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성소수자는 더 이상 지금만큼의 소수자가 아닐 거라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낮은 자들과 연대하는 축제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 김승환 프로그래머
국내 최대 규모의 퀴어영화제인 ‘서울프라이드영화제(SPFF?Seoul Pride Film Festival)’가 LGBT로 대표되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이면에서 숨 쉬고 있는 수많은 소수자들과 손잡을 것을 다짐했다. 올해 8회를 맞이한 축제는 16일 오전 11시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2018 SPFF’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이번 축제에서는 자긍심(PRIDE), 사랑(LOVE), 평등(EQUALITY), 다양성(DIVERSITY)의 가치를 담은 총 31개국의 77편이 스크린에 오른다. 특히 세계, 아시아, 국내에서 처음 상영되는 ‘프리미어’ 상영작 수가 절반에 달해 전 세계 퀴어영화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소개되는 편수가 증가하는 만큼, 영화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성소수자의 인권에 방점을 찍었다면, 올해부터는 다른 인권 이슈로도 범위를 확장해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픈 프라이드 섹션’을 신설해 다른 소수자들의 삶으로 담론을 넓힌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에서 ‘종교 및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은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을 지지하는 의미로 관련 작품 6편을 선정했다.
그 중 영화 ‘백서(감독 강상우)’와 ‘줄탁동시(감독 김경묵)’는 감독이 성소수자이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두 가지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김조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성소수자 이슈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과 더불어 우리가 같이 생각해야 할 새로운 인권 이슈를 소개해 연대의 폭을 넓히는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해 가장 주목할 만한 이슈를 선정하는 ‘핫핑크 섹션’의 이번 주제는 ‘트렌스젠더’다. 지난 6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을 비병리화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에 환영하는 의미를 담아 트렌스젠더가 주인공인 작품을 총 18편 선정했다.
1992년작 ‘크라잉 게임(감독 닐 조던)’과 1999년작 ‘소년은 울지 않는다(감독 킴벌리 피어스)’ 등 고전을 비롯해 제23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남우주연상과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최신작 ‘걸(감독 루카스 돈트)’까지 준비됐다.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핫핑크 섹션은 영화제의 얼굴인데, 1990년 세계보건기구에서 동성애가 질환이 아니라고 밝힌 지 거의 20년 만에 트렌스젠더도 아니라고 인정한 것을 환영하기 위해 주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개막작으로는 2011년 ‘창피해(감독 김수현)’ 이후 7년 만에 한국 영화인 ‘계절과 계절 사이(감독 김준식)’가 선정됐다. 국내에서 퀴어영화는 제작 자체가 어려워 개막작 선정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품은 지방의 한 도시로 이사를 온 ‘해수’가 카페를 열고, 여고생 ‘예진’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면서 사이가 가까워지는 일상을 포착한다. ‘해수’ 역을 맡은 배우 이영진은 “퀴어물은 제작 자체가 많이 안 되기 때문에 ‘계절과 계절 사이’ 역시 완성하기까지 열악하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공식 개봉일이 잡히지 않아 관객과 어떻게 만날지 고민했는데,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서울프라이드영화제까지 상영 기회를 잡을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11월 1~7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영화제가 진행되는 기간, 국내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문화축제인 ‘2018 서울 프라이드 페스티벌’도 개최된다. 성소수자 문화생산 박람회인 ‘서울 프라이드 페어’와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문학 강연 ‘서울 프라이드 아카데미’가 이달 27~28일 동대문 DDP에서 열리고,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공연인 ‘서울 프라이드 스테이지’는 내달 3일 영화제와 같은 공간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사진제공. 서울프라이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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