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시작됐고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5년째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하 사경법)이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경법이 발의된 후 현장의 의견을 전달하고 입법을 촉구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민간단체 중 하나인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일단 낙관하는 분위기다. 김대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세부적인 쟁점이 있긴 하나 방향성에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이번 국회에서는 통과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2013년 첫 법안이 발의되고부터 토론회, 국회 기자회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경법 통과를 위해 힘썼다.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정책TF를 구성하여 기본법 검토 및 정책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논의를 가져왔다. 또한 연대회의는 지난해 11월 22일 79개 사회적경제 조직의 협의체/연합회와 4개의 단위 농협까지 참여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 발족도 주도했다. 

2013년 12월 최초 발의 후 5년째 많은 논란을 낳으며 국회서 계류 중인 기본법 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연대회의 김대훈 정책위원장(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을 지난달 20일 만나 기본법의 쟁점과 향후 전망을 들어보았다.   

김대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

- 기본법이 5년째 국회서 계류 중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거라 보나. 

이번에는 통과되기를 바라고 이전 보다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19대 국회에서부터 필요성을 계속 주장해왔고 오랜 기간 논의된 법안이기에 방향성에서는 이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더욱이 새 정부 들어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고 다양한 정책들도 나오고 있어 현장에서도 기대감이 커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정의당이 법안 통과에 공감하고 바른미래당도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인데 정부도 국회 설득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 아직 쟁점이 남아있지 않나.

두 의원 법안(윤호중 의원 2016년 8월 발의, 유승민 의원 2016년 10월 발의)이 기본적인 내용은 모두 담고 있다. 물론 법안 발의하고 초기에는 ‘개별법이 있는데 사회적경제를 포괄하는 별도의 법적인 근거를 또 가져야 하느냐’, ‘기존의 경제와 뭐가 다른가’는 의견부터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사회주의 경제’라는 오명까지 씌워지면서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상당히 컸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 대안경제로서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고 이를 지원할 기본적인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방향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세부적인 쟁점이 있기는 하나 그건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 세부적인 쟁점은 어떤 부분들인가. 

예를 들면 ‘주무부처를 기재부로 할 것인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같은 중간지원기관을 굳이 확대하고 개편해야 하나’, ‘정부가 직접 기금 형성하는 건 불가능하다’, ‘공공구매 비율을 어느 정도로 잡을 것인가’ 등이다. 

진흥원을 기재부로 옮기는 데는 반대의견도 있지만 주무부처를 기재부로 하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또한 칸막이 행정 등 부처별로 분절화 되어있던 사회적경제 전체를 조망하는 체제와 분위기로 전환될 거라는 점에서는 크게 이의가 없어 보인다. 새로운 기금 신설도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조성된 민간 기금에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은 사경법 제정의 시급성을 강조한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정책본부장들과 사회적경제 정책제안 협약식 진행 후 기념촬영.

- 연대회의 등 민간에서는 현재 어떤 입장인가. 

사경법은 말 그대로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이다. 법안 관련 현장의 의견을 수렴할 때 ‘법이 생긴다고 단기간에 바뀌겠느냐’는 우려들도 있었다. 육성, 지원을 주목적으로 하는 법이 아니기에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도 떨어질 수 있다. 기본법은 기본에 충실히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우선 사회적경제가 창출하고 있는 사회가치와 미래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법률, 행정, 정책을 보다 체계화할 수 있는 근거법으로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 새 정부 들어 활성화 방안 등 사회적경제 정책이 적극적으로 수립되고 있는데 법적인 안정성이 취약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경제 조례도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 연대회의 등 민간에서는 여기에 집중해 처음부터 무겁게 만들기보다는 기본법의 성격에 충실하게 법률을 제정한 후 필요한 경우 하위 특별법의 제정 또는 기본법의 개정을 통해 보완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시행하다 보면 또 보완사항이 생기지 않겠나. 국회에 제출된 안을 보면 현장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지원내용이 사실 민간이 제출한 의견보다도 더 많다. 

현재 연대회의는 지원육성과 관련해서는 정부 정책 근거 마련 정도 수준으로 정리하고, 각론까지 따로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사경법을 시급히 제정한다는 목표를 중심으로 입법 촉구에 힘을 싣고 있다.

- 법안 통과 시 사회적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연대회의에서는 법안 제정의 의미를 크게 4가지로 본다. △사회적경제의 정의, 범위 규정 및 사회적경제의 사회적 기여 인정 △부처 간 칸막이 해소 및 통합적 사회적경제 정책의 구상과 실현 △사회적경제에 대한 국가, 지자체의 육성 정책, 지원 정책의 근거 마련 △사회적경제조직 간 자율적인 연대와 협력의 활성화 등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의미는 사회적경제가 그간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각 주체별로 미치는 영향을 꼽으면, 정부 차원에서는 현재 소관 부처와 사회적경제조직의 법적 형태 등에 따라 분절화 되어 있는 사회적경제 정책 환경을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제적으로 이를 실행, 뒷받침하기 위한 민-관 협력구조 구축도 가능해질 거라 기대한다. 

지자체 등 지역의 경우 법이 제정되면 지역 기반의 사회적경제를 지원·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는데 필요한 법률적 근거와 지원정책의 근거가 마련된다. 

사경법이 제정되면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도 변화가 있을거라는 전망이다. 

- 민간(사회적경제)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거라 보나. 

사실 앞서 얘기한 내용보다 더 크게 기대하는 부분은 민간의 변화다.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 간 협업의 근거가 마련되고 자원·역량 공유 등이 촉진되는 등 개별 섹터가 하기 힘든 부분을 공동으로 만들 수 있게 되어 민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다양한 성격의 지역·업종·부문·전국 단위 연대조직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들과 다른 법률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들 간에도 연합회를 설립할 수 있게 되는 등이 그런 시도들이다. 이러한 시도는 정부의 주도 또는 지원이 아니라 국내 사회적경제가 민간의 자조와 협동, 연대를 기초로 역량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협력의 시도가 생기고 경험, 성과가 축적되고 있다. 어느 시점에서는 괄목할만한 질적 변화도 가능하다고 본다.

- 얘기를 들었을 때는 법만 통과되면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건 아니다.(웃음) 법이 있다고 그동안 누적된 문제들이 한 번에 해소되지는 않는다. 다만 풀어가는 단초가 마련 될 거라는 기대는 있다. 앞서 얘기한 정부, 지자체, 민간이 선순환 되는 조건이 만들어지도록 주체들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 법안 통과를 긍정적으로 얘기했지만 이번 국회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올해 안 되면 또 내년 국회로 넘어가는데, 연내에 꼭 통과되기를 바란다. 안 되면 또 다음 국회 회기를 기해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입법 촉구에 힘을 실어야 할 거라 본다.

 

사진제공.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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