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올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국민독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성인 독서율은 59.9%로, 1994년 이래 가장 낮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매년 높아지지만 독서율은 점점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꽂이에 도도하게 꽂혀만 있던 책을 해방시켜 책과 친해지는 다양한 방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선 책을 읽는 공간의 변화다. 조용하고 딱딱한 이미지의 도서관은 친근감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실내를 벗어나 야외에서 즐기는 책놀이 행사가 풍성해지고 있다. 14년 간 홍대거리에서 이어지고 있는 와우북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책의 쓰임도 읽는 것에서 보고 느끼는 놀이로 바뀌고 있다. 헌책을 업사이클하는 팝업북 프로젝트라든지, 책의 내용을 연극이나 뮤지컬로 선보이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이처럼 사람들과 책 간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활동에 나서는 사회혁신기업들을 연속으로 소개한다. 

'독서+자연+캠핑'...이색 책읽기 놀이

별빛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캠핑도 즐기며 여유 있게 책 한 권을 읽는다면?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된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도심 가까이에서 이런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별난독서캠핑장(이하 독서캠핑장)’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폐교에 ‘독서’와 ‘캠핑’을 결합해 자연 속에서 책과 가까워지는 시도를 했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별난독서캠핑장

“캠핑장 앞에 넓은 잔디가 깔려 있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보니, 평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아이들도 여기 와서는 한참을 뛰어놀다 심심해지면 주섬주섬 책을 펼쳐보게 돼요. 밤이면 별도 볼 수 있죠. 억지로 책을 읽게 하기 보다는 자연스레 독서에 빠져드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독서캠핑장을 운영하는 소셜벤처 ‘책농장’ 김대규 대표의 설명이다. 

독서캠핑장 옆에는 책 읽기, 체험 프로그램, 책 구매가 가능한 금곡작은도서관이 있다. 보유한 책만 5천여 권이 넘는다. 책을 따로 준비해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책읽기가 가능한 이유다. 이곳에서는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진행된다. 그 중 ‘독서세끼’가 대표적이다. 독서세끼는 자연+사람+책 3가지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가족 캠핑 프로그램이다. 주말에는 북콘서트, 책갈피 만들기, 엽서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로 더 풍성해진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수도권에서 가장 긴 전철 노선인 경의중앙선의 한 칸을 책방으로 꾸며 승객들에게 개방하는 ‘독서 바람열차’를 가동해 북 콘서트도 진행한다.

독서세끼 프로그램

이용객들이 몰리지 않는 평일에는 유아, 청소년을 위한 독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어린이집 학생을 위한 체험학습 ‘동화 속 캠프’, 초등학교 야영 프로그램인 ‘북 스카우트’, 중고생 진로독서프로그램 ‘씽씽 클래스’를 연다. 독서캠핑장 활성화를 위해서다. 

개장 첫 해인 2017년 이곳 방문자는 4,000명에 달했다. 올해는 벌써 9,000명이 넘게 다녀갔다. 김 대표는 “처음 개장 준비 할 당시만 해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마음고생을 했지만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와서 즐기는 주민들이 많아졌다”며 “숙제 같이 느껴지는 책읽기가 자연과 만나면서 놀이처럼 받아들여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아, 청소년을 위한 독서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게임과 독서 연결하는 앱 개발 등 책 읽는 환경조성에 주력    

책농장이 결합시킨 건 독서와 캠핑만이 아니다. 독서가 놀이가 될 수 있도록 서로 상극일 것 같은 ‘독서’와 ‘게임’도 연결했다. 지난해 출시한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봄드림 북팜(Bookfarm)'이 그것이다.

북팜은 가상의 텃밭을 분양받아 독서를 통해 텃밭을 키워가는 방식의 게임으로, 함께 플레이하는 이들과 독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 북팜을 이용해 북멘토와 북멘티가 66일간 함께 읽고, 기록하고, 공유하며 독서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효과적인 독서 방법을 습득하며 책 읽는 습관을 만드는 온라인 독서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사진, 음악, 동영상 등 콘텐츠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소통하는 모델은 많은 반면, 독서를 공유하는 모델이 없다는 고민을 하던 차에 삼성디스플레이의 후원으로 제작했다.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봄드림 북팜(Bookfarm)'

북팜 개발이 인연이 되어 책농장은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봄(BOM)-드림’ 사업도 진행 중이다. 책 읽는 습관 만들기를 목표로 수도권을 넘어 충청지역에서 독서 공간 지원, 북콘서트, 북멘토링 등 책 읽는 환경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책농장 “놀이 같은 즐거운 독서 경험이 많아져야” 

책농장은 파주출판도시에서 일했던 김 대표가 사람과 책을 이어주되, 책읽기가 놀이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2012년 설립한 소셜벤처다. 독서의 교육적 측면을 강조하기 보다는 놀이로서 책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이 주다. 사업 초기 출시한 책놀이터 ‘북텐트’도 그런 취지에서 제작된 상품이다. 김 대표는 “북텐트는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많은 지식을 쌓게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까 고민하던 중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북텐트

북텐트는 출시 동시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대회에서 피츠버그 국제발명전 Toy & Games 부문 최고상 금메달 및 특별상, ‘IDEA 2014’ Bronze 수상 등을 수상해 그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친환경 재질의 종이를 사용해 안전하고, 이 종이 패널을 사용하여 아이들이 쉽게 자신들의 세계를 책과 상상력을 통해 구현해 낸 제품”이라고 호평했다. 

북텐트는 현재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던 중 사드문제 등으로 잠시 사업이 중단된 상태나 김 대표는 향후 독서 담요, 독서 쿠션 등 독서를 유발시키는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김대규 책농장 대표는 언제 어디서나 책읽는 사회를 꿈꾼다. 

책농장이 생각하는 책읽기가 놀이가 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김 대표는 “즐거운 책 읽기 경험이 독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져 사회 전체가 독서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책농장이 이루고 싶은 꿈은 도시 자체가 책과 가까이하는 북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책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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