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학기 모 초등학교 2학년 시험 문제.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저녁준비, 장보기, 빨래하기, 청소하기는 주로 누가하는 일인가요?’ 정답: 엄마. 올해 1학기 모 초등학교 2학년 시험에서 출제된 문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학생의 날(11.3)’을 앞두고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 언어와 행동을 바꿔보는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_학교편’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지난달 10~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캠페인을 연 결과, 시민 528명에게 의견 738건을 접수받았다. 재단은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국어·여성계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영향력이 높은 학교 내 개선해야 할 성차별적 말과 행동 5건을 선정해 시민과 함께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시민들은 △‘조신한’ 여학생, ‘듬직한’ 남학생 등 성별에 따라 붙는 수식어 변경 △고정된 편견에 따라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 교과내용 △일률적인 교복, 출석번호 등에 선택권 요구 △시대와 맞지 않는 낡은 교훈 등을 시급히 바꿔야 할 성차별 사례로 꼽았다. 혐오표현, 성추행, 성희롱 등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 언어와 행동을 바꿔보는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_학교편’을 발표했다.

‘학교생활 중 성차별적인 말을 듣거나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참가자 중 86.7%가 성차별 언어나 행동 경험이 있었고, 여성은 87.8%가, 남성은 82.5%가 “있다”고 답했다. 총 528명의 중 여성이 80.5%로 많았지만 남성도 약 20%를 차지했다. 

학교생활 중 가장 성차별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사의 말과 행동(34.5%)’이 가장 많았고 △‘교칙(27.5%)’ △‘학생의 말과 행동(11.2%)’ △‘교과 내용(11.0%)’ △‘진로지도(10.0%)’ △‘교훈과 급훈(4.8%)’에 대한 문제 제기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학교에 엄마를 모시고 오라는 등 ‘엄마 소환은 이제 그만! 보호자를 소환해 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학교는 학생이 다니는 곳이지 엄마가 다니는 곳이 아님을 강조하는 동시에 다양한 가족이 보호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민들은 성별에 따라 붙는 수식어를 바꿔야 성차별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교 내 성추행, 성희롱과 관련된 의견도 포함됐다. 유튜브 등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성차별적 혐오 표현부터 성적 농담, 이유 없는 스킨십 등은 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특히 여성 교사들에 대한 학생들의 성희롱적 발언, 축제 무대에서의 공연, 술자리 강제 참여 등에 대한 목소리 등도 나왔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는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학교생활 전반에 성평등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교과내용, 교훈, 급훈, 교칙 등에 대한 모니터링, 컨설팅, 의식교육 등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서울시 보육?교육기관의 성평등 생활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컨설팅하는 ‘서울시 성평등 생활스쿨’을 관련기관과 연계해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 서울시여성가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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