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엉덩이 붙이고 책 한 권 읽기 쉽지 않다. 맘을 풍요롭게 하는 추석을 위해 4개 출판협동조합에서 각각 책 두 권을 자타 출판사 구분 없이 추천받았다. 책 한 권과 동행하는 풍성한 한가위를 협동조합출판사와 함께 이로운넷과 함께.

◆ 여우책방협동조합이 추천합니다

책방사업을 하고자하는 다섯 명(여자 셋, 남자 둘)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2016년 11월부터 개업하여 책, 헌책을 판매하고 차와 막걸리 등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책방의 콘셉트는 에코페미니즘. 여성주의 외에도 민주주의, 공동체, 환경, 대안적 삶에 관련된 책 등을 취급하며 읽기, 쓰기, 낭독 관련 10여개의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독점, 경쟁 아닌 지속적인 행복혁명으로 가는 길”

페미니스트가 답답? 
지구 생명과 함께 사는 작은 실천에서 출발하면 어렵지 않아요!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여성환경연대 기획/시금치/2016

“‘에코페미니스트의 행복혁명’이라는 부제처럼 이들의 생각과 실천을 따른다면 지구에 있는 뭇 생명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행복에 이를 가능성이 더 높아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방향은 맞지만 아직은 소수의 목소리이므로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에코페미니스트로서 ‘소비가 아니라 존재를, 독점이 아니라 공유를, 경쟁이 아니라 삶의 지속성을 통해 행복혁명을 이룰 수 있다는’ 다양한 실천방안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이후 책방에 찾아오신 손님들께도, 책방을 취재하러 오신 분들께도 에코페미니즘을 설명하는데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마침 2018년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우책방 스테디셀러로서의 명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개인의 독립과 자발적 삶이 페미니스트 운동의 출발”

‘페미’를 남성권력의 여성권력의 이동으로 오해하신다면
여기에 정답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마리아 미즈/갈무리/2014

“마리아 미즈가 말하는 페미니스트운동은 (남성) 권력 엘리트를 다른 (여성) 권력 엘리트로 대체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엘리트도 다른 이들을 착취하고 지배하며 살아가지 않는, 서열이 없고, 중앙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기본적으로 무정부주의운동이다. 그는 오늘날 세계화, 자유화, 사유화, 일반 경쟁의 신자유주의 원칙에 따라 세계경제가 재편된 것이 여성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중요한 변화로 보며 대안으로 자급적 전망을 말한다. 자급의 관점은 스스로 삶을 생산하고 재생시키며, 자기 힘으로 서고 자신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데서 나온다. 작은 자유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자유 없는 인간은 가장 중요한 인간성과 존엄을 상실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 그리고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어떻게 여성을 억압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나 자신의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자발적인 삶이 핵심이다.”

◆ 발전소책방.5협동조합이 추천합니다

읽고 싶은 책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을 권하는 공간에서 문화와 예술을 나누고, 동네에서 벌어 먹고 살고 싶은 조합원 15명이 생각을 나누는 책방이다. 3년 전 개성있는 동네의1인 출판사를 소개하는 '친구출판사 코너'를 시작으로 이웃의 이야기를 모으는 '월간이웃', 동네에서 책으로 만나는 문화 예술의 시간 'book&', 교하(한강과 임진강의 만남)도서관과 공동 기획하는 '북데이트'등 책과 이웃이 만나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엄마의 사랑이 다는 아니다” 

부모역할에 대한 실용적 조언, 자신의 성장과정을 돌아보며 읽어요.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수련/위고출판사/2017

“어른이 되는 것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은 어린 시절 엄마의 사랑을 아낌없이 듬뿍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 사랑을 잃어버려야 합니다.(30쪽)
책 곳곳의 흥미로운 사례들과 인상적인 통찰을 통해 아이의 성장 과정과 그에 필요한 어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준다. 엄마의 사랑은 아이에게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저자는 그것이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아이가 커갈수록 엄마의 사랑에는 양면성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사랑에 매일수록 아이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부모는 물론이고 학교 선생, 나아가 아이를 갖고자 하는 예비 부모에게 권한다. 부모 역할에 관한 실용적인 조언들에 집중해서 책을 읽어도 좋지만, 성장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교양서로서도 일반 독자에게도 충분히 흥미롭다. 자신의 성장 과정과 삶을 돌아보며 읽으면 더욱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고통 

“우리 노동을 살피는 냉정한 인간공학적 관점”

다양한 직업군의 고통이 감춰져 있다! 
과학자들이 나설 차례.

▶보이지 않는 고통=캐런 메싱/동녘/2017

“노동자들의 고통에 공감한 과학자 캐런 메싱의 회고록으로, 유전자를 연구하던 퀘벡대학교 생물학 교수였던 메싱이 어떻게 해서 어떻게 인간공학으로 관심을 옮겨갔는지, 어떻게 해서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분투하는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인간공학자로서 메싱은 노동자들의 작업 현장과 노동 과정을 바라보고, 그것이 어떻게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는지 살펴보거나, 더 좋은 노동 환경을 제안하는 등의 일을 한다. 이 과정에서 메싱은 노동자들이 처한 환경과 그들의 '숨겨진 고통'을 드러낸다. 그리고 과학자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책은 과학자와 시민들에게 타인의 고통에 함께 귀 기울여보자고 제안한다. 다양한 직업군의 고통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전문가의 역할과 태도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 인간을 존중할 줄 아는 의학과 과학이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게 된다. 좋은 책은 끝까지 읽고 덮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고민하도록 만든다.”

◆ 착한책가게협동조합이 추천합니다

‘나’가 아닌 ‘우리’의 힘으로 일터와 삶터를 일구어나가는 노동자협동조합 출판사다.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책, 협동의 정신을 고양할 수 있는 책들을 기획, 출간하고 있다. 대안적인 삶과 사회를 일구어나가는 데 밑바탕이 될 만한 철학과 실천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책을 펴내고 있으며, 주로 사회적 경제와 혁신교육 분야의 책을 출간한다.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

“존재 자체로 힘이 될 수 있어요”

추석이 지겹다고요? 
나로인해 즐거울 주변을 잠시 생각하는 것도 또 다른 나눔.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전성실/착한책가게/2017

“평소에는 소홀하기 쉬운 가족과 친척, 오랜 친구들과 함께하게 되는 명절. 그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마음이 채워지는 관계가 있습니다. <살아가는 것도 나눔이다>는 이처럼 존재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나눔이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꾀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점점 더 살아가기 힘들어지고 팍팍해지는 요즘, 서로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삶을 나누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일러줍니다. 올 추석에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를 든든하게 지켜줄, 또 내가 힘이 되어줄 많은 이들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인생을 즐겁게 채워보면 좋겠습니다.”

 

 

일이 모두의 놀이가 되게 하라

“삶과 일을 좀 더 근사하게 만들 수 있다?!” 

지겹기만 한, 나를 짓누르는 일과 조직을 
딱 격파하는 방법!

▶일이 모두의 놀이가 되게 하라=이강백/착한책가게/2018

“우리의 삶과 일을 더 근사하게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같은 책입니다. 연초에 계획한 일과 사업들을 진행하며 한참을 내달리다 보면 어느새 함께하는 이들은 지쳐 있고, 조직은 삐걱거리며, 내가 왜 이 일을 하나 하는 회의도 들게 되지요. 그러한 때, 잠시 멈춰서 가만히 자신과 주변을 돌아봐야 할 때 맞춤인 책입니다. 나의 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지, 어떻게 힘을 모아야 할지 등에 대해 입에 단 사탕 같은 이야기가 아닌, 오랫동안 숙성된 장맛 같은 이야기가 마음에 파고듭니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자신을 가다듬고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입니다.”

 

◆ 모두의책협동조합이 추천합니다

‘생활이 책이 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출판을 소수 지식인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누리는 권리로 만들어가고자 만든 협동조합이다. 이 미션의 수행을 위해 저희는 일상의 기록에 집중하고 있다. 개개인의 일상이 사회적 기록의 밑거름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업분야로 자서전 등 생활밀착형 도서 제작과, 개인과 지역의 이야기 발굴 및 기록, 디자인과 문화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엄마의정원 

“요즘 엄마들의 요즘 애들 키우기” 

정답은 없다? 
공모전에서 쏟아진 아이 엄마 이야기들

▶엄마의정원=나무와숲/모두의책/2016 
어린이집 앞에 한 아이가 엉엉 울며 엄마 다리춤에 매달려 떨어지려하지 않는다. 엄마는 겨우겨우 아이를 떼어놓고 급하게 출근을 합니다.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떼어놓아야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 책은 점점 더 아이 낳고 키우는 일이 힘들고 불안한 일이 되어버린 요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스스로의 이야기를 공모전을 통해 받아 엮은 책이다. 사연은 저마다 다른 감동을 전달한다. 이 책을 읽고 오히려 아이 낳고 키우는 게 힘들어 출산을 포기하는 분이 계실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아이는 세상의 가장 큰 선물이며 엄마가 살아가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훌쩍 성장한 자녀들을 보면 그 어려웠던 시간이 눈녹듯 사라질 것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지금 엄마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통해 가정의 소중함과 엄마이자 여성의 자아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고택의 門을 열다

“소풍가듯 들른 전국 고택이야기”

아파트 대신 우리가 살던 집 이야기!
전문 건축 지식 자리에 사람과 자연의 이야기가 듬뿍

▶고택의 門을 열다=다헌 송은애/모두의책/2016

대전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한 시인이 전국의 고택을 돌며 시인의 감성과 시각으로 우리나라의 고택을 재해석한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가 관광 차 찾아가서 보는 안내판이나 건축학자가 이야기하는 주택양식처럼 전문적이고 학술적이지는 않지만 자연과 사람을 한 데 묶어 이해하려는 필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필자가 말하기를 매월 한번씩 남편과 소풍가듯 전국의 고택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때론 잡초만 무성한 고택도 있어 월담을 감행하며 취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지은이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내용을 보면 지난 3년여 간의 여정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쪼록 이 책이 우리나라 고택을 평범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책으로 기억되기를 란다. 고택을 여행하고 싶다면 한 번 동행해보는 게 어떨까?

 

 

디자인. 박재하 이로운넷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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