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도 그치고…낙엽과 함께 축제를

가을비가 내린 지난 10월 26일. 성북구 길음동에 있는 해맑은 어린이공원은 분주했다. 공원 바로 옆 계성고등학교 ‘계성샛별사회적협동조합’(이하 계성샛별)이 주최하는 ‘같이X가치’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현장에서 만난 조수연 계성샛별 이사장은 “오전부터 비가 와서 축제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의 애를 태우며 낮 시간까지 내리던 비는 축제를 돕기라도 하듯 때 맞춰 멈춰 주었다.

참여자들은 가을비가 바닥에 흩뿌려 놓은 낙엽들 사이로 의자를 놓고, 그 주위에 부스를 세우며 바쁘게 움직였다. 비를 막기 위해 덮어두었던 음향장비들도 제자리를 찾았다. 이 날 축제에는 한살림, 두레생협, 길음복지관, 신협 등 성북관내 협동조합 및 마을기업이 참가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1일 창업부스’도 열렸다. 현장에서 만난 계성고 김노수 교감은 “1일 창업팀에는 서류, 인터뷰를 거친 6개 팀이 참가했다”면서 “1일 창업 준비를 위해 20만원을 지원해 주었는데, 학생들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지 궁금하다”고 즐거운 기대를 내비췄다.

비가 내려 축제 준비는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속속 오면서 금세 축제 준비를 마쳤다. 하교 후 학생들이 몰려들며 공원은 이내 축제의 장으로 시끌벅적해졌다.

#. 공원 가을 하늘이 학생들 웃음소리로 채워지고 있다 

“안녕하세요. 잠깐 들러서 구경하고 가세요~”
“뭐에요? 축제 같은 거 하나봐”

학생들이 나눠주는 팜플렛을 받고 일부 주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축제 현장을 둘러봤다. 축제는 운영본부에서 나눠주는 쿠폰으로 즐길 수 있었다. 쿠폰을 이용해 부스 체험 및 구매하고 스티커를 모은 뒤 시식권으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시식권은 길음복지관이 운영하는 ‘소리마을카페’에서 음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축제에 참여한 소리마을카페 김경예 바리스타는 “학생들을 보니 뿌듯하다면서, 함께 어울려 서로 보면서 배우고 하는 자리가 마련돼 좋다”고 말했다.

“이 가발 한번 써봐”, “하나, 둘, 셋~!” 

할로윈 코스튬과 포토존을 준비해 온 길음중학교 사회적협동조합 정미교 이사장은 “학생들이 축제에 참여하면 창업이나 아이디어에서 다를 듯하다”며 “학생들이 준비한 부스를 체험해 볼 예정이고 학생 참여나 학생 주도 활동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이 가장 먼저 생긴 나라는 어디일까요?” 
“영국이요!” 

무대에서는 김경서 아트버스킹 대표가 진행하는 협동조합 토크쇼가 열렸다. 퀴즈를 맞춘 일부 학생들이 선물을 받았다. 

정릉신협 박창완 이사장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협동조합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강의를 마치고 “민주사회에서 협동, 협력이 중요한데 관련 커리큘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하는 생활 자체가 교육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에 협동조합이 생겨나는 게 고무적”이라며 “협동조합의 가치가 조합을 넘어서서 학교 전반으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축제 홍보를 위해 주민들에게 팜플렛을 나눠준 2학년 권소진, 변영은 학생은 “주민들이 호응을 잘 해주시고, 축제를 찾아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주어 기쁘다”고 말했다. 비가 내려 날씨는 쌀쌀해졌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늘어났다. 

“슬라임 해볼래?”

아이와 함께 축제를 찾은 주민들은 슬라임을 만지작거리며 까르르 웃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해했다. 

캐리커쳐 부스에 자리한 아이는 그림 그리는 학생이 신기한 듯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바로 옆에서 눈구름 무드등 LED 조명이 켜지자 “와~ 예쁘다”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밖에서 소리가 나 들렸다는 지역 주민 임연정씨는 “예전에는 이런 문화가 없었는데 건전해서 좋고, 여기 있는 학생들이 아주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 그녀는 주말에 올 손녀에게 줄 선물이라며 구름무드등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 우리는 1일 사장님! 수익금은 위안부할머니들에게

1일 창업팀에는 수제립밤, 할로윈 마카롱&머랭, 유기견뱃지, 메모, 스티커를 통한 다양성 이해, 슬라임 만들기, 캐리커쳐&구름무드 등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다. 조 이사장은 1일 창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저마다 사회적 의미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천연립밤으로 1일 창업에 도전한 계성고 1학년 강정연, 배모연, 장수현, 윤재영 학생은 수익금 전액을 위안부할머니를 돕는데 기부하기로 했다. 배모연 학생은 “중학교 때 사회동아리 활동으로 진행했던 위안부 캠페인이 생각나서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생각했다가 남녀노소 사용할 수 있는 립밤으로 결정했다며 “준비는 힘들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구입했다”며 뿌듯해 했다.

축제 말미는 교내 밴드부가 장식했다.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준비한 곡들을 소화하며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밴드부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는 딸을 보러 왔다는 김은아씨는 비가 와서 손님이 적으면 어쩌느냐고 딸에게 물었더니 ‘준비 과정이 재밌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답했다면서 “학생들이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축제가 한창 진행되자 주최자와 후원, 방문객 구분이 없어졌다. 막바지에는 준비해놓은 축제 쿠폰이 모두 떨어져 주민들이 운영본부에서 한동안 줄을 서기도 했다. 학생들은 축제를 운영하면서도 다른 지역 협동조합 부스를 들렸고, 축제에 참여한 지역단체들 역시 학생들이 만든 부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운영본부에서 공식 일정이 끝났음을 알렸지만, 일부 학생들과 주민들은 계속 남아 축제의 여흥을 즐겼다.

계성샛별사회적협동조합과 같이×가치 축제

계성고등학교의 계성샛별은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 주민이 조합원으로 활동한다. 교내 매점운영, 지역 행사, 교내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2016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같이X가치 축제는 계성샛별이 교외에서 개최한 첫 번째 행사다. 서울시에 축제 공모를 직접 냈다. 계성샛별이 주관하고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신협, 카카오 공익모금, 길음복지관이 후원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도 참여했고, 구체적인 기획, 축제 준비, 운영 등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행사를 꾸몄다.

축제를 준비한 계성샛별 학생이사 장지현, 방수영 학생은 “마을에 다양한 협동조합이 있는 걸 알게 되고,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협동조합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생으로 이런 축제를 준비해 볼 수 있어서 아주 값진 경험”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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