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한지 10년이 넘은 문턱없는세상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문턱없는밥집’은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서교동에서 성산동으로 이전했다. 임대보증금은 절반으로 낮추고 월세와 이자를 높인 결과였지만 이 또한 임대라 임시거처인 셈이다. 

#마포구 염리동에 ‘우리동네나무그늘’ 카페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켜온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은 조합원 230여명에 이르는 8년차 마을기업이다. 그러나 임대료 상승으로 지난해 인근으로 카페를 이전했다. 이전을 계기로 서울에서 마을기업이 과연 지속가능한지를 고민하며 최근 시민자산화에 대한 고민을 본격화하고 있다. 

#공동육아를 실현하는 ‘서대문구부모협동조합 콩세알어린이집(이하 콩세알어린이집)’은 서울시의 임대보증금지원 이슈가 생기면서 공간에 대한 어려움을 겪었다. 은행 대출 등 조합원들이 지혜를 모아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최근 인근 공동체주택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25일 열린 ‘도시형 마을기업과 공간 포럼’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지역 땅값으로 공동체공간을 운영하는 곳들의 시름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마을기업들은 서울시가 2012년부터 시행한 임대보증금지원정책이 중단되면서 또한번 공간문제로 난항을 겪어야했다.  

공간을 기반으로 시각장애인 안마센터를 운영하는 맑은손공동체협동조합 관계자는 “임대보증금 만기가 다가와서 상환하고 나니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더라”며 “백방으로 자구책 고민했지만 해결책이라 해봤자 신협에서 대출받는 게 전부였다. 결국 적립된 유동자산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그동안 고생한 걸 건물주에 고스란히 상납하는 느낌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러한 시기 도시형 마을기업의 공간 현황과 해법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5일 상생상회 오픈스페이스에서 열린 서울시마을기업연합회 주최의 ‘도시형 마을기업과 공간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마을기업 등 공동체공간 운영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시민자산화 등의 해법이 제시됐다. 

서울지역 공동체공간 중요하지만, 현실은...

서울시는 2012년 1기 마을정책의 핵심 전략으로 공동체공간 조성에 4년 간(2012-2015년) 총 317개소(74.6억원 지원)를 지원했다. 이러한 서울시의 공동체공간 지원사업에 대한 개선점을 찾고자 연구를 진행한 안현찬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이날 포럼에서 “마을기업을 포함 많은 공동체공간들이 불안정한 수입과 성장기 지원체계 부족 등의 이유로 연차가 늘수록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당시 서울시의 공동체공간 조성 지원은 공간조성비에 집중되어 있었고 운영 안정화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시 공동체공간 지원사업 운영실태와 개선방안(서울연구원, 2017) 

안 부연구위원은 “공간이 없는 조직은 사회자본이 늘어나도 지역과 연결되기 어렵다”며 “특히 공동체공간은 지역주민들이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고 공통의 가치와 실천을 확산하는 공간으로 의미가 있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동체공간을 이용하는 이들 또한 지역에 공동체공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서울연구원이 2012년-2016년 서울시 공간지원사업에 선정된 공동체공간 74개소(마을기업 18개 포함)를 대상으로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곳을 이용하는 회원 90% 이상이 공동체공간이 지역에 필요하다고 답했다. 공간을 통해 이웃들 간의 관계가 형성되고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도 커진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필요성에 반해 임대료가 높은 서울지역에서의 공간 운영은 어려움이 따랐다. 74개 공동체공간 중 97.2%가 소유가 아닌 ‘임대’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마을기업 중에서 공간을 소유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한 공동체공간들의 24%가 자·타의에 의해 이사한 경험이 있었다. 타의 사유는 재건축, 임대료 상승, 건물주 이주 요청 등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공동체공간 운영자들 76.4%는 자구책 마련을 위해 계획을 세우거나 구체적인 실천을 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답변이 많았다. 마을기업들은 공간문제 해결방법에 있어 공공소유시설 장기임대, 공간운영자 인건비 한시적 지원, 장기계약보장 등을 선호했다. 

'서울시 공동체공간 지원사업 운영실태와 개선방안(서울연구원)' 연구보고서 자세히보기

지역자산화로 자조기반 마련, 근거법 제정 등 다양한 의견 나와 

이날 포럼에서는 안정된 공간 마련을 통해 마을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여러 방안들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의 가장 큰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은 마을기업 스스로가 자생력을 높이고 시민자산화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안 부연구위원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마을기업 등 공동체공간이 가지는 강점인 자율성, 공공성을 강화해 출자금, 회비, 사업수익을 늘려야 한다”며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은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공공의 지원을 받는 구조로 자립성을 높여가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영민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이사장은 “정주성이 낮은 서울에서는 공간을 통한 관계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최초의 주민공동체 주식, 협동조합을 통해 직접 펍을 인수한 ‘아이비 하우스 펍’을 예로 들며 “공간을 기반으로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마을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이제는 시민자산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등 3개 협동조합은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역자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공간문제에 직격탄을 맞은 마포구의 사례가 곧 다른 단체에도 다가올 미래다”며 “가능한 지역이라도 먼저 시작해 지역자산화로 조성하는 마을기업 자조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최초의 주민공동체 주식, 협동조합을 통해 직접 펍을 인수한 ‘아이비 하우스 펍’(사진. 아이비하우스펍)

이날 포럼에서는 민간의 노력과 더불어 서울시의 역할론도 강조됐다.  

안 부연구위원은 서울시가 그동안 진행한 공동체공간 지원사업의 개선을 위해 ▲사업계획을 장기종합계획으로 확대 ▲사업별 보조금을 넘어서 인건비, 임대보증금 융자, 공공소유 유휴공간 장기임대 등 직접 지원 다양화 ▲공동체공간 지원협의체를 구성해 각 지원사업의 독립성은 유지하되 공동운영이 가능한 부분 적극 발굴 ▲통합 온라인플랫폼 구축 및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마을기업들이 시민자산화 단계까지 가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그때까지는 공공 공간 임대를 통한 공간 지원 등 다양한 전략들을 공공에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의 이러한 의견에 대해 서울시 조완석 사회적경제담당관은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한다”며 “다만 현재 마을기업육성법이라는 근거법이 없이 지침만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간임대보증금 관련 공유재산법 개정을 건의하고 있으며, 민간에서 제안하는 시민자산화 사업도 준비 중”이라며 “올해 사회적경제 대상으로 사회투자기금이 크게 확대되고 있어 마을기업도 우선 이를 적극 활용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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