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환 KAIST SK사회적기업가센터장.
SK사회적기업가센터는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며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기업과 학교가 협력해 MBA(경영석사과정)을 운영한다.

돈을 버는 기업이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수십 년간 쌓인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다시 비즈니스가 되고 돈이 되는 역설적인 시대. 벤처 앞에 소셜을 안 붙이면 장사가 안 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역설의 시대를 피해갈 순 없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가치를 사업 모델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 이제라도 만드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경제 생태계만이 아닌 삶 자체가 무너질 위기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적 가치를 경영철학으로 공부하고 기업을 창업하는 이들의 등장은 매우 의미 있다. SK가 지난 2013년 카이스트와 함께 만든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가 더 주목받는 이유다.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는 세계 유일의 모델이다. ‘사회적가치를 구현하는 기업가’라는 명확한 경영철학을 갖고 기업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이들에게 장학금을 풍성하게 주면서 꾸준히 배양한다는 일에 기업과 학교가 힘을 합쳤다는 것만으로 박수 받을 일이다.  졸업생 중 60여명이 소셜벤처를 창업했다. 중고자원 재유통으로 자원재순환을 지원하는 중고물품 마켓 '자락당'(대표 김성경, 2013)을 비롯해 취미 DIY플랫폼을 통해 공예 작가의 수익창출을 꾀하는 '하비풀'(대표 양순모, 2015) 등 여기 출신이다. 

“과거 정부지원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이거나 혹은 그걸 사회기업들에 위탁하는 형식에 초점을 맞춰 왔지 소셜 벤처 자체에 대한 지원은 아니었다. 사회적 가치를 가진 기업들이 성장해서 글로벌 시장을 노릴 수 있게 소셜벤처 자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책임교수인 이지환 SK사회적기업가센터장(MBA 책임교수, 경영학박사)의 일성이다. 이 센터장은 정부의 지원책을 강조하는 동시에 ‘걸출한 사회혁신 기업가’ 배출이라는 MBA의 궁극적 목표를 향해 학교와 SK가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물질적으로 윤택한 삶에만 매달려 상대적으로 도외시하면서 만든 문제들을 선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찰력과 추진력을 가진 기업가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는 이 센터장은 “지식은 우리(학교)가 줄 수 있으니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안정적 직업 추구로부터 자유로운 사고와 역량을 갖춘 이들이 많이 도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는 15일까지 7기를 모집 중이다. 지난 2일 이 센터장을 만나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현황과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 ‘굳이 MBA까지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는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는가.
▶ 일반적인 MBA를 이수하면 전문 경영인이 될 자격 하나를 갖추는 셈이다. 사회적기업가 MBA는 일반적인 경영인 배출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 초첨을 맞추고 특화한 경영인을 배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롤 모델이 없었기에 마중물 성격으로 지원하고자 시작했다.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불확실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장학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회공헌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개념 정도였던 때 카이스트는 ‘그린 MBA 트랙’을 운영하는 등 나름 선도적으로 해왔다. SK가 우리를 합리적인 파트너로 생각해 협력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 성과 측면에서 말해 달라.
▶ 5기 졸업 예정이고, 6기까지 선발했다. 지금까지 60명 정도 창업했다. 졸업생 전부가 창업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사회적기업 이사나 재단 쪽에 몸담으면서 가치를 실현하는 삶을 택하는 차선도 보여준다. 창업 후 소셜 섹터에서 M&A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기업 영역에서 지속 성장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기업이 살아남아 고용을 창출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지 않나. 성과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독립적으로 사회적기업가 MBA 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세계적으로 카이스트 말고 없다고 자부한다. 앙트레프레너 트랙 정도 운영하는 학교는 많지만. 카이스트는 테크노 MBA, 프로페셔널 MBA와 동등한 레벨의 독립적인 학위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 주로 어떤 이들이 지원하나.
▶ 청년 창업가 육성이 목표지만 나이가 큰 고려요소는 아니다. 입학생 절반은 예비창업가(펀딩, 경영 등 창업을 배우려고), 절반은 이미 창업한 이들이다. 후자는 사업을 더 키우고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려는 목적이 크다. 많지는 않지만 40대 중반도 있다. 실제 창업뿐만 아니라 공부나 리더십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일하다 온 사람들 중에서 남은 인생을 기업가로서 다른 사람을 고용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면 자격이 된다. 나쁘게 말해 전액장학금만을 생각하고 기회주의로 오는 사람들을 거르는 노하우나 방법도 어느 정도 터득해 우수 인력을 선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 40대 얘기가 나왔는데 정부 지원책이 50 이상의 시니어 세대와 만 39세 이하 청년 세대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은퇴자로 결국 준비 없는 자영업자가 될 확률이 크다. 이들에 대한 창업지원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그런 조건의 분이 입학해 잘 하고 있는 예가 있다. S사를 다니다 퇴직한 40대인데, 시장의 생리와 조직생활을 잘 안다.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사회적가치를 접목하니 창업에 필요한 비용이 적게 든다. 다만 조직생활을 이미 한 오랜 ‘월급쟁이’의 경험이 기업가로 단시간 내 성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런 특기(탤런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고, 검증을 통해 선발하겠지만 우리 프로그램에서 그분들을 주류로 집중하긴 어렵다.

- 많은 예비창업자를 위한 컨설팅, 지원 프로젝트들이 있다. 카이스트 프로그램만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리딩 그룹을 이끌 인재 배출이다. 일종의 사관학교라고 할까. 경영가 집단의 리딩 그룹은 단순히 매출이 큰 기업이 아니다. 시대정신을 이끌고, 우리 커뮤니티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커뮤니티를 선도할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런 리더십이 나오기 위해서는 교과서적인 것을 포함한 경영과정도 어느 정도 알아야하니 우선 이 과정이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의 앙트레프레너십 과정의 장점은 SK라는 기업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선배 창업자들의 커뮤니티도 강점이다. 같은 기관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서 주는 긍정적인 연결의 끈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비영리조직)이다 보니 단기성과나 등록금 수입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을 다 제공해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카이스트가 쌓아왔던 명성을 토대로 타 기관과 파트너십을 통해 자원을 연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앞서 기업의 지속성장 얘기를 했는데 창업 후속 지원 프로그램도 있나.
▶ 최근(9일)에도 창업가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임팩트 투자를 하고자 하는 투자기관을 초청하고, 재학생 창업(준비생) 뿐 아니라 졸업생에게도 기회를 준다. 카이스트창업투자지주도 애초에 카이스트 창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투자 효과를 높이기 위해 졸업생들에게도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SK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행복나래 등 SK 관계사들의 사업 연계 기회도 있다. 양 측 모두 이익이 되는 모델을 추구한다.

이지환 센터장(왼쪽)과 김진영 부센터장

- 이익에 집중하다보면 본질을 잊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소셜 가치만 추구하면서 기업을 제대로 경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다. 탄력적 가치관이 필요할 거 같다.
▶ 졸업생들에게 사업 방향성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살아남기 위해 급급한 졸업생들이 있다는 것도 현실이다. 다만, 현재까진 졸업생이 사회적가치를 잊지 않고 있다고 본다. 최소한 경영이 안정화되면 동종 업계 다른 기업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추구해야한다는 생각은 잊지 않으니 다행이다. 또 졸업생과 재학생 네트워크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서로 도와준다.
 

- 7기 모집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이들이 지원하길 바라는가.
▶ 소셜 벤처 창업을 목표로 하니 소셜 미션을 수행하겠다는 약속(commitment)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소셜 미션에 대한 마음가짐은 강한데 사업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비즈니스 감각이냐 소셜 신념이냐는 선발 과정에서도 이후에도 고민거리다. 둘 다 갖춘 인재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입시 전형에서는 소셜 쪽 미션을 갖고 있는지를 기술한 후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게 해 감각을 본다.

지식, 기능, 태도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 지식은 우리가 줄 수 있다. 첫 학기에 하는 강의가 그런 것이다. 기업가적인 역량은 연구에 의하면 타고나는 기질이 있다. 안정 지향 보다는 도전 지향, 불확실성을 잘 견디고, 안정적 취업에 대한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해당하겠다. 태도는 다른 사람과 잘 협력하고 공존할 수 있어야 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독불장군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옛말이다. 사회에서 자기가 잘 어울리면서 자기에게 없는 자원을 발굴하려면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카이스트 재학생들이 입주할 수 있는 학내 사무실(왼쪽). 입주 근무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실이 마련돼있다.
재학 중 창업자에겐 사무실 공간도 제공한다.

 

크라우드펀딩과 티켓팅 결합 플랫폼인 '크라우드티켓'을 운영하는 카이스트 재학생 창업팀.
학내 사무실에 입주해있으며 청년예술인을 위해 티켓 판로를 만들고 공연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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