비난(예:일베, 워마드)> 역시 논란이 크지만 하나의 사회문제 해결 솔루션이라고 본다. 

결국 우리가 솔루션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다. 열심히 했는데 정작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사회적 자원만 낭비했다면 참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변화)솔루션 모델에 대한 관심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적 성과를 내기 위한 고뇌이자 연구이고 실험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기존의 방식만 고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른 영역의 솔루션들을 차용하거나 응용해보기도 하고, 전혀 연관 없는 솔루션들을 융합하거나 새롭게 개발하는 노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메디치 효과 : 서로 다른 분야의 요소들이 결합할 때 새로운 혁신이 탄생하는 효과.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전혀 다른 영역의 인재들을 함께 모았는데 이들의 재능이 서로 융합하여 큰 시너지를 만들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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