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청소년문제 우린 다르게 푼다”
“사각지대 청소년문제 우린 다르게 푼다”
  • 라현윤 기자
  • 승인 2018.11.15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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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 온’ 통해 성장한 4개 비영리기관 소개
사각지대 청소년 문제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
온라인 모금함 등으로 발표기관 모금 등 투자처 모집

사각지대 청소년 문제를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비영리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4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는 아산나눔재단이 주최한 '2018 파트너십 온 데모데이'가 열렸다. 이날 자리는 재단이 3년 간 지원한 4개 비영리기관의 성과를 소개하고 투자자를 찾는 행사다. 재단은 사각지대 청소년 문제를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해결하는 비영리기관에게 연 3년간 6억 원의 재정지원과 교육, 컨설팅 등의 비재정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이날 소개된 4개 기관은 느린 학습자, 시각장애, 학교밖 청소년, 성 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을 돕기 위해 새로운 문제해결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4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는 아산나눔재단이 주최한 '2018 파트너십 온 데모데이'.(사진제공.이명희)

◇ 느린 학습자에게도 정보 평등의 기회를 ‘피치마켓’ 

# 경준(가명)이는 느린 학습자다. "뭐 먹었어?", “무슨 게임 해” 정도가 평소 가족들이 경준이와 나누는 대화다. 그런 경준이가 최근 아빠와 ‘사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평소 문장 이해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경준이가 이러한 어려운 주제로 아빠와 대화할 수 있게 된 건 느린학습자 전용으로 만든 콘텐츠 ‘쉬운 글 뉴스’를 보고 나서다. 

‘쉬운 글 뉴스’는 느린 학습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 콘텐츠를 제작·확산하는 비영리단체 '피치마켓'이 제작한 콘텐츠다. 느린 학습자는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 등 인지능력, 독해력, 어휘력이 낮아 연령대와 맞지 않는 아동용 도서만 읽어야 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는 “느린 학습자인 대다수 청소년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에는 동화책 외에는 읽지 못하며, 안부 인사를 묻는 것 말고는 서로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눌만한 대화거리가 없어 친구 사귀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사진. 피치마켓 홈페이지)
피치마켓은 느린 학습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 콘텐츠를 제작·확산한다.
사진 출처=피치마켓 홈페이지 

피치마켓은 이들의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원활한 소통을 돕기 위해 느린 학습자를 위한 독서환경을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 때는 문장을 구체화하거나, 긴 문장을 쪼개 쓰고, 어려운 단어를 쉬운 어휘로 변경하며, 친숙한 삽화를 넣는 등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그동안 이렇게 만들어진 책만 28권이며, 뉴스기사가 3000건에 이른다. 

경계선지적장애 청소년 자녀를 둔 한 엄마는 “아이가 피치마켓의 책읽기를 꾸준히 하면서 쓰기도 어려워하지 않고 내용도 풍부해지는 등 언어에 대한 친밀감이 높아졌다”며 “어쩌면 사회에서 함께 살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피치마켓에서는 느린학습자를 대상으로 △독서교육과 △독서동아리 개설, △독서멘토 양성, △느린학습자 전용 ‘시끄러운 도서관’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초기 50명이던 쉬운 글 뉴스 구독자는 4년 만에 12000명으로 늘었고, 독서교육 참여자도 3명에서 2000명으로 확대됐다.

함 대표는 “아무리 좋은 정보도 읽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느린학습자의 실질 문맹과 정보 평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국내 100만명 느린학습자의 사회·정서적 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시각장애인이 미술교육을?’ 편견 깨고 미술교육 지원하는 '우리들의 눈'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우리들의 눈과 함께 미술을 계속하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박한결 씨는 ‘우리들의 눈’이 배출한 첫 미술대학 입학생이다. 박 씨는 시각장애인이다. 

'우리들의 눈'은 미술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시각장애 청소년들을 돕는다.
사진 출처=우리들의 눈 홈페이지

‘우리들의 눈’은 박 씨와 같이 미술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시각장애 청소년들에게 미술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다. 엄정순 디렉터는 “‘보이지도 않는데 쓸데없이 미술은 왜 하나?’라는 인식이 미술교육의 사각지대를 만든다”며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교육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1996년 사업을 시작한 ‘우리들의 눈’은 20년 넘게 전국 맹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교육, 작품전시, 점자촉각책 제작, 교육용 앱 개발 등 창의적인 교육·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시각장애인들이 이미지로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를 만들어왔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각장애 미술교육 사례집 등 다수의 도서들을 발간했다. 

엄 디렉터는 “다음달이면 두 번째 미술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 탄생한다”며 “‘시각장애인=안마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들의 눈’은 이후 사업을 전국으로 확장하고 문화기획자 등 여러 영역의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 학교 밖 청소년에 뉴미디어예술교육 '꿈이룸학교'
‘좋아하는 색에도 소리가 있을까요? 아두이노를 활용해 색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사라져가는 대전 재개발지역의 근현대건물을 3D모델링으로 기록했어요.’

꿈이룸학교 최초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졸업 전시회에서 선보일 내용들이다.

대안학교인 꿈이룸학교는 내년 1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전시회는 배움의 마무리이자 세상에 자신을 소개하는 첫 자리다. 이곳의 졸업생들은 스스로 워크숍을 기획하고 학교로 찾아오는 이들과 졸업 작품도 함께 만드는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은 “너무 많은 걸 얻었다. 졸업 전에 2년 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한 책을 만들어 소중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최초의 뉴미디어·예술 대안학교인 '꿈이룸학교'
사진 출처=꿈이룸학교 홈페이지

꿈이룸학교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최초의 뉴미디어·예술 대안학교다. 뉴미디어에 대한 독자적인 교과 과정도 개발했다. 이곳에는 17세-20세 다양한 학교 밖 청소년이 함께하며 2년 6학기로 IT, 예술 중심의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성장하기를 바란다. 수업에서도 의사소통과 협업을 중시한다.

우소연 꿈이룸학교 교장은 “청소년이 다양한 뉴미디어 창작 도구로 예술활동을 하고 다가오는 시대에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고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성매매 조장하는 사회 바꾸자 '십대여성인권센터' 

“처음에는 많이 무섭고 두려웠어요. 제가 겪은 일들이 센터 선생님들께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걱정됐고 창피했기 때문이죠. 막상 가보니 선생님들은 경청해주셨고 변호사님들이 든든히 지원해 주시는 모습에 ‘참 따뜻한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돌아갈 힘을 얻었어요.”

십대여성인권센터를 통해 상담 및 통합지원을 받았던 청소년의 이야기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성착취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들에게 맞춤형 통합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이후 전문 상담원과의 상담 연계로 피해 아동·청소년의 현 상황, 필요와 욕구를 정확히 파악한 뒤 법률·의료·심리·주거·일자리 등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이들이 존엄성을 회복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대활동 등을 통해 성매매를 유인·알선·조장하는 사회환경 변화에도 앞장선다. 2016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국내 최초로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고,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개정안 발의에도 적극 나섰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문제아이들, 방탄한 아이들로 보는 낙인과 비난의 시각에서 벗어나 특별한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우리 아이들로 사회적 시선을 바꿔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십대여성인권센터 전시사진)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성착취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들에게 맞춤형 통합지원한다.
사진 출처=십대여성인권센터 전시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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