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벌어지려면 중심이 되는 사람, 또는 중심이 되는 공간이 있어야 하잖아요. 이 카페를 중심으로 굉장히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더라구요. 골목 자체가 전부 살아있는 느낌이었어요.” 

카페(cafe). 커피나 음료를 파는 곳으로 익숙하다. 이 카페를 중심으로 일이 일어나봤자 얼마나 일어날까. 게다가 카페가 골목에 활력까지 불어 넣는다? 상상이 잘 되질 않는다. 

“저는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이곳이 너무나 신기했어요. 밖에서 보면 동네 자체는 다세대 주택이라 굉장히 조용한데, 안에 들여다보니 가까운 거리 안에서 활동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마을공동체가 있더라니까요. 도시에서도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이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협동조합 카페마을(이하 카페마을)’ 이연수 이사에게 목2동 골목의 첫 느낌을 물었더니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카페마을은 형태가 특이해요. 조합원이 10명인데, 각자 본인의 일들이 있어요.”

청소년 문화공간을 맡고 있는 수녀님부터 목2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타 협동조합 이사장님들, 골목 곳곳 공방을 운영하시는 손 작업자분들, 기존에 목2동에서 활동하던 문화예술기획자분들까지 직업도 천차만별인데 이미 협동조합을 하는 이들까지 참여했다.

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떻게 모였을까. ‘카페마을’은 2010년 네 명의 문화예술 기획자가 만든 카페 ‘숙영원’이었다. ‘숙영원’은 차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주민과 마을 예술가들이 만나고 배우고, 축제를 구상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 활동이 생기며 숙영원은 목2동의 문화공유공간이자 마을 커뮤니티의 중심이 됐다. 

그런데, 숙영원을 운영하던 문화예술기획자들이 동네 뒷산인 용왕산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문을 닫을 상황에 처했다. 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016년 6월 ‘카페마을’을 만들어 이 공간을 지켜냈다. 

“공간이 주는 중요성을 느꼈어요. 이 공간에 모여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퍼져나가는 모습을 저는 실제로 봐왔잖아요. ‘숙영원이 없어지면 무엇을 중심으로 이 골목에 일들이 벌어질까?’ 생각해봤을 때, 무형(無刑)이 되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전부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공간을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조합원이 되었어요.”

카페마을은 다양한 조합원 구성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다양한 공예품이 있는 ‘사연 많은 가게’로 먼저 시선이 갔다. 머그잔, 접시, 컵받침 등 다양한 수공예품들이 칸마다 자리 잡고 있었다. 공방을 운영하는 조합원이 원데이클래스를 열어 손뜨개, 가죽공예 등 마을주민과 직접 공예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었다.  
 
벽마다 영화상영, 그림책 프로그램, 워크숍 등을 알리는 포스터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그 아래에 그림책들이 놓여있었고, 고개를 쭉 돌려보니 ‘꼬리 달린 책방’이란 이름으로 다채로운 그림책들이 진열돼 있었다. 

“한 달에 한번 이 책들을 가지고 그림책 프로그램을 해요. 아이들이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해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책을 그 자체로 즐겁게 봐줬으면 하는 거죠. 그림책을 매개로 연극 활동, 미술활동, 낭독도 해보구요. 교육 목적이 아니라 책을 가지고 같이 놀면서 가깝게 느꼈으면 해서 시작했어요.” 

카페 한 편에는 아이들도, 어른도 보고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 준비돼있다.

그림책 프로그램은 출판사에서 일했던 이 이사가 맡고 있다. 그녀는 교과서와는 전혀 다른 그림책이 주는 힘이 굉장히 강하다고 믿는다. 또, 그림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위로 받는다고 얘기해요. 그림책 테라피죠. 그림책을 보고 본인의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림책 안에 우리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세계와 우리가 가야할 모습까지 담겨 있어서 치유와 또 다른 자극이 된다고 말씀하세요.”

이 이사에게 어떤 목표가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엄청난 변화와 성과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협동조합원 개개인이 이 공간을 유지함으로써 즐거워야 하거든요. 그게 가장 중요해요. 이 공간 안에서 각자 역할을 하고, 내가 바로 설 수 있는 것. 그게 이 공간을 살리는 가장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이 이사는 “홍보를 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임을 지역에 자연스럽게 녹이고 싶다”며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중심으로 모이고 함께 할 것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우리의 가치를 주변의 응원으로 느꼈다”며 “공간의 의미는 이용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부여되고 채워지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사람들이 하나둘씩 카페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이사는 자연스럽게 커피 머신기 앞으로 갔다. 

자연스럽게 내일인양 주문 받는 조합원, 이 이사가 내린 커피를 마시러 왔다는 활동가,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까지 점점 공간이 말소리로 가득 찼다. 이 카페마을 하나로 골목이 살아있음을 몸소 느꼈다.

“제게는 이 공간이 ‘놀이터’에요. 혼자 노는 것보다 사람들 만나서 노는 놀이터? 연수쌤이 당번 일 때는 연수쌤 보러 와요. 연수쌤이 만든 커피가 제일 맛있거든요! 여기서 다양한 것들이 열리고 이런 문화가 이 안에서 일어나니 정말 좋아요! 공공성 있고 사람들을 모아주고, 각각의 활동들이 퍼져나가는 공간이라 올 때마다 힘을 받고 가는 공간이랍니다.” (마을활동가)

“저는 이사 온 지 3년 정도 됐어요.  다른 동네에서 7년간 살았었는데, 이런 공간은 없었어요. 현대 사회는 마을공동체가 사라졌잖아요. 근데 목2동에 이사 와서 이 공간을 알게 되고, 또 공간을 통해 사람을 알고. 저한테는 말 그대로 이 공간이 ‘마을’이에요. 무언가가 변하고 다양해지기보다 지속가능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오가며 계속 재밌는 공간이 될 테니까요.” (협동조합 카페마을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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