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사회적경제 현장을 가다-성동구] 6부. 서해 활어 실린 배가 뚝섬나루로~뚝도 시장에 새바람 분다
[풀뿌리 사회적경제 현장을 가다-성동구] 6부. 서해 활어 실린 배가 뚝섬나루로~뚝도 시장에 새바람 분다
  • 홍은혜 인턴 기자
  • 승인 2018.1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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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청년·구청·민간단체 모여 청년 점포 만들고 지역문화자원 연결
이상경 성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전통시장 활성화, 민간주도 아이디어에서 출발”

‘사회적경제 핵심은 지역, 지역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다.’ 

‘사회적경제’가 지역에 스며들며 주민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역에 뿌리내린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지역이 겪는 사회 문제에서 출발해 해결에 나서고, 이는 지역 내 고용창출로 이어져 가장 작은 단위의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운넷>은 지역이 가진 특색을 살린 맞춤형 모델로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공동체 회복 등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경제 현장을 찾는다. 

그 첫 번째는 성동구편이다. 성동구의 소셜패션, 안심돌봄, 자활 일자리, 마을치과, 뚝도시장 등 성동만의 색깔을 자랑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이야기를 프롤로그 포함 총 7부에 걸쳐 소개한다.

‘1년에 한 번, 서해의 활어를 실은 배가 성동구 뚝섬나루까지 들어오는 날이 있다!’

뚝도시장에서 한강을 통해 들어온 싱싱한 활어를 갓 손질해 맛볼 수 있는 ‘뚝도선상활어축제’ 얘기다. 

성수역 부근 한강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뚝도 시장. 2015년 첫 뚝도선상활어축제를 시작으로 활어축제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뚝도 시장 한마음 가을축제’가 열렸다. 

성동구의 대표적인 활어 판로로 자리잡아가는 뚝도 시장도 5년 전까지는 주변에 들어서는 대형마트에 사람들의 발길을 뺏긴 전통시장의 모습이었다. 평범한 전통시장이 축제의 장이 되기까지에는 뚝도시장 상인들과 민간단체들이 모여 시장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온 과정이 있었다. 

“성동협동사회경제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성동구 안의 사회문제를 서로 도와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어요. 그래서 주목한 것이 전통시장이었습니다. 뚝도 시장은 1968년 문을 열고 서울의 3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번성했었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시설도 낙후되면서 상점이 400여 개에서 130여 개로 줄었어요. 더구나 성수전략정비구역에 걸치면서 재개발 이슈가 떠올랐지만 정작 개발은 미진해 장기간 침체가 이어졌습니다. 뚝도 시장 내 70%의 점포가 임대 형식이었는데도 장사가 안 되니 가게 문을 닫고 수제화 공방으로 재임대하는 경우가 허다했었죠.”

이상경 성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이 말하는 당시 뚝도 시장의 모습이다. 

녹록치 않은 상황에, 성동협동사회경제추진단이 나섰다. 추진단은 성동구의 사회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해보는 뜻을 가진 활동가 3명이 2012년 의기투합해 만든 지원 조직이다. 이 센터장도 당시 멤버였다.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결국 상인과 주민이다. 추진단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역 내 사회적경제 공동체들과 함께 직접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법을 논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성동구 안의 무너져가는 공동체를 회복하고 싶었어요. 힘들어도 무너지지 않고 당사자들이 모여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나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조직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동으로 문제를 발굴하기 위해 상인들이 직접 논의에 참여한 것’ 자체가 사회적경제 방식의 문제해결이라는 것이다. 

추진단은 3년 간 서울시 시범사업인 생태계조성사업단을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을 시작했다. 추진단이 맨 처음부터 뚝도 시장에 집중한 것은 아니었다. 

“맨 먼저 성동지역 전통시장의 지역자원을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전통시장 4곳의 상인들에게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해 전통시장의 현황과 과제를 조사했습니다. 그후 3차례의 민·관포럼을 가져 성동구청, 시장상인회장들과 조사 내용을 공유해 협의점을 찾아나갔죠.”

이 센터장은 "민·관포럼은 시장연구조사를 실질적인 논의와 행동으로 잇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민·관포럼은 시장연구조사를 실질적인 논의와 행동으로 잇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전통시장 4곳 모두와 협의를 할 수는 없었지만, 추진단은 그 중 시장 활성화 의지가 강했던 상인자치회인 뚝도상가번영회(이하 ‘상인회’)와 협력 사업을 모색했다.

이 센터장은 “상인회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재개발이 확실치 않은 침체된 시장에서 10년 만이라도 상인들이 문을 닫지 않길 바랐다”며 “그처럼 마음과 방향성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협력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디자인=유연수 디자이너.

◇ 1천명이 찾는 축제 ‘뚝도시장 가는 날’… 시장 시설도 개선하며 분위기 전환

2013년부터 추진단은 뚝도 시장 내 모든 상인이 속해있는 상인회와 함께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문화축제’가 그 답이었다. 한 순간에 손님을 시장으로 끌어오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다. 

“편리한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전통시장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죠. 뚝도시장을 주민들이 즐길거리가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축제의 이름 결정부터 구성까지 전 기획과정에 상인들이 직접 참여했다. 성동구 소재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체험프로그램과 물품을 판매하는 부스, 다양한 문화공연이 이틀간 축제를 채웠다. 시장 안쪽에서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도 도로로 나오고 추석 기획 상품이 판매대에 전시됐다. 

이 센터장은 “축제에서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연을 하자 유모차를 끈 엄마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기존에는 어르신들만 찾는 평범한 전통시장의 이미지에서 문화와 체험이 있는 활기찬 공간으로 뚝도시장의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4년도 2회 축제 때는 상인회 임원들의 참여도가 더욱 높아졌다. 

'뚝도시장 가는 날'은 공영추자장을 활용해 10개의 예술공연과 7개의 문화체험마당을 진행했다.
'뚝도시장 가는 날'은 공영추자장을 활용해 10개의 예술공연과 7개의 문화체험마당을 진행했다.

문화축제 기획 경험에 힘입어 상인회는 시장 공동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센터장은 “문제 중심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그 해결방안을 논의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점포들이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버리는 문제와 공동화장실 관리 문제가 심각했어요. 이외에도 ‘콩나물을 함께 재배해서 시장 상인들에게 싸게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 ‘공용주차장을 활용할 방안은 없을까?’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오갔습니다.” 
그 중 공용주차장 활용 방안, 화장실 보수 사업 등 아이디어는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 現)중소벤처기업부)과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지원 사업을 받아 실행에 옮겼다. 지금도 회비를 통해 공용화장실 관리를 자체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 “시장으로 발걸음 끌어들이자” 민간사업단 ‘뚝도 기획단’의 2년, 성과를 내다

시장 환경개선과 일시적인 문화축제로 실질적인 1년 살이를 기획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시장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추진단과 ‘컬처폴’ ‘(사)뚝도시장번영회’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해피브릿지외식창업센터’가 ‘뚝도기획단’으로 뭉쳤다. 

<으랏차차! 뚝도기획단, 이름만큼 힘찬 뚝도 시장 일으키기>
 

① ‘서울 속 마을여행’ 발굴

지역역사자원인 '조선시대 이성계 사냥터'를 테마로 한 '뚝도사냥축제'에 4000여 명이 방문했다.
지역역사자원인 '조선시대 이성계 사냥터'를 테마로 한 '뚝도사냥축제'에 4000여 명이 방문했다.

서울시의 ‘서울 속 마을여행’ 사업을 통해 성수동의 사회적경제자원과 문화자원을 발굴했다. 성수동 SE둘레길을 개발하고 마을해설가를 양성해 무학여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둘레길 투어를 진행한 것이다. 또한 성수동 일대가 조선시대 왕들의 사냥터였던 특색을 활용해‘뚝도사냥축제’를 기획했다. 뚝도시장 안을 아이들의 사냥터로 조성하고 사회적경제기업의 부스, 문화공연을 가미했다. 기존 이성계 행차 행사가 뚝도시장을 지나게 해 볼거리도 만들었다. 

 
② 뚝도활어축제 기획

뚝섬나루에서 공수한 활어를 공동작업장에서 바로 살 수 있다. 올해 축제에서는 꽃게도 함께 취급했다.
뚝섬나루에서 공수한 활어를 공동작업장에서 바로 살 수 있다. 올해 축제에서는 꽃게도 함께 취급했다.

이 센터장은 “전통시장이 공산품으로 대형마트와 경쟁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시장만의 특색있는 먹거리 특화”라고 말했다. 이들은 뚝도시장에 ‘활어시장’의 새 정체성을 부여했다. 뚝도시장의 기존 저녁 먹거리 자원에 ‘활어’를 더했다. 뚝도시장이 한강에서 불과 250m 거리에 위치하므로 서해의 활어를 실은 배가 뚝섬나루까지 들어와 뚝도시장에 싱싱한 활어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성수수제화거리, 뚝섬한강공원 등 주변 관광자원과의 가까운 동선을 활용해 관광객과 주민을 밤에 뚝도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활어축제는 서해 5도의 활어를 실은 배가 뱃고동을 울리며 뚝섬나루에 입항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장 내부 공동작업장에서 손질한 활어를 시중가보다 싼 가격에 바로 먹을 수 있다. 
 

③ 중기청 골목형시장 육성사업 선정 

중기청 공모사업의 일환인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을 통해 7개의 '뚝도청춘상회'가 탄생했다.
중기청 공모사업의 일환인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을 통해 7개의 '뚝도청춘상회'가 탄생했다.

뚝도기획단은 사업계획을 통해 뚝도시장이 중기청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으로 선정되는 데 기여했다. 이 사업은 도심에 위치한 전통시장이 차별화된 문화콘텐츠 제공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1시장 1특색’의 특화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뚝도시장은 빈 점포를 활용한 청년창업지원과 활어 특화에 집중했다. 
 

④ ‘컬처폴’의 시장 속 경제학교

'시장 속 경제학교'의 교실이 된 뚝도기획단 사무실. /사진=컬쳐폴.
'시장 속 경제학교'의 교실이 된 뚝도기획단 사무실. /사진=컬쳐폴.

문화활동을 위해 네 명의 청년이 뭉친 ‘컬처폴’은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시장 속 경제학교를 열고 성동구 중·고교생들에게 소비자 심리, 일일 점포 운영 등 시장경제학을 가르쳤다. 

시장 안에 터를 잡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온 뚝도기획단은 2016년으로 활동을 마쳤다. 기획단은 사라졌지만, 뚝도 시장의 분위기는 2년 전과 확실히 다르다. 그저 수제화 작업 공간으로만 임대하던 시장에 활어축제가 열리고, 청년 상인들이 젊은 바람을 불어넣는 시장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뚝도기획단은 무학여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전통시장과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소개하는 공정여행도 진행했다.
뚝도기획단은 무학여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전통시장과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소개하는 공정여행도 진행했다.

이 센터장은 “구청과 민간사업단이 바통을 받아 시장활성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추진단과 시장 상인, 지역 사회적경제 주체들 뚝도기획단으로 모여 협의해온 시도가 시장 활성화의 ‘촉진자’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문화축제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변화는 뚝도 시장이 동네 어르신들만 이용하는 상권에서 지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접하고 문화예술 축제가 이뤄지는 활기찬 공간으로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이에요. 뚝도 시장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뿌듯한 점이죠. 활어축제는 구청 자체사업으로 매년 이어지고 있고 올해에도 ‘뚝도 시장 한마음 가을축제’가 열렸어요. 또한 2016년에 김 강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단장을 주축으로 한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을 통해 7개 뚝도 청년 점포를 개업했었는데 지난해에는 9개점로 확장했습니다.”

# ‘웨그앤코’는 뚝도 시장 안에 자리한 청년점포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청년들이 직접 디자인한 반려동물 용품을 팔고 반려견 미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용품은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이외 점포들은 닭강정, 수제맥주 등 먹거리 점포들이다. 이 센터장은 “올해 4월 지원 사업 종료 후 살아남기의 과제를 안고 있지만 몇 몇 청년들이 점포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며 “타 청년창업 지원 전통시장에 비해 잘 운영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협동조합이 뚝도기획단의 활동을 이어받아 중기청 청년창업지원사업을 진행해, 현재 뚝도청춘협동조합(가칭)을 인큐베이팅 중이다.

이 센터장은 “새로 선출된 상인회 임원들도 시장 활성화 방향을 늘 염두에 두고 활동한다”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도의 아이디어 발굴과 시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규모가 큰 사업의 경우에는 적절한 인력과 자원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그 역할에 특화된 민간 영역이 시행을 담당하고, 정부가 행정 분야를 맡아 보완구조를 이루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제공. 성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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