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에 80여 년간 위치한 대선제분 공장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산업화시기까지 근현대사 내내 서민의 배고픔을 채워준 영등포의 밀가루공장이 내년 8월 시민을 위한 문화공장으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2013년 공장 이전으로 5년 넘게 멈춰있던 영등포구 문래동 소재의 대선제분 폐공장을 전시, 공연도 보고 쇼핑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하기 위한 구상안을 지난 6일 발표했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을 나와 문래동 방향으로 걷다보면 서울에서 보기 힘든 수십미터 높이의 거대 원통형 건축물이 눈에 띈다. 영등포 ‘대선제분’ 공장의 핵심시설인 곡물 저장창고 ‘사일로’다. 영등포 제분공장은 1936년 문을 연 이후 80년여 년 간 온전히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보기 드문 시설이다. 

시는 23개 동을 아우르는 대지면적 총 1만 8963㎡ 규모의 공장을 내년 8월 개장 목표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다. 도시재생의 기본 방향과 콘셉트는 80년 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공장건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공간이 가진 스토리에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해 ‘가치중심’의 재생공간을 만든다. 전시와 공연, 식당과 카페, 상점, 공유 사무실 등 공간이 들어선다.

전 세계적으로 쓸모를 다한 공간을 재생해 지역의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폐쇄된 화력발전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이 된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옛 맥주 양조장을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한 베를린의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 Brauerei)’ 등이 대표적이다.

시는 “석유를 비축하던 공간을 문화를 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마포 ‘문화비축기지’도 대표 모델”이라며 “지역의 애물단지인 낡은 공간의 재창조를 통해 영등포 일대 부족했던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위치 및 현황. 서울시는 내달 착공해 내년 8월 개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서울시와 토지주, 사업시행자 간 협의를 통해 진행되는 ‘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재생사업’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사업시행자인 ㈜아르고스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 재생계획 수립부터 리모델링, 준공후 운영 등 전반을 주도한다.

㈜아르고스는 재생사업의 경제적 독립성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수익공간을 조성하고,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공공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보행?가로환경 등 주변 인프라를 통합 정비하는 등 행정적으로 지원한다. 

먼저 1단계 마중물 사업을 통해 대선제분 공장을 명소화하고, 2단계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1단계 사업은 전체 23개동 가운데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4개 동(1만 3256㎡)이 대상이다. 유지?보존?활용에 방점을 두고 리모델링(증축), 구조보강, 보수작업 등을 추진해 8개 동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현재 1단계 사업 추진을 위한 관련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했으며, 12월 중 착공해 2019년 하반기까지 완료돼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2단계 사업은 사일로 등 대규모 구조물의 활용방안에 대한 내용으로, 현재 계획 수립 중이다.

대선제분㈜ 창업주의 손자이기도 한 박상정 ㈜아르고스 대표는 “영등포 공장은 창업한 공간으로 대선제분의 뿌리와 같은 곳이다”라며 “대선제분 재생사업은 공간의 원 주인의 이야기를 담아 역사와 이야기 거리가 있는 건축물들의 핵심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이 산업화 유산의 원형을 살리고 문화의 가치를 덧입힌 서울시의 또 다른 도시재생 아이콘이자 문화 플랫폼이 되고, 나아가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민간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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