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준 젠스토브 대표는 음식조리와 동시에 전기를 생산하는 스토브를 개발했다. 그는 '에너지시민창업경연대회'에서 사용법을 직접 선보였다.

‘에너지 절감’, ‘에너지 수요관리’, ‘신재생 에너지 보급’

이 중 생소한 어구는 없다. 에너지 문제가 화두가 된지는 꽤 오래다. 모두 에너지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하고 에너지 절감에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번번이 달성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가 하면 에너지와 기술발전의 이로움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여름 약 3개월 간 집에서 온열질환을 앓은 사람만 348명에 달했다.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덥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금, 에너지 낭비와 부족의 공존을 ‘덮어놓고’ 있는 꼴이다. 

고여있는 문제 상황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에너지 관리가 더 이상 담론으로 머물지 않고 실제 삶으로 옮겨지도록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를 내보였다. 지난 달 20일 열린 ‘에너지분야 시민 창업 경연대회’에서다.  

강진희 한국에너지공단 실장은 “대회를 통해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심사에도 ‘사회적 임팩트’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상을 거머쥔 ‘나인와트(ninewatt)’는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 비용을 줄이고 ‘자본력에 관계없이’ 자신의 에너지 사용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점에서 에너지 관리를 보편화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상을 수상한 김영록 나인와트 대표.
그는 햄버거가게 40여 곳에 서비스를 테스트해, 한 달 동안 약 5300만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김영록 나인와트 대표의 문제의식은 에너지 절감에도 자본의 장벽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기업들의 에너지 점검 시스템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 기업 상황이 변하면 에너지 운용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근로자 50명 미만의 중소기업은 에너지 전문 기술자를 고용하거나 적극적으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여력이 없다.” 

그가 빅데이터 활용 에너지절감 플랫폼을 구상한 이유다. 그가만든 플랫폼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에너지 낭비 원인을 분석하고 소비자에게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이용 서비스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김 대표는 “고지서 고객번호 10자리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에너지 절감 방안을 알 수 있게 해 접근성을 높이고 서비스 이용을 쉽게 했다”며 “또, 서비스 공급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 업체의 에너지 관리자가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후 교육까지 책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두 가지를 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라고 꼽았다. 

그는 “소비자는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어떤 전문 기술을 사용하는지 관심이 없다"며 "소비자 투입한 인풋(에너지를 절감을 위한 행동)으로 얼마만큼의 에너지와 요금이 절약되는지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인와트 서비스의 강점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인와트의 서비스는 서비스에서 제시한 에너지 절감 방안을 통해 아껴지는 전력의 양과 요금을 보여준다.  

이들은 교육청 등 공공기관에 서비스를 도입해 적은 비용으로 에너지를 절감하게 하는 사회적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가진 사람, 못가진 사람 구분 없이 에너지 절감을 누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도 에너지 분야의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이런 대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밖에도 ‘루미르(Lumir)’가 최우수, ‘에코너지(Econergy)’와 ‘젠스토브’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우수상 김봉준 젠스토브 대표와 김수연 에코너지 대표, 최우수상 박제환 루미르 대표

최우수상을 수상한 ‘루미르’는 전력 수급이 어려운 저개발 지역에 폐식용유로 작동하는 LED램프를 보급한다. 글로벌 에너지 빈곤층에 에너지 자체를 보급하는 것이다. 폐식용유에 열을 가해 발생한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데, LED램프가 깜빡거리지 않게 안정적인 빛을 생산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이들의 제품에 대해 인도네시아에서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폐식용유를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루미르는 시민평가단에게 “현지의 상황과 수요를 잘 반영해 제품을 고안했다”는 평을 얻었고 현장에서 진행된 시민투표상을 받았다. 

우수상을 수상한 ‘에코너지’는 중앙대학교 2학년 재학생만으로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전력 수요 피크타임을 알리고 에너지 절약활동에 보상을 지급하는 어플을 구상했다. 전국민 에너지 전력 수요 관리(DR)를 가능케 해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고 주체적인 에너지 소비가 가능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추가 기능을 통해 에너지관리 정책에의 접근성을 높이고, 에너지 절감을 통해 적립한 리워드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기부할 수 있게 한다. 

또 다른 우수상 수상팀인 ‘젠스토브’는 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유실열을 이용해 음식 조리와 동시에 전기를 생산하는 스토브를 개발했다. 김봉준 대표는 열이 전도되는 가열부 위가 아닌 아래를 냉각해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한 기술의 참신함을 강점으로 꼽았다. 가스를 연료로 발생하는 열과 액화가스의 온도차를 활용해 냉각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사진 삽입 : 젠스토브의 김봉준 대표가 직접 스토브을 작동해 LED램프를 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야외 취사 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에 집중하면 자연스레 해결방안(스토브 구조)이 고안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는 초기 R&D 비용이 많이 필요해서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리치마켓(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얻고 있다. 

세상을 밝히는 에너지시민창업경연대회! 

이번 대회는 한국에너지공단이 주최하고 함께일하는재단이 주관하며 하나은행이 후원한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 시민홍보사업이다. 대회 심사를 위해 민영서 (사)스파크 대표, 함경선 전자부품연구원 에너지IT융합연구센터 박사, 정해원 마을기술센터핸즈 대표, 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 윤성욱 와디즈 투자사업실 실장, 오규희 어니스트벤처스 이사가 자리했다. 

50개의 신청 팀 중 이 날 결선에 진출한 팀은 10개로 4개 팀이 본상, 6개 팀이 입상을 수상했다. 대상에게 1000만원, 최우수에 500만원, 우수에 2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됐다. 결선 진출 10개 팀은 상금 수여 외에도 대회 주최·주관 측의 홍보와 사후지원을 받게 된다.

한편 작년 약 418억원 가치의 계약을 성사시킨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이 2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중이다. 에너지 시민창업 경연대회 본선에 진출한 10팀의 아이템은 에너지대전에서 만날 수 있다.

 

* 에너지 분야
: 에너지ICT(정보통신기술) 및 지속가능에너지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 공급 서비스, 에너지 절약 및 효율 개선 방안 등 에너지 신산업 전분야

 

사진 제공. 함께일하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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