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은 사회, 문화, 환경 등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나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금융위원회 내 사회적금융협의회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임팩트투자를 포함해 사회적경제기업에 공급된 자금이 1718억 원이다. 이러한 사회적금융 자본의 유입은 앞으로 계속 증가될 전망이다. 사회적금융을 조달 받는 곳은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외에도 비영리기관과 자선단체도 포함된다. 사회문제가 더 복잡해지면서 근본적인 해결과 이를 위한 혁신적인 시도를 위해 기존의 자선적 기금 이상의 지속적이면서도 대규모의 금융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울시NPO지원센터 정책연수단 소속으로 지난 9월 말, 10일간 기존의 보조금 사업의 한계를 딛고 비영리기관의 새로운 재정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보다 앞서 사회적금융이 발전되어 온 캐나다 온타리오를 다녀왔다.

"오늘날 세상이 가지고 있는 사회문제들은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너무 크고 깊으며 복잡하다. 우리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방식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연수단이 열흘간 방문한 온타리오주의 모든 사회적금융기관들이 공통으로 내놓은 얘기다. 

캐나다의 사회적금융기관들이 제기한 사회적 문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캐나다 원주민이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온타리오주의 캐나다 전체 원주민 인구는 37만 여명(22.4%)으로 캐나다 내 가장 많은 원주민이 거주한다. 과거 오랜 세월 식민지로 이주민으로부터의 착취를 당해왔고, 모피를 생산하기 위한 전통적인 수렵을 주요 소득원으로 생활해왔다. 특히, 온타리오주 원주민 14.5%가 정부 소유의 원주민 보호구역에 사는데, 빈곤층이 60% 이상이다. 소득 향상이나 재산 증식, 사회 지위 향상에 대한 좌절로 최근 자살률까지 높다. 

둘째, 캐나다는 전통적인 화석연료 생산국으로, 연간 12억톤(2015년 기준)의 탄소와 맞먹는 화석연료를 생산하고 있어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탄소배출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통감하고, 2018년부터 캐나다의 모든 주·준주 정부가 탄소세 혹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형태의 ‘탄소가격제’ 도입을 제안했다. 연방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는 주·준주에 대하여 연방정부 차원의 탄소가격제를 적용한다고 2016년 제시했다. 즉, 탄소배출 절감 및 친환경에너지 사업개발 등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고 있다.

마르스임팩트투자센터가 위차한 토론토 사회혁신공간

캐나다 임팩트투자 전문기관 ‘마르스임팩트투자센터(MaRS Centre for Impact Investing, 이하 MaRS)’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 내 전체 자선기금은 195조3천억 원 규모이며, 사회적금융 확대를 통하여 해제될 민간 자본시장은 약 3,020조원으로 전망한다. 원주민 빈곤 심화와 탄소배출로 인한 환경 악화라는 복잡하고 커다란 사회문제를 위해 캐나다 사회적금융 기관들은 ‘돈’으로 비영리와 사회적기업의 사회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그 사례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작은단체들 모금에서 투·융자 연계까지 돕는 플랫폼 운영 ‘타이즈캐나다’

민간재단인 ‘타이즈캐나다(TIDES Canada)’는 기부를 통한 자선뿐만 아니라, 비영기기관과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목적이 있는 조직의 성공을 위한 파트너로 환경, 원주민 생활 향상, 친환경 에너지 분야 단체에게 지원금 배분과 단체의 사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사회적 자본을 연계하기도 한다. 

‘쉐어드 플랫폼(Shared Platform)'

타이즈캐나다는 자신들이 집중하는 사회문제 분야에서 활동하는 60여개의 단체를 ‘쉐어드 플랫폼(Shared Platform)’이라는 온라인 공유사이트에 게시하여 플랫폼 내에서 모금뿐 아니라 투·융자 연계 등의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특히 ‘쉐어드 플랫폼’에 게시된 단체는 플랫폼을 통한 모금 금액의 12%를 수수료로 내고, 대신 각 단체가 어려워하는 대정부 보고, 재무회계, 노무 등의 행정 업무를 타이즈캐나다 내 숙련된 직원들이 대신 맡아준다. 단, 단체의 목적과 성격을 알리는 모금홍보는 그 단체의 내부직원이 잘 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고 플랫폼 내에서 적극 홍보를 해준다. 

타이즈캐나다 엘리사(Elissa Beckett) 개발전략이니셔티브 부대표는 “작은 단체들의 행정과 모금 부담을 한결 덜어줌으로써 각 단체들이 진짜 집중해야 할 전문 사업(환경보호 활동, 원주민 아동교육 등)에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910억원 임팩트 시장에 유인, 임팩트투자 활성화에 앞장 ‘마르스임팩트투자센터와 SVX’ 

전 세계적으로 임팩트투자로 운영되고 있는 자산은 2017년 123조원 수준이며, 캐나다 임팩트투자 시장의 임팩트투자 규모는 현재 7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마르스임팩트투자센터는 비영리나 사회적기업에 자본을 제공하려는 이들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는 단체 중 하나다. 마르스임팩트투자센터의 아담(Adam Jagelewski) 총괄책임자는 "캐나다에서 임팩트투자에 대해 우리만큼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일하는 곳은 없다“며 ”우리의 행보가 캐나다에서 임팩트투자 시장에 자본을 가져오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기에, 관련 교육 및 저변확대 사업뿐만 아니라, 임팩트 투자사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임팩트 투자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SVX의 투자기업실사 단계

마르스임팩트투자센터는 2011년 캐나다 내에서 임팩트투자의 필요성을 알리고, 현재까지 910억원의 자본을 임팩트시장에 유인하여 실제 임팩트 투자 사례를 만들었다. 마르스임팩트투자센터가 설립한 투자운용사 SVX는 금융산업이 발달한 토론토에 2017년 토론토사회적주식거래소를 설립하여 18개 기업을 상장시키고, 임팩트투자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아직은 사업이 초기 단계이며, 임팩트투자 대상 자체가 고위험, 장기 인내자본 투자를 요하기에 사업의 성과를 내세우기는 어렵지만, 임팩트투자 생태계를 만들어간다는 사명감으로 좋은 임팩트 투자처를 발굴하고 투자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개별 프로세스를 구조화 하고, 임팩트투자 시장을 위한 정책제안 활동에도 적극 나선다. 

거대한 사회문제 정부와 기업이 직접 해결토록 돕는 ‘소셜캐피탈파트너스’

빌영(Bill Young) 대표

소셜캐피탈파트너스(Social Capital Partners, 이하 SCP)은 해밀턴컴퓨터(Hamilton Computer)로 큰 성공을 거둔 빌영(Bill Young) 대표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자비를 털어 2001년 만든 단체다. 빌영 대표는 적은 자본으로도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일으키는 방안을 고민하다 SCP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기보다는 정부와 대기업에 사회변화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원주민 취약계층 고용 장려를 위한 프랜차이즈지점 대출프로그램’이다. 일반 프랜차이즈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는 그 사업자에게 대출을 제공한다. 단, 취약계층 원주민을 고용하는 조건이다. SCP가 프랜차이즈회사의 사업 운영 시 취약계층 구직자를 소개하고 그 회사가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하면 개별 1억8,0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 이율을 1% 할인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간단 프로그램만으로도 SCP는 500여명의 고용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SCP는 이 프로그램을 독식하기 보다는 더 큰 사회적 영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기업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캐나다 스코티아은행, CIBC, TD은행과 4개 신협이 현재 SCP가 개발한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빌영 대표는 “SCP는 사회적임팩트가 있고 재무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의 기회를 민간기업과 정부에게 알리는 역할로 사회변화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임팩트측정 성과평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온타리오 트릴리움 재단’ 

‘온타리오 트릴리움 재단’(Ontatrio Trillium Foundation, 이하 OTF)은 온타리오 주정부 아동·지역사회·사회서비스부(MCCSS)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정부산하 재단이다. 1983년 설립되고 현재까지 매년 연 1000억원 규모로 700여개 사업에 지원금을 배분하고 있다. 지원 영역은 △초기 △성장 △자본 형성 △협력 지원 등 성장 단계와 욕구별 지원프로그램이 있고, ▲청년 ▲빈곤퇴치를 위한 별도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OTF에는 2015년 큰 변화가 있었다. 블레어(Blair Dimock) 부대표는 “매년 3000여건 이상의 제안서를 받고 지원하는 등 35년 이상 지원금 배분 전문기관으로 성장해왔지만, 재단의 임팩트를 하나로 아우르는 사회 이슈와 해결 전략이 부재하다는 걸 구성원들이 알게 되면서 지원프로세스를 새롭게 개선했다”고 말했다. 

블레어 부대표

새롭게 개선된 지원프로세스에서는 지원금의 목적과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에 맞게  성과목표를 세웠으며, 모든 프로세스를 단순·온라인화 시켰다. 또한 취합된 데이터를 사업평가와 발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수혜기관이 받는 지원금 중 10%를 자체 임팩트 평가에 사용토록 했다. 

블레어 부대표는 “일반적으로 지원사업 후 수혜기관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이유는 잘잘못을 가리거나 성과를 부각하기 보다는, 수혜기관이 진행한 사업에 대해 리뷰하고 다음 사업에 반영해 기관에 긍정적인 변화에 도움이 되고자 함이다”며 “이러한 목적을 고려해 개선한 지원프로세스에서는 지원금을 받는 기관이 원하는 방향과 방법에 맞게 평가 기관을 선택하고 평가를 해 그 결과를 우리에게 제출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사회적금융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이번 캐나다 사회적금융 기관들을 방문하며 필자는 다섯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조직이 지원하기 좋은 대상보다 기관이 풀고자 하는 사회문제를 분명히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해법을 가진 대상을 찾고 그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둘째, 자선적 목적의 자원만으로는 사회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으로, 민간 자본의 유익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셋째, 시기별로 기관의 활동을 돌아보고, 그 활동이 가지는 의미를 새기며 더 잘 할 수 있는지, 없었는지를 늘 숙고한다.

넷째, 대다수 기관들은 조직의 경험을 축적하고 공유하며, 사회적금융 기관들은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지 않고, 사회변화를 일으키는데 필요한 자본 형성의 연속선(continumm)을 채우는 고마운 존재이자 소중한 동반자로 바라보며 협업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글. 이명희(AVPN 한국컨설턴트/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공제사업단 임팩트리뷰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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