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6일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학교 내 협동조합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학교 협동조합 설립과 관리·감독 권한이 기존 교육부에서 시·도 교육감으로 위임되는 것은 물론, 학교협동조합과 연계한 학생 교육활동도 지원하는 등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표명했다. 정부가 학교협동조합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첫 학교협동조합이 국내에서 태동한 이래 5년 만이다. 

“정부가 처음으로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죠. 특히 지역은 예산도 자원도 거의 전무했던 상황이라 이번 지원이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거라 기대합니다.”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정책위원의 감회는 남달랐다. 그는 지난해 말 22개 학교협동조합이 참여하는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에도 함께 참여해 1년간 무급으로 사무총장을 맡았다. 지원계획 발표 당일, 전화기 너머로 그는 기대와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현장의 고민을 더 들어보기 위해 지난 12일 주 정책위원을 만났다.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정책위원(사진제공. 이우기 사진가)

학교협동조합 전도사로 불린다. 

협동조합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3년 협동조합연구소에서 복정고 학교협동조합 인큐베이팅과 경기학교협동조합 연구를 맡게 되었다. ≪만들자, 학교협동조합≫ 책을 펴내면서 문의와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학교협동조합 전도사로 4년 간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런 과정에서 협동조합 연구자로서 다양한 현장을 볼 수 있었고, 연합회 조직에도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학교협동조합은 왜 필요한가.

청소년 663만 명 중 사회적경제 교육 경험이 있는 학생이 1만 명(2017년 기준) 정도다. 전체 학생 수의 0.1% 수준이다. 그나마 학교협동조합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에 80여개의 학교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전체 학교 수를 생각하면 고작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사회적경제를 알고 경험하는 실체가 주는 상상력은 기대이상으로 크다. 지역에 1개 학교협동조합만 있어도 그 지역 사람들에게 다른 교육, 다른 경제의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 최근 학교협동조합과 관련된 논문들이 많이 나온다. 기존 교육 분야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더없이 반갑다. 

현장 활동가로서 이번에 발표된 지원계획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웃음) 고무적이다. 정부가 처음으로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서울, 경기, 강원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예산도 자원도 거의 전무했던 상황이라 이번 지원이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거라 기대한다. 다만 계획한 것들을 잘 해나갔으면 하는 점에서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 싶다. 

우선 지역 특성에 맞는 ‘학습 리더’ 양성이 필요하다. 계획이 본격화되면 사회적경제 교육을 하는 분들이 학교에 들어갈 기회가 많아진다. 특히 그동안 아예 예산 자체가 없던 지역의 경우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 내 준비된 강사를 양성하기란 여건상 쉽지 않다.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이 지난 국회포럼에서 강사보다는 ‘학습리더’를 양성하자라고 했는데 적극 동의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 이를 위해 어떤 자원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민해가는 학습 리더가 지역별로 만들어져야 한다. 새로운 교육을 화두로 마을교육공동체, 혁신교육, 민주시민교육, 사회적경제가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회적경제 내에서도 청소년 교육의 비중이 미비하고, 마을 교육공동체 내에서도 사회적경제를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사회적경제와 교육의 교차점에 있는 학교협동조합을 알리고 연결하려면 이러한 학습 리더 양성이 절실하다.  

물론 이러한 연결은 교육부 내에서 먼저 선행돼야 한다. 학교협동조합은 혁신교육, 민주시민교육, 진로역량 개발과도 연계돼 있다. 교육부 내 담당부서인 평생학습정책과가 학교혁신정책과, 민주시민교육과, 진로교육정책과와 같은 타 부서와도 적극적인 연계가 필요하다. 

대구 해올중고등학교에서 만든 대송사회적협동조합에서 바자회를 열어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 (사진제공. 대구 해올중고등학교)

핵심은 민간 간, 민관 간, 그리고 기존의 사업과 새로 추진될 사업 간의 ‘연계·연결’인 듯하다. 

맞다. 민관협의체가 정말 중요하다. 사회적경제 내 다른 영역에서도 중간지원조직이 생겼을 때 행정의 심부름센터로 전락한 경험을 우리는 일찍이 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결국 민관협의체가 단단히 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중앙정부와 민간의 협의가 전무했다. 연합회 차원에서 추진하면서 청와대 주관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교육부, 기획재정부, 대학생협 등과 함께하는 공식회의가 열렸다. 올 5월 지원계획 관련 의견수렴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민간협의 자리가 있었지만 상시적인 협의체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연합회 등 당사자 대표조직을 통해 현장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서울시와 말레이시아 사례를 반면교사 삼으면 좋겠다. 서울시의 경우 2015년부터 교육청, 지자체,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학교협동조합, 민간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민관협의회가 지속적으로 운영되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왔다. 학교협동조합 수가 1만2769개(2015년 기준)에 이르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1990년대부터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협력해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교육부 차원에서도 시급히 민간과 파트너십을 갖고 논의할 장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번 계획안에 중앙지원센터를 설치해 현장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그 역할은. 

‘중간지원조직을 또 만드는 것이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사회적경제 및 마을공동체 중간지원조직이 담아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지자체 및 교육청과 파트너십을 가져야 하는 학교협동조합의 특성상 별도의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 다만 지역에 따라서 새로 책정되는 지원 예산을 마중물 삼아 사회적경제 및 마을교육공동체 지원조직이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콘트롤타워로서 중앙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센터 위탁을 염두하고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민주시민교육, 풀뿌리 주민자치교육 등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을 위한 사회적경제교육 방안으로서 학교협동조합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학교협동조합은 지역 자립을 기반으로 조직을 키워가고 사람을 성장시켜 가는 곳이기에 이러한 인큐베이팅 역할을 잘 세팅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와의 소통, 혁신교육, 민주시민교육, 진로역량개발이 잘 어우러지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초기에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학교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전문가 등의 외부 수혈도 꼭 필요하다. 

학교협동조합의 성장·발전을 위한 과제가 있다면. 

계속 강조하는 부분인데, 협동조합을 넘어 민주시민교육, 혁신교육, 마을교육이라는 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즉, 개별 학교협동조합만 보기 보다는 지역과 학교가 어떻게 만나고 새로운 교육을 위해 주민, 교사 등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통합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이는 학교협동조합이 다른 교육, 다른 자원과 결합해야 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모든 사업을 교육부 예산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어떤 부분은 정부 예산으로 해결하고, 어떤 부분은 지역 안에서 다양한 자원을 끌어와 책임지고 조정해 나가야 한다.

특히 학교협동조합은 청소년들이 참여주체라 제한적인 부분들이 많다. 복잡한 행정 서류, 일 경험이 없는 사업 주체라는 특징들이다. 제반사항이 마련되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어렵다. 이러한 특이점까지 고려해 어른들이 지지하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학교협동조합이 청소년들의 교육적 성장 경험을 위해 참 좋은 플랫폼이지만 이러한 제반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사막에서는 학교협동조합이 모든 짐을 다 떠안게 되어 교육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2013년에 설립되어 올해 5차 정기총회를 한 영림중학교. (사진제공. 영림사회적협동조합)

사업, 행정, 교육 3가지 운영지원 측면에서도 과제들이 있다.

사업 측면에서는 현재 협동조합형 매점의 경우 건강한 먹거리 차원에서 생협 물품이 많이 공급되는데 청소년을 위한 상품 개발, 식생활 교육과의 연계 등 생협연합회와 논의해야할 부분이 많다. 매점에 국한된 사업 모델도 다각화해야 한다. 특성화고의 경우 학생들이 소비자로서만 아니라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창업모델로 나가고 있으며, 특수학교 등 발달장애인 전환교육으로도 연계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모델에 대한 지원 및 확산이 필요하다.

행정 측면에서는 미성년자들이 참여하다 보니 이사 등기에 있어서도 여러 어려움이 있다. 교육적 취지는 살리고 행정은 간소화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들이 시급하다.

교육적 측면에서는 연간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학교 특성을 고려한 교육프로그램 배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3월 달에는 신입생들에게 협동조합을 알리고 4월에는 총회 준비교육을 하는 등 연간 교육 스케줄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을 해나가면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 취지를 더 살릴 수 있다. 

학교협동조합, 전국 80여개 활동…2017년 출범 협의회에 28개 참여 

학교협동조합은 학생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들이 주체다. 매점 운영 모델이 주지만 방과후학교, 농산물 가공 등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2013년 서울의 영림중학교과 경기도 성남의 복정고등학교 2개로 시작해 현재 60여개다. 지점 형태로 운영하거나 인가 받지 않는 곳까지 포괄하면 80여개에 이른다. 아직은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서울 21개, 경기도 18개). 2017년 3월에는 전국 최초로 서울에서 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가 설립됐다. 연합회는 작년 8월 설립했다. 출범 당시 22개에서 29개로 조합 수는 늘었지만, 재정, 인력 등의 문제가 있다.

주 위원은 “오래 걸리더라도 연합회가 성장할 수 있는 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영국의 경우 당사자 조직이 초기 만들어질 때 소비자협동조합연합회 같은 기존 선배 조직들이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학교협동조합을 지원하거나 인력 파견, 컨설팅, 인큐베이팅 등의 역할을 한다는 것. 주 위원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회원사업, 자부담, 자체사업 등으로 예산 확보도 다각화했다”며 “우리도 고민해 봐야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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