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2018] ④“내가 사는 집 우리 손으로” 사회주택 거주자들의 도전
[일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2018] ④“내가 사는 집 우리 손으로” 사회주택 거주자들의 도전
  • 라현윤 기자
  • 승인 2018.12.0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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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소음·쓰레기문제 등 일상에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시민이 아이디어 제공에서부터 문제해결의 주체가 돼 참여하는 사회혁신의 한 방법인 ‘리빙랩(Living Lab)’이 주목받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사회혁신추진단을 꾸리며 사회혁신사업에 시동을 건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2018년 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가 그 일환이다. 행정안전부는 주거, 미세먼지, 고령자 헬스케어 3가지 분야에 대해 정부-민간전문단체-시민이 함께 결합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리빙랩을 진행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행정안전부가 지역공동체와 손잡고 추진하는 3개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소개한다.

청년주거 '자가관리형 모델' 안착화, 지역형 모델 고민 

지난달 17일, 달팽이집 2호에서는 생일파티가 열렸다. 청년 공유주택인 이곳에 모여사는 조합원의 생일날이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관계를 맺고 서로를 챙기는 일은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날 생일파티에 함께 한 조합원은 "살아보니 만족도가 높다"며 "내 소유는 아니지만 내 집처럼 오래 살 수 있어서 안정감도 있고, 함께 사는 사람들과 규칙, 운영 등을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관계도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달팽이집 5호 마당에서 열린 '민달팽이 벼룩시장'/ 사진제공=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지난 18일 달팽이집 5호 마당에서 열린 '민달팽이 벼룩시장'/ 사진제공=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청년들을 위한 공유주택 '달팽이집'의 모델을 만들고 확산해 온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최근 입주자 스스로가 관리하고 운영하는 '자가관리형 모델'을 제대로 구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정남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달팽이집이 단순히 집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같은 문제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관계를 맺고 입주자들이 스스로 통제권을 가지는 공동체주택을 지향하기에 이러한 것이 제대로 안착되도록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지난 6월부터 청년들이 원하는 사회주택 모델을 논의하고 시뮬레이션 해보는 워크샵 '세이브 더 달팽이집'을 진행해오고 있다.

또한 지역의 청년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전주에 '지역형 달팽이집 모델'을 시작했다. 전주 달팽이집은 지난해 7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전주시의 ‘전주형 사회주택 공급 사업’에 선정되면서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지역에 ‘달팽이집’을 공급한 사례다. 올해 2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전주시가 소유한 2층짜리 주택(전주시 완산구 동완산동 435-2번지)에 총 8명의 청년이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내고, 20년까지 장기 임대가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주 달팽이집
전주 달팽이집./사진제공=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전주 달팽이집 관계자는 "입주 후 조합원의 손으로 치워지고 가꿔진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온기가 느껴지는 집으로 변하고 있다. 함께 밥을 먹고, 달팽이집을 궁금해 하는 친구들을 초대하고, 다른 지역의 조합원들도 빈방에서 묵고 가면서, 집 안 밖으로 작은 연결고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사는 사람들의 안정적인 집으로 자리잡은 후에는 지역의 거점이 되서 주변의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들을 작당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가격 책정부터 운영까지 조합원 참여↑ ‘함께주택 3호’ 

“설계 단계 전부터 참여해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낯설면서도 좋은 것 같아요.”

지난 8월 31일, 내년 설립을 준비 중인 '함께주택 3호'에 관심 있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함께주택 설립에 대한 ‘의견수렴의 날’이다. 이날 모인 이들에게 박종숙 함께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공동주택은 비용도 조합원들과 함께 결정하는 시스템이라 집 값 상승폭이 낮고 원할 때까지 거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함께주택은 한국사회의 기형적인 주거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보자’는 고민에서 설립된 함께주택협동조합이 만드는 사회주택이다. 사회주택이란 부담 가능한 비용으로 거주기간에 제한 없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15년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하고 사회주택을 도입했으며, 현재까지 20여개 사회적경제 주체가 약 869세대의 사회주택을 공급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임대주택 24만호 공급을 골자로 한 ‘서울시 공적임대주택 5개년 공급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총 1만호의 사회주택 공급을 발표한 바 있다.  

함께주택 3호 의견수렴의 날 행사 포스터. /자료제공=함께주택협동조합
함께주택 3호 의견수렴의 날 행사 포스터 /자료제공=함께주택협동조합

내년 설립을 준비 중인 함께주택 3호의 경우 토지는 서울시가 소유하고 건물은 함께주택협동조합이 소유·이용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다. 함께주택 3호는 설계에서부터 비용 책정, 운영 등 전 과정에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구조다. 

주택의 설계에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건축 비용 마련은 입주할 조합원이 부담하는 임대보증금으로 충당한다. 입주자로 참여할 경우 함께주택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며, 총 12차례의 워크숍에 참여하여 운영·설계 등 전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게 된다. 호수와 면적의 최종 결정은 선정된 입주자의 참여 워크숍을 통한 상호협의와 서울시 공공건축가의 동의를 거친 후 결정된다. 

거주 비용에 대한 최종 결정도 주거하는 이들이 결정하는 구조다. 이곳의 거주 조건은 인근 전세 시세 대비 80%를 기준으로 보증금 64%, 월임대료 36%를 적용하지만 자세한 비용은 입주자회의에서 모두 결정한다. 총 8세대를 모집하며, 전용면적 50㎡(15평)이상은 3인 이상 세대만 가능하다. 거주 기간은 2년을 시작으로 계속 거주 희망 시 4회에 한하여 재계약 가능하며 최대 10년 간 거주 가능하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지난달 30일까지 입주자 모집을 진행했다. 지난달 12일에는 함께주택 3호의 주택 건설사를 조합원들이 함께 선정하는 회의도 열었다.

박 이사장은 “사회주택의 입주자는 단순히 소비자 또는 세입자가 아니라 주택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주체다”며 “공급자 중심의 주택 가격 책정 방식에서 탈피해 이용자 중심의 주택가격 책정 방식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이러한 사회주택이 더 확대되려면 시민의 투자와 참여만큼 행정·제도적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주택 활성화 하려면 당사자 참여 선결돼야"

함께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과 함께 지난 7월부터 3개월 간 지역공동체 내에서 이용자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주거 공급 모델을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실험은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2018년 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강세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소 연구원은 “지금까지 공급된 사회주택의 경우 공급의 주체인 사업자가 별도로 존재하고 입주자는 단순히 세입자나 소비자의 입장에 머물 때가 있다”며 “사회주택이 활성화되려면 사업자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회주택과 관련된 지역공동체 당사자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소와 두 협동조합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주택 수요자 및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사회주택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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