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자원봉사X사회적경제 포럼 ‘시작된 미래, 뜻밖의 만남’에서 진희선 박사가 자원봉사와 사회적경제 파트너십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의 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사람과 공동체를 해체하는지 연구했다. 그는 경제를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했는데 하나는 자본의 극대화를 위해 가능한 만큼 수단을 이용하는 ‘시장경제’, 다른 하나는 인간의 생존과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인간경제’다. 

최근 ‘인간경제’의 방식으로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역경제를 바꾸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자원봉사’와 ‘사회적경제’ 분야가 대표적이다. 공통점을 지녔지만 각자 영역에서 따로 활동하던 두 분야가 같이 시너지를 내기로 하고, 1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포럼을 열었다.
 
자원봉사X사회적경제 포럼 ‘시작된 미래, 뜻밖의 만남’은 두 분야가 협력?융합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연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기조 강연을 맡은 진희선 박사(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칼 폴라니 사회적경제연구소 연구위원)는 ‘자원봉사와 사회적경제의 파트너십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진 박사는 “자원봉사와 사회적경제 파트너십의 가장 큰 목적은 공동체 정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윤 극대화보다는 사회적 목적을 중시하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두 분야의 구성원들에게 교육해야 한다”며 “특히 실무적 경영방식에 치우쳐 있는 이들에게 공공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 임직원은 CSR 활동으로 사회적기업 '어반비즈'와 함께 도심 양봉을 체험하고 나눔에 동참했다.

자원봉사와 사회적경제 분야가 연계된 실제 사례도 공유됐다.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샘플 포장재 자투리, 다 쓰고 난 공병,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 등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거나 청소년 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임직원 참여 자원봉사를 진행했다.

김태우 아모레퍼시픽 CSR팀 부장은 “그동안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터치포굿’, 나무를 심는 ‘트리플래닛’, 도시에서 양봉을 하는 ‘어반비즈’ 등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과 협업해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했다”며 “아모레퍼시픽과 협업하고 싶은 사회적경제 기업이라면, 우리 회사의 색깔과 맞는 활동을 기획해 제안서를 넣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버려지는 자원을 순환시키는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은 중?고등학교에 환경 동아리 ‘그린씨드’를 만들도록 이끌고, 대학생들이 업사이클링 관련 봉사에 참여하도록 안내한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공병처럼 각 기업이 지속적으로 폐기하는 쓰레기를 자원으로 되살리는 ‘리싱크 솔루션’ 등도 제공한다. 박미현 대표는 “쓰레기가 발생하게 되는 인간의 욕구를 연구하고, 버려지는 자원의 가능성을 파는 기업이다”라고 터치포굿을 소개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두런두런’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지닌 경험과 지혜를 학생들에게 나누는 활동을 한다. 60대의 김대철 이사장은 “2007년 ‘아름다운가게’ 판매 봉사를 시작으로 청소년 대상 자원봉사 교육 강사가 됐고, 학생들을 위한 진로 프로그램에 강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사료와 상관없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픈 은퇴 세대들이 모여 자원봉사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10대들의 자원봉사 스타트업 사례도 발표됐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 지난 6월부터 ‘청소년 자원봉사 스타트업’ 시범사업을 통해 봉사 학습 과정에서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배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중 우수 사례로 하나고등학교 경제경영 동아리 브스라(BSRA)의 ‘기적의 리어카 프로젝트’가 꼽혔다. 임기준 학생은 “폐지 줍는 노인들을 돕기 위해 리어카에 유기견을 입양해달라는 포스터를 붙였고, 기부금을 모아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고 이야기했다.

하나고등학교 임기준 학생(왼쪽)이 ‘기적의 리어카 프로젝트’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발표 이후에는 테이블 별로 포럼 참여자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자원봉사와 사회적경제 분야가 원활히 연결되기 위해서는 가치 공유, 동기 부여, 중간지원조직의 역할, 당사자 교육, 지속적 생태계 조성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이날 포럼에 제시된 의견들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원봉사 활동을 발굴 및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안승화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센터장은 “이제는 자원봉사 영역이 활동의 범위를 넓히지 않으면 건강한 사회를 지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어느 조직, 어떤 사람도 독자적으로는 살 수 없다. 다양한 조직이 연대하고 협력해 시너지를 낼 때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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