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핵심은 지역, 지역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다.’

‘사회적경제’가 지역에 스며들며 주민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역에 뿌리내린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지역이 겪는 사회 문제에서 출발해 해결에 나서고, 이는 지역 내 고용창출로 이어져 가장 작은 단위의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운넷>은 지역이 가진 특색을 살린 맞춤형 모델로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공동체 회복 등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경제 현장을 찾는다.

그 첫 번째는 성동구편이다. 성동구의 소셜패션, 안심돌봄, 자활 일자리, 마을치과, 뚝도시장 등 성동만의 색깔을 자랑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이야기를 프롤로그 포함 총 7부에 걸쳐 소개한다.

이상경 성동구 사회적경제센터 센터장(오른쪽)은 "사회적경제의 핵심은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경제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 일하는 사람들, 활동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지역’라는 하나의 매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협동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상경 서울 성동구 사회적경제센터(이하 사경센터)장은 사회적경제의 핵심은 ‘지역’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국내외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공 사례를 들여다보면 결국 지역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 안에 사는 주민, 일하는 상공인, 사업하는 청년 등이 협력해 생산하고 소비해 선순환이 이뤄지면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가치 실현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2012년 시작돼 7년 차를 맞이한 성동구의 사회적경제는 현재 어떤 단계에 와있을까. 성동구 사경센터는 지역 내 사회적경제의 여러 주체들의 설립을 돕는 ‘산파’부터 인프라 및 생태계 조성을 이끄는 ‘선구자’, 주체 간 긴밀한 협력을 돕는 ‘다리’에 이르기까지 중간지원조직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이 센터장을 만나 성동구 사회적경제 역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되짚어봤다.

1기(12.11~15.10),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사업 단계…설립?인프라 구성에 집중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사업 단계(1기)'의 주요 사업 성과/디자인=유연수

성동구에서 사회적경제의 싹을 틔운 건 지난 2012년 서울시가 사회적경제 활성화 시범사업을 수행할 자치구를 모집하면서다. 7월 은평, 관악, 금천에서 1차로 뽑히고 11월 노원, 도봉, 구로와 함께 성동이 2차 지역으로 선정됐다. 서울시 예산을 바탕으로 생태계 조성사업 3년을 거치며 지역이라는 땅에 사회적경제라는 씨앗을 처음으로 심었다.

가장 먼저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조례,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제정해 활동에 필요한 기반부터 마련했다. 이 센터장은 “당시에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회적으로 거의 전무(全無)하던 때라, 그야말로 허허벌판에 길을 만드는 작업부터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사회적경제를 시작하기 위해 성동구의 특징부터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회적경제’라는 용어도 없었지만 이미 성동구 내에는 논골신협, 성동두레생협, 지역자활센터, 성동희망나눔 등 주민과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조직과 단체가 활동하고 있었다. 성동주민회와 성동희망나눔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사회적경제 지원조직을 설립했고, 이후 사회적경제협의회, 안심돌봄네트워크, 건강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을 조직하면서 본격적인 인프라 조성에 나섰다.

성동구에서 열린 협동시장 축제 '마을에서 협동하다'에 참석한 사회적경제 조직 참여자들의 모습.

특히 성동구의 ‘전통시장’과 ‘의류?봉제’ 2분야를 중심으로 지역특화 사업에 돌입했다. 지역 내 위치한 ‘뚝도시장’은 과거 3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규모와 인기를 자랑했지만, 상인들이 나이를 먹고 시설도 노후화하면서 손님의 발길이 점차 뜸해지는 상황이었다.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식을 고민하면서 한가위 한마당, 활어축제 등을 열었고, 빈 점포를 청년 창업 공간으로 바꾸는 등 활기를 되찾는 작업을 했다.

또한 성동구는 제조업 종사자 가운데 의류?봉제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8.4%로 높았다. 봉제 기술 대부분이 근로자 10인 내외의 소규모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의 임금 수준이 매우 열악했다. 옷을 만들 때 디자이너, 유통업자 등이 가져가는 수익에 비해 소공인들이 손에 쥐는 돈은 너무 적었기에 ‘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봉제 기술인들과 의기투합해 △패션 산업에서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 △디자이너와 생산자 간 상호존중 문화 형성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으로 2014년 10월 ‘한국패션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했고, 추후 디자인과 생산을 통해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소셜패션’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든다.

이 센터장은 “우리가 시도한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방식은 현장에서 소상인?소공인을 만나 직접 부딪히는 것”이었다며 “‘성동에서 가장 적절한 방식은 무엇일까’ ‘파괴된 공동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초반 3년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일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2기(15.11~17.10),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 1~2차…집에 들어올 ‘사람’ 모으기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 1~2차(2기)'의 주요 성과/디자인=유연수

1기에 조례를 만들고 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2기에는 3년간 지어놓은 ‘집’에 들어와 살 ‘사람들’을 모으는 작업에 방점을 찍었다. 2015년 11월 성동구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 1차년도 위탁을 받으면서 성동구 안에서 활동할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본격 인큐베이팅하기 시작했다.

2016년 4월 성동구 사경센터의 모법인 ‘살림경제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한 이후 ‘성동구안심돌봄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성수 사회적경제 패션 클러스터 ‘소셜패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특히 노인, 아이, 장애인 등 지역 내 취약계층의 ‘공적 돌봄’을 위해 시작한 ‘안심돌봄네트워크’는 돌봄 전문인을 교육해 양성하고,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등 성동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성동구 사회적경제의 특징에 대해 이 센터장은 “조직력이 다르다”고 답했다. 지역 공동체의 전통과 특색에 맞춰 구성원들이 연대하고 협동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사회적경제 조직이 각자의 이익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을 생각하고 서로 ‘윈윈(win-win)’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강조했다.

3기(17.11~2018.현재)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 3차…‘촉진자→기획자’ 역할 바꿔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 3차(3기)'의 주요 성과/디자인=유연수

사회적경제가 시작된 지 5년이 지나고, 3기에 접어들면서 사경센터는 ‘촉진자’에서 ‘기획자’로 역할을 바꿨다. 성동구로 새로운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유입하면서 기존에 있던 주체들과 협업할 수 있게끔 각종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 내 시장에서 작은 결혼식을 열게끔 지원한다거나, 청년과 노년층을 연결해 성동구만의 스토리를 발굴하는 식이다.

지역 내 ‘노인 리더’를 양성해 홀몸 어르신 돌봄을 지원하는 ‘떳다할매’ 사업이 대표적이다. 성동구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70대를 ‘떳다 할매 특공대’로 조직해 혼자 사는 80~90대 노인들을 도우며 ‘노노(老老) 돌봄’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청년 디자이너와 협업해 스토리 상품을 개발하고 직접 담근 매실청, 손뜨개로 만든 수세미 등을 생협에 판매하기도 한다.

네트워크, 조직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현 단계에서 성동구 사경센터는 오는 2022년까지 ‘기획자’ 역할에 충실한다는 목표다. 이 센터장은 “옷 한 벌을 만들 때나 올바른 먹거리 하나를 유통할 때도 여러 주체가 필요하다”면서 “단순히 물건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만들더라도 지역과 주민을 생각해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은 기획자 혹은 코디네이터가 돼서 여러 조직을 연결하고,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지역’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활동했으면 해요. 타 지역이나 외국 진출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역 문제부터 해결하고 그것을 확대?발전시키기를 바라는 거죠.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거기서 사업 아이템을 찾아서 지역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성동패션봉제협동조합, 성동희망나눔 등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이 협력해 공동 행사를 개최한다.

‘민관 거버넌스 구축’ 과제…기존 사회적경제 조직 위한 ‘정책’도 나오길

사회적경제 활성화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성동구에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 이 센터장은 ‘민관 거버넌스’ 구축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꼽았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민관이 서로 협력해야 할 개별 주체이기 때문에 공동 협력해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센터장은 “민관이 협력하기 위해서는 민간단체가 행정기관과 동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아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아직 사회적경제의 역사 자체가 짧고, 관에서도 사회적경제의 특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동안 6~7년 정도의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앞으로 민관이 협력해 지역을 바꿀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성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주민들의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협동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지자체에 바라는 정책에 대해 이 센터장은 “지역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을 들여다보면, 청년들의 일자리나 창업가를 만드는 것에 집중돼 있다”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존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초기 단계인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아이디어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2~3년 전 창업해 이제 막 성장 단계에 놓인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하면, 이들이 폐업의 길로 들어서지 않아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거든요. 성장기 기업들이 자리를 잘 잡으면, 10~15년 후에는 뿌리를 제대로 내려 우리 경제에 분명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 발전 가능성이 있고 제대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이상경 센터장은 "민관이 협력해 힘을 모아야 진정한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성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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