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부 탄자니아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중간에 경유지를 거쳐 가면 4박 5일이 걸리는 머나먼 땅. 인구는 약 5천9백만 명으로 132개의 부족으로 형성된 나라다. 독일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곳으로 소득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위생 수준이 떨어지고 질병에 걸릴 위험도 크다. 가난과 더불어 말라리아, 에이즈, 결핵 등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라. 이곳에서 5년째 선교활동을 하는 한국인이 있다. 79세의 김상도 탄자니아 음빙가 간호대학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연세대학에서 신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외국계 기업 한독 약품 훽스트 코리아 임원과 캐리어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은퇴 후 탄자니아행 비행기를 탔을 당시 그의 나이는 75세. 국제 로터리 클럽 (국내 한수 로터리 클럽) 봉사 단체에 가입해 20년간 봉사 활동도 꾸준히 한 그였지만 탄자니아는 주변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인생을 그냥 착하게 사는 게 모토였죠.”

김 교수는 은퇴 이후 사업을 시작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 ‘인간을 믿어 받은 대가’가 가져온 느지막한 나이의 방황도 컸다. 

“눈물로 등산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이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주님의 음성이 들리더군요.”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봉사활동을 결심했다. 탄자니아 다르에스 살람에 있는 연합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고 선교활동을 했는데 벌써 4년이 흘렀다. 해가 바뀌면 그는 우리나라 나이로 80이 된다.

선교나 봉사활동이라면 국내에서도 할 수 있다. 왜 아프리카였을까.

“직장을 다닐 때도 국내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죠. 구청 노인복지관에서도 활동하고. 그러다 해외로 시야를 넓혀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외 봉사 활동 기회를 살폈는데, 동남아시아는 지리적으로 너무 가까워서 선교 활동하다가 어려움에 직면하면 마음이 흔들리고 금방 한국으로 돌아올 것 같았어요. 어려움에 처해도 돌아오기 어려운 먼 곳을 택했습니다.”

탄자니아에 있는 후배와 연이 닿았다.

“후배가 그곳에서 대학을 설립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에서도 부족 분쟁이 없는 나라이기도 해 비교적 안전하죠.”

2015년, 기업에서 터득한 실무를 가르치고 선교 활동하는 것으로 그의 아프리카 생활(2015년)은 시작됐다. 

“100달러를 가지고 갔습니다. 그해 10월 탄자니아에 도착해 다르에스 살람(Dar es Salaam)에 소재한 탄자니아 연합대학교(The United African University of Tanzania: UAUT)경영대학에서 학장 겸 교수로 재직하며 봉사했습니다.”

2016년도에는 주말에 탄자니아 소재 한국인 NGO인 글로벌 투게더(Global Together)에서 소액 대출을 받은 중소상인들에게 비즈니스 컨설팅을 강의하고, 2017년에는 UAUT에서 행정 및 재정 담당 부총장으로 근무하면서 교회 선교 활동을 병행했다. 그의 탄자니아 봉사활동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다.

미혼모에게 생필품 옥수수를 전달하며 선교활동을 펼치는 모습
/사진제공=김상도 교수

탄자니아에서 1200km 떨어진 음빙가에 간호대학 설립 목표를 세우다

그가 거주했던 다르에스살람은 나름 번화가다. ‘올해는 나를 더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 다르에스살람에서 1200킬로미터 떨어진 음빙가라는 오지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탄자니아 전체로 한국인은 300명 정도이지만, 한국인은 오직 자신 혼자인 음빙가에 정착해 그곳에 간호대학을 설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경영학 교수다. 대학 신학 전공을 생각하면 선교활동까진 이해가 가지만 간호대학 설립은 또 다른 맥락으로 들렸다. 

“탄자니아는 성에 대한 개념이 부족합니다. 좋으면 어린 나이에도 관계를 하죠. 15세 미만의 미혼모들이 많습니다. 낙태는 금지돼 있고요. 이들에게 올바른 성 교육은 절실해 보였습니다. 현실적으로 부족한 간호사나 조산사를 양성할 필요성도 느꼈고요. 간호 대학을 설립하자 맘을 먹었습니다.”

음빙가 간호 대학 설립은 현재 탄자니아 정부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지역 병원에서 교육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신축 공사를 하고 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땅바닥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건축 비용의 절반인 2만 달러를 미국의 어느 익명의 독지가가 보내준 덕이다. 2019년 9월 개교가 목표다. 학장 1명과 교수 6명, 행정요원 5명 등도 모집 중이다. 현재는 의료 지식이 있는 세계선교사 2명이 주축이 돼 일을 추진하고 있다. 

“급여는 자원봉사활동 수준으로 드릴 수밖에 없어요. 현지인을 고용할 정도의 자금 여력도 없고.”

간호사 과정은 2년, 조산사 과정은 3년으로 진행하고, 수강 인원은 30명(남10명, 여 20명)으로 하고 있다. 수강료는 현재 받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는 1년에 150만 실링(원화 약 80만 원)을 받을 예정이다. 이 경비 안에는 기숙사비, 식대, 실습비 등이 포함됐다.

탄자니아 정부로부터는 특별한 지원 없이 온전히 후원금으로만 운영 중이다. 김 교수 역시 지인들의 후원금 또는 이름 모를 이들의 기부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신축 중인 간호대학 현장 /사진제공=김상도 교수

미혼모 돌봄 센터(해피 홈)을 만들 것

김 교수는 “15세 이하의 미혼모들은 성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임신이나 출산, 육아에 대한 개념이 없다”며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표현보다는 성 의식이 없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말한다.
 
그는 미혼모 돌봄 센터, ‘(가칭)해피 홈’도 만들 계획이다. 책임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부모의 반열에 올라 간 아이들을 위해 사회적으로 적응하고 생활력을 길러주고 싶어서다. 

“직업 교육과 돌봄 교육을 시키는 미혼모 돌봄 센터를 만들려 합니다. 그곳에서 미싱 교육과 육아교육을 함께 하려 합니다.”

김 교수는 교육 사업뿐만 아니라 가난을 우선 해결하기 위해 염소를 분양하고 있다. 염소 암 수 10마리를 각 가정에 분양해 새끼를 치는 형식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그는 “염소는 키우기도 편하고, 탄자니아 사람들은 염소를 좋아한다”며 “염소를 분양받아 다른 가정에 다시 주는 형식으로 계속해 그 수를 늘려나가는 방법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알비노 환자들과 함께/사진제공=김상도 교수

“알비노 환자에게 안경을 선물하고 싶은데…”

탄자니아는 음식에 돌이 많이 섞여 있다. 순간 부주의로 음식을 먹다가 이가 부러졌다. “나이가 드니…” 이번 귀국은 치아를 치료하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치아 치료가 끝난 다음 달 탄자니아로 향한다. 

“알비노에 대해 잘 모르시죠?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는 백색증이라 부르는 알비노 환자에 대해 인간 이하의 대우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을 성당에서 보호해 줍니다. 저도 천주교 주교의 부탁으로 알비노 환자들을 1주일에 한 번씩 돌봐주고 있어요. 빵을 주고 성경 공부를 하면서 대화하는 것이 전부지만요.”

이들은 선천적으로 멜라닌 색소가 없어서 피부가 백색이다. 피부가 완전히 자외선에 노출되기 때문에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 치료비가 매우 비싸서 치료는 엄두가 나지 않는데 시력도 매우 약해서 외출 시에는 안경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안경을 해 주고 싶은데 이 또한 후원금으로 해야 하는 형편이니.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외롭지 않고 선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선한 도움을 준다고 믿습니다.”

평생 성공한 길을 걸었다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은 삶으로 보이는데, 일흔이 넘어 이런 봉사활동을 선택하는 데는 어떤 깨달음이 있었던 걸까. 그의 하느님은 이번에도 그의 기도를 들어주리라.

김상도 교수 이메일 : dankim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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