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시래기밥은 위대하다 

1.
지난 8월 말 무 파종을 했다. 
새들이 무 씨와 싹을 좋아하는 탓에 파종을 한 후 검은 망사비늘로 파종 이랑을 덮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 못가 동강동강 허리가 잘린 싹들만 남고 만다. 
사실 내 욕심은 무 자체보다 파릇파릇한 무총에 있다. 가을 추수를 할 때 무총을 따로 잘라 베란다에 널어 말리면 귀하디귀한 식재료, 시래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 

2.
시래기는 최고의 식재료다. 무침, 찌개, 탕, 어느 음식이든 시래기가 들어가면 맛은 무조건 장담할 수 있다. 
나는 주로 해장국, 된장국, 돼지감자탕 등에 사용하는데 당연히 시래기밥도 빼놓을 수는 없다. 

3.
그런데 이 시래기처럼 다루기 어려운 식재료도 많지 않다. 
바짝 마른 시래기는 물에 두 시간 이상 담고, 쌀뜨물에 한 시간 이상 푹 끓이고도 물을 갈아주며 한나절을 더 불려야 비로소 식재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 후에도 시래기 특유의 껍질까지 벗겨야 부드러운 식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4.
파종, 재배, 수확, 건조에서 불리기까지. 우리 집 시래기밥은 그만큼 지난한 세월과 노력을 함께 품고 있다. 
1년 전 파종한 무에서 얻은 시래기로 밥을 지어놓고 무럭무럭 자라는 무청을 본다. 

5.
시래기밥은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이다. 
재배가 아니라 밥을 할 때만 해도 불리고 벗기고 정성과 노력이 가득해야 제 맛이 나온다. 
시래기밥 한 그릇이면 가족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진다. 

6.
<재료> 4인분

삶은시래기 200그램 정도, 쌀 1.5컵, 시래기밑간(간장1.5T, 들기름 1.5T), 양념장(다진부추 3T, 간장3T, 고추가루 1.5T, 설탕 1T, 마늘 0.5T, 참기름 0.5T)

7.
<조리법>
1. 시래기는 2시간 정도 물에 담았다가 쌀뜨물에 1시간 삶고, 물을 갈아주며 반나절 가량 더 불린다. 불린 시래기는 투명한 껍질을 벗겨준다. 
2. 물을 꼭 잔 후 5cm 크기로 썰어 밑간을 해둔다.
3. 밥물은 평소보다 조금 덜 잡아야 한다. 불린 시래기에 수분이 많기 때문이다. 
4. 전기밥솥에 불린 쌀과 물을 넣고 그 위에 양념한 시래기를 더한 뒤 취사버튼을 누른다.
5. 양념장에 비벼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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