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라보랄 쿠차와 같은 협동조합은행 설립을 한국에서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후 1만3천여개가 설립될 정도로 붐이 일어났지만 절반 정도가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협동조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은 협동조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10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맞춰 ‘협동조합에 금융을 許하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펴내고 이 같이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기획재정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말 법인 등기된 9547개 협동조합 중 절반에 육박하는 4,447개가 폐업 또는 사업 중단상태로 나타났다. 운영 중인 협동조합 중에서도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는 1,502개에 불과했다.

이 같은 부진한 운영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자금조달의 어려움이라는 게 김 의원의 분석이다.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사업중단 이유 중 24.4%는 수익모델 미비, 사업 운영자금 부족은 21.7%로, 폐업 이유도 수익모델 미비 30.5%, 사업 운영자금 부족 24.0%로 나타났다. 사업 운영 중인 협동조합 중에서도 향후 1~2년 이내 추가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3.1%에 달했다.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가 발달한 스페인, 캐나다 등 유럽과 북미에서는 협동조합형 기업에 대해 맞춤형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협동조합은행이 일반화돼있다. 스페인이 오늘날과 같이 세계적인 협동조합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데는 협동조합그룹 몬드라곤이 1959년 설립한 협동조합은행 까하 라보랄(Caja Laboral)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몬드라곤을 이끈 호세 마리오 신부는 협동조합의 성공을 위해서는 원활한 자금공급이 필수적이지만 협동조합의 특성상 투자자 유치를 통한 주식자본 형성이 불가능하고 민간은행도 대출을 기피하기 때문에 협동조합은행 설립에 나섰다. 까하 라보랄은 2015년 농촌 신용협동조합(Iparkutxa)과 합병하여 라보랄 쿠차(Laboral Kutxa)를 설립하였다.

협동조합은행은 다른 협동조합에 대한 자금공급을 담당함으로써 협동조합 경제생계의 핵심 기둥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산업의 안정성과 고용창출에도 뛰어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는 협동조합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가장 덜 받으면서 지속가능하고 고용친화적인 금융산업의 대안 경영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당시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을 이유로 금융위원회가 반대하여 협동조합이 금융업 및 보험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한 것이 협동조합은행 설립의 걸림돌이 돼왔다. 그러나 협동조합 금융업 원천금지 자체가 국제적으로 극히 유래가 없는 데다, 협동조합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는데 협동조합은행 설립 허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김병욱 의원은 “자금조달 없이 기업 발전이 불가능하듯이 협동조합에게도 금융 지원이 필수 요소”라며 “세계사에도 그 예를 찾기 어려운 협동조합 금융 금지 족쇄를 풀어 협동조합 경제 생태계를 튼튼히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의원은 협동조합에 금융업 및 보험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협동조합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곧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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