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미국인 미키 고먼, 유모에서 마라톤 챔피언 되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고먼, 유모에서 마라톤 챔피언 되다
  • 박유진 객원 기자
  • 승인 2018.1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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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외면한 사람들] ⑪ 뉴욕시티·보스톤 마라톤대회 여자부문 총 4회 우승...역사상 유일
우승 나이 41세...각종 명예의 전당 올라
“○○씨 별세, △△ 교수 모친상=□일 A병원 발인 ◎일 오전. 연락처 02-1234-5678”
신문을 읽다가 한 켠에 이렇게 한 줄로 끝나는 부고 기사를 본 적이 있나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 언론의 부고 기사들은 매일 지면을 할애해 망인의 살아생전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 중에도 뉴욕타임즈는 그동안 백인 남성에 대한 부고가 대부분이었다며 2018년 3월부터 ‘간과했지만 주목할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Overlooked)’라는 부고 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운넷은 이를 참고해 재조명이 필요한 인물들의 삶을 소개합니다.

뉴욕에서는 1970년부터 매년 11월 첫째 주 일요일 ‘뉴욕시티 마라톤대회(New York City Marathon)’가 열린다. 세계 4대 마라톤 대회라고 불리는 보스턴, 뉴욕, 런던, 로테르담 마라톤 대회 중 하나다. 미국 abc 방송사를 포함해 세계 25개국에서 중계를 할 만큼 주목받는다.

1976년, 키 152cm에 몸무게 41kg인 일본계 미국인 여성 ‘미키 고먼(Miki Gorman)’이 이 대회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밟았다. 그는 그 다음 해 또 1등을 차지했고, 이후 40년간 미국인 여성 우승자는 없었다.

NYRR(New York Road Runners) 웹사이트 명예의 전당에 오른 미키 고먼. / 사진=New York Road Runners 웹사이트
NYRR(New York Road Runners) 웹사이트 명예의 전당에 오른 미키 고먼. / 사진=New York Road Runners 웹사이트

미키 고먼은 ‘미치코 수와’라는 이름으로 1935년 8월 9일 중국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세계2차 대전이 끝나고 도쿄로 이사했다. 미키는 2005년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배가 고팠고 해골처럼 말랐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간 이유는 일본에 주둔하던 미국 군인으로부터 미국에서 유모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키는 1964년부터 유모로 일하면서 군인 가족 후원으로 비서학 전문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몇 년 후 그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일본어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비서를 찾는 광고를 보고 연락해 취직했다.

미키는 증권중개인 마이클 고먼과 결혼해 미국 시민이 됐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 몸무게 늘리기와 사회생활을 위해서였다. NYT에 따르면 미키 고먼은 운동을 많이 하는 만큼 많이 먹어서 체중을 늘리려고 했다. 또한 그는 2001년 러너스월드(Runner’s World)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사회생활을 잘 하지 못해서 남편이 내게 달리기 동호회에 들기를 권했다”고 말했다.

동호회에 들어가서 가볍게 시작한 달리기로 미키는 자신감을 얻었다. 어느새 그는 자신보다 체구가 큰 여성들을 제치고 달렸으며, 크로스컨트리(트랙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곳을 자유롭게 달리는) 경주에서도 쉽게 우승할 수 있었다. 그리고 헝가리 코치 라슬로 타보리(Laszlo Tabori)의 눈에 띄어 선수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1974년 보스톤 마라톤에서 미키는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8년 뉴욕시티 마라톤대회 개막식. 11월 4일에 열렸다. / 사진=
2018년 뉴욕시티 마라톤대회 개막식. 11월 4일에 열렸다. / 사진=뉴욕시티 마라톤대회 웹사이트

1975년 처음 뉴욕시티 마라톤대회에서 뛰었을 때는 나이가 40이었고, 그 해 초 출산까지 한 몸이었다. 하지만 2등으로 결승선을 밟았으며, 다음 해에는 우승을 차지했다. 2시간 39분 11초의 기록, 코스 레코드(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레이싱 코스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린 가장 빠른 시간)이자 개인 최고기록이었다. 다음 해 미키는 뉴욕시티 마라톤대회과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2번 모두 1등이었다. 두 메이저 마라톤 대회에서 2번씩 우승을 차지한 여성은 미키 뿐이다.

미키는 1982년 은퇴했다. 그는 ‘RRCA(Road Runners Club of America, 1958년 설립된 미 최대 마라톤 클럽)’와 ‘USATF(USA Track & Field, 미국육상경기연맹)’ 명예의 전당과 ‘미국 장거리 달리기 명예의 전당(National Distance Running Hall of Fame)’ 등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국적 여성이 뉴욕시티 마라톤대회에서 다시 1위를 한 건 40년 후인 2017년 대회에서였다. 셜레인 플레너건(Shalane Flanagan)이 2시간 26분 53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밟았다. 미키는 2015년 9월 19일 사망해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자료출처:
https://www.nytimes.com/2018/10/31/obituaries/miki-gorman-overlooked.html
https://www.tcsnycmarathon.org/
https://www.runnersworld.com/advanced/a20786421/miki-gorman/
http://www.garycohenrunning.com/Interviews/Gorman.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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