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아세아전자상가 3층 H-창의허브에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주최로 ‘제5회 콜로키움’이 열렸다.
이날 강연 주제는 플랫폼협동조합이었다.

“우버, 에이비엔비…사적 공유경제기업 대안될 수 없다”

“우버, 에이비엔비(Airbnb) 등 기존의 공유경제기업들이 당장에 소비자들에게 편의성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저임금, 생태환경, 취약계층을 고려하지 않는 서비스 등 다른 관점에서 보면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디지털 노동 연구자로 알려진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 미국 뉴스쿨(The New School) 교수는 지난 3일 아세아전자상가 3층 H-창의허브에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제5회 콜로키움’ 강연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트레버 숄츠는?
뉴욕 뉴스쿨 문화미디어 교수인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는 저명한 학자이자 10년 간 디지털노동을 연구한 활동가다. 저서 『우버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떻게 디지털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가(Uber-Worked and Underpaid: How Workers Are Disrupting the Digital Economy)』에서 디지털 노동이 제기하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온라인 노동 시장과 P2P, 협동조합 운동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협동주의’라는 개념을 주창했다.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의 급성장과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우버, 에이비엔비로 대표되는 사적 공유경제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의 편의만 강조돼 노동자들의 불안정성, 분절화, 고립이 더욱 커지고, 시장의 독점화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디지털 노동 연구자로 알려진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 뉴욕대 교수

그 중심에 선 숄츠 교수는 최근 우버의 움직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많은 연구 결과 우버 운전자들의 상당수가 최저 임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우버 택시의 등장이 차량 이용을 줄일 거라 선언했지만 현재 뉴욕시의 경우 우버 택시기사가 되기 위해 몰려든 이들로 인해 교통 체증이 더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공유경제 기업들의 시장 독점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런 기업들의 또 다른 문제는 세계경제를 독점하려 한다는 점이다. 독점이 심화하면 과거 소비자들이 누린 편의성(저렴한 비용 등)이 지속될지 의문이다. 데이터가 중앙집중화하면서 소수의 기업에 독점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는 장애인 등 사회특정 집단을 고려하지 않는 서비스 정책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렇다면 모든 공유기업들이 진정 ‘공유경제’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지 못한 것일까.

숄츠 교수는 ‘카우치서핑(CouchSurfing)’과 ‘블라블라카(BlaBlaCar)’를 공유기업의 좋은 모델로 꼽았다. 

카우치서핑은 에어비엔비처럼 여행자와 소파 제공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이지만, 에어비엔비와 달리 돈이 오가지 않는 차이가 있다. 블라블라카는 우버처럼 차가 필요한 사람과 운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이만 여행자들 간에 남는 자리를 저렴한 가격에 내어준다는 점에서 우버와 다르다. 두 모델 모두 이익을 독점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공유경제+협동조합의 접목 ‘플랫폼 협동주의’

숄츠 교수는 기존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안고 있는 플랫폼 독점 문제의 해법으로 플랫폼 공유 방안, 즉 ‘플랫폼 협동주의(Platform cooperativism)’를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협동적 플랫폼 모델은 디지털경제에 200년 된 협동조합 모델을 접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우버나 에어비엔비가 활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기술적 핵심은 수용하지만,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소유 모델 도입(민주적 거버넌스) ▲플랫폼의 소유와 운영에 대해 사회적 연대 모색(폭넓은 소유 구조) ▲소수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혁신성과 효율성의 아이디어 재조직(공동 설계) 등이다. 

그는 “플랫폼은 노동조합, 지자체,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에 의해 소유될 수 있는데 도시 소유 플랫폼, 생산자 소유 플랫폼 등이 그것”이라며 “플랫폼협동조합은 실리콘벨리 같은 곳에서 똑똑한 한 명이 만들어주는 걸 나머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걸 이용하는 모든 이가 초기부터 함께 만들어가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플랫폼협동조합에 대한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기존의 우버 같은 공유기업들과의 가장 큰 차이를 "우버와 같은 기존 플랫폼 기업의 심장에 자리한 알고리즘을 떼어내고 거기에 협동조합을 채워 넣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숄츠 교수는 플랫폼협동조합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을 노동자들의 참여로 꼽았다.

그는 “인터넷, 앱을 사용하면 더 많은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의 규모화에 도움이 된다”며 “조합원들의 자본 형성, 커뮤니티 강화 등을 통해 가치 순환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협동조합이 다른 곳보다 회복률, 파산률도 낮으며, 실제 직원 노동자들이 소유한 기업의 생산성이 높다”며 “공정한 보상, 존중받는 양질의 일자리, 세제 혜택 등도 플랫폼협동조합이 가지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세계로 확산되는 플랫폼협동조합, 활성화 위한 과제는?

숄츠 교수에 따르면, 플랫폼협동조합은 세계적으로 약 250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는 “최근 독일의 사민당, 영국 미래당 등이 내부 강령에 플랫폼협동조합을 채택하고 나섰다”며 세계가 플랫폼협동조합에 주목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숄츠 교수는 플랫폼협동조합으로 유망한 분야로 노인돌봄 및 가사도우미 등과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를 추천했다. 그는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는 분야”라며 “그렇다고 이러한 분야에서 공룡 같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기존 업체를 무너뜨리자가 아니라 작은 플랫폼협동조합들을 만들어 다양화하되 네트워크로 묶어내는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숄츠 교수는 세계가 플랫폼협동조합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뜨거워지는 관심에 비해, 플랫폼협동조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모델을 알려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숄츠 교수는 2016년 11월, 뉴스쿨의 플랫폼협동조합 컨퍼런스를 배경으로 플랫폼 협동주의 컨소시엄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올해 9월에는 홍콩에서 컨퍼런스를 열었다. 또한 컨소시엄에서는 플랫폼협동주의 개발 키트를 제작해 인식 확산은 물론 플랫폼협동조합을 설립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기에 이러한 키트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과 플랫폼협동조합에 대해 효과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플랫폼협동주의 개발 키트(자료 출처: 트레버 숄츠 교수 발표자료)

또한 그는 플랫폼협동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확고한 비전과 더불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년 후 플랫폼협동조합이 디지털경제의 일부가 될 것은 확실하지만, 얼마나 크고 강력할지는 모두 여러분에게 달려있습니다.”

 <플랫폼협동조합 해외 사례> 

스마트(SMart) 프리랜서를 위한 협동조합으로 자신들이 가진 위험을 공유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9년 만에 유럽 여러 나라로 퍼져나가 현재는 조합원 수가 수만 명에 이른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프리랜서들을 법률적으로 보호해주거나 혼자 일해야 하는 프리랜서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경우도 전체 노동인구의 3분에 1이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이들을 대표하는 조직은 없는 실정이다.

 

 

스태핑협동조합(Staffing Cooperative) 미국 내 감옥에서 수감되어 있다 출소한 이들을 위한 협동조합이다. 이들에게 투표권, 양질의 일자리 등을 제공하기 위한 목표로 세워졌다. 미국 내 출소자는 매년 65만명에 이른다. 

업앤고(UP&GO) 뉴욕시에서 저임금에 시달리던 이주 여성들이 만든 가사·청소 도우미서비스 플랫폼 협동조합이다. 3개 협동조합이 공동플랫폼을 운영하는 형태로,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들어와 3개 중 하나 협동조합을 골라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식이다. 조합원들의 인권 등을 존중해 도우미 개별 평가를 진행하지 않으며, 플랫폼에서는 단 5%만의 수수료를 떼고 95%는 조합원이 가져가는 것이 특징이다. 

 

마이데이터(MIDATA) 정보 플랫폼협동조합이다. 조합원들이 진료 등을 통해 얻은 의료 정보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면 환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협동조합에 맡기면, 협동조합이 시각화해 조합원들이 이를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개인 정보에 대한 액세스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관리 할 수 있다. 데이터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며 데이터를 통해 얻은 이익도 플랫폼 서비스 및 사회 혜택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재투자된다.

 

소셜닷쿱(SOCIAL.COOP) 소셜닷쿱은 트위터의 협동조합 버전이다. 트위터를 인수하자는 캠페인을 시도했다 유사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별도의 플랫폼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캠페인은 실패했지만 현재 협동조합 방식의 트위터를 위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백상훈(사진가)

이로운넷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온라인으로 발행하는 세모편지와 함께 서울지역의 사회적경제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세모편지의 더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