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5년째 표류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 ① "지자체까지 움직일 근거법 필수, 더는 미룰 수 없다"
[긴급점검/5년째 표류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 ① "지자체까지 움직일 근거법 필수, 더는 미룰 수 없다"
  • 라현윤 기자
  • 승인 2018.10.1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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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정 시급 현장 한 목소리 "정부 통합지원 근거는 물론 지역의 협동과 자발적 연대 힘 모은다"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5년째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하 사경법)이 통과될지 사회적경제 분야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100대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한편, 지난 7월 대구에서 열린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기본법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촉구하고 나서기도 해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며 이번 국회 통과를 열망하고 있다.  

그동안 사경법 입법을 촉구해온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김대훈 정책위원장은 “지금도 국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 중이며,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라며 “세부 쟁점들이 있지만 이미 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기본적인 내용은 모두 들어가 있기에 세부적인건 조정하면 된다고 본다”며 통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반면 정부나 국회에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20대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했던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는 “쟁점이 있었던 부분이 일정정도 해소되었다는 얘긴 들었지만 섣불리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월 말 진행된 국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사회적경제개발원 설치, 중간지원조직 설치·운영 등의 안건들이 여전히 이견이 있었다"며 "지역에서는 여야당 관계없이 지역활성화 차원에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소위 논의에서는 어려움이 있어 국회 회기 중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경제기본법 19대 국회서 처음 발의, 5년째 계류 중  

사경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19대 국회였다. 2013년 12월 새정치연합 사회적경제위원회 위원장이던 신계륜 의원이 최초 대표 발의했다. 다음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원석 정의당 의원(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제안 안으로 발의)이 발의했다. 여야가 모두 법안을 제시하고 입법에 동의한 초당파적인 민생 법안(유승민 의원 67명, 신계륜 의원 65명, 박원석의원 11명, 총 143명 발의)으로 주목 받았다. 

당시 새누리당은 사경법 입법 이유에 대해 “국가와 시장만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의 통합 생태계를 조성하고 통합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경법 발의가 민간의 요구로 입법이 추진된 것이 아니라 정당들이 먼저 제안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초기 현장의 우려도 컸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필요에 의해 제정된 준비된 법률이 아니라는 점 △정치권이 주도하면서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에 착근하도록 근본적인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전달 체계 중심의 설계라는 점 △보충성의 원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 제정 의도와 달리 역기능적인 문제 등으로 사회적경제계에 미치는 파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존재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2015년 11월 27일 기본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br>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2015년 11월 27일 사경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을 중심으로 민간에서는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기본법이 민간의 활동을 촉진하고, 불필요한 제약이 생기지 않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에 대한 몰이해, 다른 법률과의 연계나 거래를 조건으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지연되면서 19대 국회에서는 상임위원회에 상정됐지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사경법은 20대 국회에서도 재발의됐다. 사회적경제가 양·질적 성장을 이루면서 기본법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2016년 8월 17일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는 포용적 성장과 경제민주화 추진을 위해 윤호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포함해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박광온 의원 대표 발의)과 '사회적기업제품의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서형수 의원 대표 발의) 등을 함께 발의했다. 19대에서 법안을 발의했던 유승민 의원(2016년 10월 발의)도 재발의하며 힘을 실었다.  

그러나 법안은 계속 표류했다. ‘각 영역별로 법이 있는데 사회적경제라는 별도의 법적인 근거가 또 필요하냐’, ‘기존의 경제와 뭐가 다른지’ 등에 대한 제기들이 흘러나왔다. 특히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기본법에 대해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한 법’라는 오명을 씌우면서 난항을 겪었다.  

변화의 움직임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100대 국정과제로 삼고 각종 활성화 정책을 쏟아내면서 사경법 통과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커졌다. 사회적경제 내에서도 사경법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22일에는 전국의 79개 협의체/연합회와 4개 단위 농협이 참여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발족했다. 시민행동은 입법 촉진을 위해 기재위 소속 위원들을 상대로 입법 촉구 활동을 벌였지만, 2017년에도 사경법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채 국회 회기가 종료되었다. 올 2월 임시국회에서도 사경법 통과를 앞두고 시민행동 주최의 전국대회를 개최하며 입법을 촉구했지만 역시나 통과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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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유연수)

법 통과되면 사회적경제 종합지원 할 법적 근거 마련 돼  

사경법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조직을 지원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법적 근거와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더불어 사회적경제조직들 간 연대와 각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회적경제 지원 정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적경제조직의 정의에 따른 사회적경제조직의 열거와 등록제를 통한 보완 △국가 등의 책무 및 민-관 협력의 강화 △사회적경제조직의 책무 △기본계획의 수립과 시행 △대통령 소속 사회적경제위원회의 설치·운영 △한국사회적경제개발원의 설립 등 중간지원원기관의 설치 및 운영 △사회적경제연합조직 △사회적경제금융의 정비 △사회적경제발전기금·지역·민간기금의 설치 및 운용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 및 육성 △사회적경제조직 간 협력과 연대 촉진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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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유연수)

사경법이 제정되면 사회적경제 분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변화를 사회적경제를 사회적으로 실체화 한다는 점이라고 얘기한다. 사회문제를 해소하고 완화하는데 그간 사회적경제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음을 사회적으로 각인하고 공감대를 확산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더 튼튼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법적 근거와 정책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 마을기업, 소셜벤처 등으로 세분화된 사회적경제조직을 포괄하는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환경을 마련하는데도 기본법은 필요하다.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은 "법이 통과되면 형태와 상관없이 종합적인 실행지원조직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지원기관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은 근거법을 만들지 않으면 조례 만드는 작업에 소극적"이라며 "정책 실행에서 중요한 건 현장 조직들과 소통하며 만들어내는 민관 거버넌스가 필요한데 법이 없으니 만들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법적 근거가 있는 시스템이 제기돼 왔고, 그걸 담은 것이 사경법인 것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은 올 2월 전국대회를 가지고 입법을 촉구했다. 

사경법이 발효되면 민-관 협력의 토대가 된다는 점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즉, 기존의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의 자조와 협동, 연대를 기초로 민간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민간 사회적경제 조직 간의 다양한 연대조직을 결성할 근거를 마련하고 촉진시킬 수 있다"며 "개별 섹터가 그동안 하기 어려웠던 걸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그동안 분절적으로 이뤄져 왔던 각 부처 간의 정책을 통합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마다의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는데 필요한 법률적 근거와 지원정책의 근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사경법 연내 제정될까?’...법안 통과에 대해서는 의견 엇갈려  

올해 사경법이 제정되는 해가 될 수 있을까?

법안 통과에 대한 전망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 어느 시기보다 정부가 사회적경제 정책에 적극적인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이 우호적인 분위기라 통과될 거라 보는 의견도 있지만, 여전히 자유한국당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다른 법안과 묶여 협상 중이라 난항이 예상된다는 것. 특히 이번 정기국회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소득주도성장, 심재철 공방 등 굵직한 이슈들이 많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올해 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될지 관심이 쏠린다.(사진. 국회 홈페이지)&nbsp;
올해 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될지 관심이 쏠린다.(사진. 국회 홈페이지)

 

사진제공.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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