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살유가족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행사가 열린다.  

자살유가족들이 만든 자조모임 ‘자살유가족X따뜻한 친구들(이하 친구들)’은 오는 18일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을 맞아 ‘2018 세계 자살유가족의날 행사’를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은 1999년 부친을 자살로 잃은 미국 상원의원 해리 레이드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미국, 영국,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자살유가족을 위로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개최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앙심리부검센터가 2015년 처음으로 공식행사를 진행했으나, 자살유가족이 직접 행사를 주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친구들은 지난 9월부터 자살유가족 자조서클- 애도 프로세스-공동체 대화를 진행하며 자살유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이 모임에 따르면, 국내 자살자는 매년 약 1만3000여 명에 이른다. 자살 사망자 1명에 대해 최소 5~10명의 자살유가족이 생기며 우리나라는 매년 최소 8만 명 이상의 유가족이 발생한다. 가까운 이의 자살 시도로 영향을 받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약 4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에서는 자살유가족의 자살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8.3배 높다는 발표도 있었다. 국회자살예방포럼측은 "남편이 자살할 경우 아내의 위험은 16배, 아내가 자살할 경우 남편의 자살은 46배에 달할 만큼 심각하다는 해외 발표가 있지만 국내의 경우 자살유가족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제대로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유가족의 경우 경제적 궁핍, 정서적 위험 등 복합적 심리적 재난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 관심과 배려가 더욱 필요하지만, 유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도움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서비스는 거의 전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친구들은 이러한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자조 모임을 열며 정서적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해외와 같이 자살유가족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교류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18일 열리는 행사는 자살유가족 당사자들이 직접 기획한, 기존 관 중심의 형식적인 행사에서 탈피한 첫 행사로 따뜻한 분위기에서 생명의 연결 바느질, 영상 감상과 이야기, 공연, 함께 식사하기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그동안 자조서클-애도 프로세스-공동체 대화에 참여해왔던 유가족들과 그들의 이웃, 친구, 동료들이 참여하며, 관심있는 사람 누구나 신청을 통해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유가족이면서 친구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김혜정 씨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은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절망, 충격을 겪게 됨에도 우리 사회는 자살을 입에 조차 올리기 두려워하고, 충분한 애도의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유가족들이야 말로 고통을 겪는 다른 유가족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다 존재"라고 밝혔다. 김 씨는 "나 또한 자조모임 프로젝트를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는 걸 경험했다"며 앞으로 이러한 모임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구들은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 국민해결2018’ 의 소셜리빙랩 사업으로 선정돼 9월부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단법인 시민, 희망제작소가 지원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