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전문 기업 그로잉맘 (Growing Mom)은 부모의 행복권을 추구하는 소셜벤처다. 육아가 짐이 아니라 행복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로잉맘 사무실의 풍경은 다른 회사들과는 사뭇 다르다. 벽면 한쪽에는 대형 놀이매트가 걸려있다. 직원들이 아이 손을 잡고 출근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로잉맘 팀원 11명은 모두 엄마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회사에선 같이 놀아줄 돌봄 선생님도 불러준다.

팀원들은 모두 육아를 위해 하던 일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심리학, 아동학, 교육학 등을 전공한 석사 이상의 자격을 갖춘 고학력자들이지만 그 재능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여성들이다.

이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킨 이는 이다랑 그로잉맘대표다. 그는 심리치료 상담사로 일하며 현장에서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 우리는 왜 꼭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야 상담 센터를 찾아가는 건지, 혹시 그 이전에라도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높은 비용도 문제지만 전문가들이 가까이 없어 그 문턱을 낮추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

내 아이 기질과 부모 성향에 맞춘 육아 코칭

 

현대사회에서 육아 정보를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비싼 돈을 내고 전문가를 만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무료로 정보를 얻는 것이다. 육아정보의 홍수 속에 마케팅이란 옷까지 입혀지면 부모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 파도에 몸을 맡긴 다 해도 아이들은 똑같지 않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든 100% 내 아이에게 들어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소셜벤처 그로잉맘은 이런 엄마, 아빠들을 위한 회사다. 아이의 발달상황과 부모의 기질적 성향 등을 파악한 심리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화된 부모교육 컨설팅과 육아 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담교육전문가가 만든 온라인 육아 코칭 서비스 '그로잉박스'는 오프라인 대비 60% 이상 저렴하다.

 

“ 우리는 과도한 육아정보나 마케팅으로 인한 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2017년 법인을 설립한 이래로 그로잉맘은 온·오프라인으로 매년 3000명이 넘는 부모들을 만났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숫자만도 4만 명이 넘는다. 지난 5월 선보인 온라인 부모교육 프로그램 '그로잉박스' 베타버전에는 200여 명이 참여해 서비스의 품질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이 사용 후기를 바탕으로 한 업그레이드 버전이 오는 11월 말 본격 출시된다.

 

온라인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다양한 교재들

 

그로잉박스 서비스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먼저 ‘육아행동분석 서비스’이다. 그로잉맘에 접속해 기초 설문지를 작성한 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노는 모습을 10여 분 정도 촬영해 올려주면 된다.

이 영상을 보고 그로잉맘이 자체 개발한 분석체계틀에 따라 전문가들이 분석에 들어간다. 부모들은 아이의 놀이 발달이 어느 수준인지, 부모와는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석한 보고서를 3일 이내에 받아볼 수 있다.

 

 

오프라인의 경우 놀이 분석은 25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로잉맘은 이를 온라인화해 비용을 60% 가량 낮췄다.

 

“ 지방에 계신 분들은 오프라인 상담 센터도 많지 않고 해외의 경우 독박 육아 사례도 많습니다. 육아에도 골든타임이란 게 있어요. 바로 영유아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인데 이때 부모님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온라인 서비스는 간편하게 집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     ( 이혜린 그로잉맘 부대표) 

 

두 번째는 온라인 육아상담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앞서 육아행동분석 서비스를 받은 고객에 한해 진행된다. 온라인 상담의 경우 질문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정확한 답변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1회 기준  상담료는 1만 5000원으로 오프라인의  8만~9만 원 수준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세 번째는 그로잉맘이 진행하는 현장 교육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교재와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부분 교육이 평일 낮 시간에 이뤄져 아이를 동반해야 하는 부모나 일을 하느라 교육받을 기회를 얻지 못하는 부모들을 위한 서비스다.

이 세 단계를 하나로 묶은 패키지 상품도 있다. 패키지 상품은 부모가 된 기업체 임직원들을 주요 고객 군으로 삼았다.

 

부모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최근에는 키즈카페들과 제휴를 맺어 지역별 거점을 확보하고 일정 이상의 인원이 모이면 상담사가 찾아가는 방식의 사업 모델도 진행하고 있다.

 

엄마를 위한 신의 직장을 꿈꾼다

 

그로잉맘의 미션 중 하나는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다.

 

“ 경력이 단절된 여성 중 저소득층은 국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범주에 들지 않는 여성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로잉맘은 엄마들이 다니기 좋은 직장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아이들의 등·하원 시간에 맞춰 보통 오전 10시 출군, 오후 4시 퇴근이 가장 많다.

 

그로잉맘은 소셜벤처가 포진한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7층에 자리 잡고 있다.

 

사무실에도 매일 나올 필요가 없다. 어디에 있든 주어진 업무량만 끝마치면 된다. 주 1회 회사로 출근해 한 주의 이슈를 점검한다. 한 달에 한 번은 ‘ 기분전환의 날(Refresh Day)'로 선정해 일과 관련 없는 수다를 떨거나 춤을 추러 가기도 하고 멋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그로잉맘은 이 같은 유연한 직장문화를 위해 시간제 근무제, 원격 근무제, 업무보고 툴의 온라인화 등의 시스템을 갖췄다.

 

“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이 저희와 함께 일하며 성장하는 것을 꿈꿉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고 싶어요.”

 

집단 모성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든다

 

그로잉맘은 부모의 행복권을 추구한다. '엄마로서 살아가는 것'과 함께 '엄마 이전의 내 모습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둘 다 중요시 여긴다.

 

그로잉맘 팀원들은 심리, 교육, 상담 전문가들로 뭉쳤다. 이들은 모두 엄마들이다.

 

“ 꼭 일하지 않아도 돈을 벌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아이들과 건강하게 이별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과몰입했을 때 많은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내가 너한테 해준 게 얼마인데' 이런 소리가 나오는 순간 모두가 불행해지는 거죠.”

 

이를 위해 그로잉맘은 부모학교와 부모 자존감 아카데미, 부모를 위한 심리학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모들이 아이에 대한 고민이 줄어들어야 자아를 찾을 수 있고 우리 안에 집단 모성이 싹틀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집단 모성은 내 아이만이 아닌 다른 아이들, 더 나아가 사회에 관심을 갖게 돼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로잉맘은 매년 바자회를 연다. 그로잉맘 교육을 들었던 부모들 혹은 SNS를 통해 관계망이 형성된 다수의 엄마들이 판매자이자 자원봉사로 나선다. 그 바자회의 수익금은 미혼모 단체에 전달된다.

 

지난 5월 그로잉박스 베타버전을 출시할 때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10개가 팔리면 1개를 미혼모 여성에게 기부하는 형식을 취했다. 올해 12월에도 어김없이 바자회가 열린다. 엄마라면 모두가 간직한 모성이 들불처럼 사회로 번져간다면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까. 

사진. 이우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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