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지 5년이 지났다. 5명만 모이면 누구나 설립 가능하다는 조항에 덕분에 그동안 전국에 1만개 넘는 협동조합이 생기며 ‘붐’을 이뤘다.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고용, 지역사회 기여 등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복잡한 행정과 미흡한 법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설립만 해놓고 사실상 미운영?폐업 상태인 협동조합도 절반 수준에 달한다.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본법 개정 및 인식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의 핵심 쟁점들을 짚어본다.

#‘우리동네 협동가게’는 생협과 사회적경제 기업의 협업을 위해 지난 2016년 시작됐다. 두레, 한살림, 행복중심 등 서울 소재 생협 매장에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을 입점?판매한다. 생협의 소비자 조합원에게는 제품 선택권을 넓히고, 사회적경제 기업에는 판로를 확보하며 1석 2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는 서울 광진구 내 사회적경제 기업 41곳이 참여해 지역 문제 해결 및 대안 마련을 위해 협업한다. 지역사회의 욕구를 조사?분석하고 기획한 사업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함께 해소한다. 사무실, 카페 등 주요 공간을 공유하고, 지역에서 필요한 돌봄, 문화 서비스 등을 제공해 지역 공동체를 단단히 만든다. 

지난 9월 열린 제2차 이슈포럼 ‘협동조합에 상상력을 더하다’에서는 협동조합 간 협동조합 사례와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융합’과 ‘협력’이 강조되는 시대, 협동조합의 가치는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지난 9월 열린 제2차 이슈포럼 ‘협동조합에 상상력을 더하다’에 참석한 당사자들은 “협동조합이 설립 단계를 넘어 규모화 단계에 있는 만큼, ‘협동조합의 협동’이 생태계를 유지하고 넓힐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2년 기본법 제정 이후 1만개 넘는 협동조합이 생겨난 이후, 변화를 요구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협동조합 간 연대 사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소규모의 협동조합의 개별 활동만으로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나 자금 확보, 판로 개척 등 부문에서 어려움이 많은 탓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디자인, 설계, 건축, 유지 등 여러 분야에서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단일 협동조합으로는 지역의 큰 사업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각 영역에서 활동하는 협동조합의 협업이 가능하다면,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한 사업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슈포럼 ‘협동조합에 상상력을 더하다’에서는 우리동네 협동가게,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등 협동조합간 협동 사례가 공유됐다.

포럼에서 사례로 발표된 ‘우리동네 협동가게’는 단순 판로 지원을 너머 생협과 사회적경제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을 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박태수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팀장은 “생협 조합원들의 피드백을 받아 사회적경제 기업이 제품을 개선하거나, 신제품 개발 과정부터 참여하는 등 새로운 협력이 일어났다”며 “비즈니스를 넘어 연대와 협력의 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돌봄, 문화 등 특히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좋은 성과를 나타내는 분야에서는 ‘협업’을 통해 지역 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포럼에서 또 다른 사례로 발표된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사회적기업 복지유니온 등 구내 41개 사회적경제 조직과 손잡고 반찬 배달, 주택 청소, 이불 세탁, 정서 돌봄 등 노인들이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박용수 광진구 사회적경제특구 단장은 “어르신들이 크게 아프고 나면 지역 외의 요양병원에 가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노인들이 지역 안에서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커뮤니티 돌봄’을 떠올렸다”면서 “구내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이 협력해 ‘노인 돌봄 클러스터’를 구성한 덕분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는 서울 광진구 내 41개 사회적경제 조직과 연대해 취약계층에게 다양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3개 이상 협동조합이 모이면 설립 가능한 ‘연합회’의 기능 강화도 필요하다. ‘제3차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신고?인가된 연합회는 일반협동조합 52개, 사회적협동조합 5개 등 총 57개다. 그러나 현재는 업종별 연대보다는 다업종 지역 협의체나 연합회로 뭉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연대 사업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농협, 수협 등 개별법 협동조합과 기본법 협동조합이 연합회를 만들어 협력 사업을 추진 가능한 ‘이종간 협동조합 연합회 설립 허용’ 내용도 기본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협동조합간 협동은 협동조합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자원 융합을 통한 공동사업이 얼마나 활발히 이뤄지느냐에 따라 전체 성장이 규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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