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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의 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드림키퍼즈' 간판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디 찾아가세요?”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며 같은 곳을 오가니 부동산 아주머니께서 물었다. “드림키퍼즈를 찾고 있다”고 답했더니 “성교육 하는 곳?”이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제대로 길을 찾자 드림키퍼즈 간판이 바로 보였다. 지하 1층에 자리한 드림키퍼즈, 외관과 다르게 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비밀 아지트(?) 같았다.

‘드림키퍼즈’(김미희 이사장)는 서울 구로 지역 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세 곳이 힘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이다.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 제과제빵을 통해 발달장애인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두리하나’, 청소년 학업, 성문제, 가정문제 등을 다루는 ‘따뜻한마음청소년센터’다. 드림키퍼즈라는 이름 아래 모였지만, 각각 다른 일들을 한다. 앞서 언급한 ‘성교육 하는 곳’이라는 부동산 아주머니의 대답은 맞지만 부족한 답이기도 하다. 

내부에는 카페와 제빵실, 성문화센터, 상담실, 회의실, 사무공간 등이 갖춰져 있었다.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갖춘 성문화센터는 입구부터 출구까지 교육콘텐츠가 즐비했다. 임신 개월 수에 따른 태아모형, 임산부 체험을 위한 장비 등이 눈에 띄었다. 제빵실에서는 직원분이 빵을 만들고 있었다. 알 듯 말듯 한 공간,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한동안 공간 이곳저곳을 둘러봐야 했다. 

문경목 드림키퍼즈 아트스페이스센터 팀장, 김미희 드림키퍼즈 이사장,
조하연 드림키퍼즈 아트스페이스센터 센터장(왼쪽부터)의 모습.

“공간이 특이하죠? 여기는 성문화센터고 옆에는 강의실, 여기는 상담실이에요.”

조하연 드림키퍼즈 아트스페이스센터 센터장(이하 조 센터장)은 신기한 듯 공간을 둘러보는 기자에게 공간을 직접 설명해줬다. 공간을 모두 둘러본 후 조 센터장, 문경목 드림키퍼즈 아트스페이스센터 팀장(이하 문 팀장), 김미희 드림키퍼즈 이사장(이하 김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드림키퍼즈 만들어가는 과정…협업 통한 자체 콘텐츠 만들어야”

구로 드림키퍼즈는 2017년 서울시가 주관한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창출 사업’에 선정되면서 올해 2월에 개소했다. 드림키퍼즈 아래 함께 모인 세 곳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조 센터장은 “우리도 아직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며 “협업구조를 만들어낸 첫 사례가 되길 바란다. 향후 1~2년 진행하고 정리가 되면 다른 지역 협업사례에 조언도 하고, 우리 사례를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문화센터 벽면을 채우고 있는 교육 도구들. 인체모형, 인형, 체험 장비 등이 갖춰져 있다.

조 센터장은 “협업이 쉽지 않다”면서도 “한 달에 한번 만나서 일상적으로 회의하고 교류할 때, 가까이에서 밀도 있게 어우러질 때 보이는 게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드림키퍼즈로 함께 하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을 깊이 알 수 있고, 서로 필요한 부분도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급한 과제는 협업을 통해 드림키퍼즈만의 콘텐츠를 창출하는 데 있다. 조 센터장은 공모사업 사례를 예로 들었는데, 앞서 드림키퍼즈 이름으로 취약계층 아동 대상 공모사업에 지원했지만 ‘중복’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조 센터장은 “협업 구조가 낯선 게 당연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그런 지적이 이해가 된다”면서 “드림키퍼즈 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곁애가 진행하는 ‘시(詩) 테라피’는 드림키퍼즈 ‘더드림밴드’와 시를 노랫말로 바꾸는 일을 함께 하거나 곁애가 진행한 ‘구-로컬 아트트래킹’도 드림키퍼즈 내의 단체에서 협업이 가능한 사례다.

“드림키퍼즈, 지역에 뿌리 내리면 고용창출도 점차 이뤄질 것”

드림키퍼즈에서는 주민 대상으로 영화 상영, 마술 공연, 축구 단체관람 이벤트 등을 개최한다.

“오다보니 부동산 아주머니가 드림키퍼즈를 성교육 장소로 아시더라고요?” 기자의 질문에 “그런 분이 더러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 센터장은 “드림키퍼즈를 방문한 분들이 ‘드림키퍼즈는 교육하는 곳으로 알았지, 편하게 차 마시는 공간인지 몰랐다’고 말한다”며 “주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더드림밴드는 드림키퍼즈 내 아트스페이스와 구로 지역 일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밴드 공연과 별개로 아트스페이스에서는 주민 대상 영화 상영, 마술 공연, 축구 단체관람 이벤트 등도 진행했다. 

문 팀장은 “주민들에게 더욱 친밀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한 이벤트들을 통해 장소를 알리고, 자주 방문하도록  하다 보면 지역 주민들이 공간을 더욱 편하게 느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 역시 지역 주민들이 어울리고 편히 올 수 있는 공간을 우선시했다. 그는 “처음 기획할 때 지역 주민들 중에 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여기서 점도 봐주고, 수업 같은 걸 할 때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했다”며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 갈 수 것이 많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도 차츰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림키퍼즈는 다문화-지역주민 교류를 위한 '다다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구로는 다문화 가구가 서울시에서 노원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드림키퍼즈에서 다문화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다다미 프로젝트(다문화와 다함께 사는 것이 우리의 미래다)’를 기획한 이유다. 김 이사장은 “지역의 다문화센터를 통해 모집하면, 이미 정보나 커뮤니티를 많이 아시는 분들을 만나지 않을까 싶어 그냥 길거리에 모집 공고를 냈다”고 말했다.

현재 2기 교육을 진행 중이며, 지역주민 5명과 다문화주민 5명을 1:1로 매칭해 교육하고 있다. 이들이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같이 어울리고, 구로 지역에서 함께 사는 ‘이웃’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드림키퍼즈는 현재 시행중인 ‘다과 케이터링’을 확대하고, 식사 케이터링 ‘냠냠이 도시락’ 사업도 곧 시행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사회적으로 친환경 제품 사용을 권장해 케이터링 수요가 늘어났다”며 “관련 사업이 자리 잡으면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해 추가적인 인력채용도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드림키퍼즈' 제과제빵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음식들.

협업이 주는 현실적인 고충을 털어놓았지만, 다들 ‘그래도’를 빼먹지 않았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는 말이 연이어 나왔다. 지역을 위해 모여 지역을 함께 고민하고 부닥치며 만들어가는 공간, 대화를 나눌수록 비밀 아지트 같았던 첫인상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마치고 드림키퍼즈 내부를 이래저래 더 둘러보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조용했던 드림키퍼즈에 주민들이 찾아와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나눴다. 이내 공간이 꽉 찼다. 문 팀장이 대화 중 언급한 “오류동, 구로 사람들이 여기 와서 놀고,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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