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비즈니스의 일부를 중심축으로 회전, 전환하여 혁신을 모색하는 것을 ‘피봇팅’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의 중심축은 무엇인가요?

지난 8일,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열린 ‘2018 Social Venture Boosting Day’(이하 ‘부스팅 데이’)에서 양순모 '하비풀' 대표가 던진 질문이다. 각기 다른 일을 하는 100여 명의 청년들이 눈을 반짝였지만, 선뜻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은 창업 초기 스타트업 대표, 소셜벤처 창업을 구상 중인 직장인 등으로 저마다의 마음 속 '소셜미션'에 중심축을 꽂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영리활동으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터다.

이처럼 한 번 묻고도 오랜 시간을 고민하게 하는 질문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기 위해 선배들이 뭉쳤다. 소셜벤처 (예비)창업자들이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진과 선배 스타트업들이 창업 관련 어려움을 듣고 자문을 하는 자리. 카이스트 SK사회적기업가센터가 소셜벤처를 창업하는 청년들의 현장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운영ㆍ지원을 맡은 이 행사는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다. 

부스팅데이는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경영학 석사)’(이하 ’SE MBA’) 동문 스타트업 대표들의 △창업 스토리, △그룹 멘토링, △교수진 특강의 3가지 세션으로 진행됐다.

그룹 멘토링 후 이지환 카이스트 교수(왼쪽)가 소셜벤처 예비창업가의 추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홍은혜 인턴기자

"소셜미션 확정, 투자자 이득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그룹 멘토링 세션에서 청년들이 사업 아이템 선정, 사업모델의 실현 가능성, 시장 검증 등 각자의 사업 단계에 따라 겪고 있는 경영상 어려움을 직접 멘토들에게 물었다. 멘토링은 카이스트 경영대학의 배종태, 이지환, 조대곤, 조성주, 진병채 교수와 오덕환(카이스트창업투자지주(주)(이하 '카이스트창투')), 도현명(임팩트스퀘어) 등 투자기관 대표, SE MBA 출신 스타트업 대표 고귀현(크래프트링크, 2기), 양순모(하비풀, 3기), 김동찬(만인의꿈, 4기) 등 11명이 맡았다.

“자본이 있는 자들이 투자하도록 어떻게 설득했나요?” (참석 학생)

“이해관계자들에게 ‘도와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건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는 인식을 줄 수는 있지만, 그들의 투자 액션까지 이끌어내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즈니스 관계로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을 구체화하고 정확히 제시하는 것이 투자를 이끌어냅니다.” 김 대표의 답이다. 

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을 십분 활용한 마케팅 방법을 설명했다. "크라우드펀딩의 대시보드를 보고 내 상품의 주요고객층을 파악하고 그들의 구매패턴을 분석할 수 있어요.  또, 펀딩 플랫폼별 어떤 상품군이 잘 팔리는지 특징이 다 다르기 때문에 펀딩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배송비 등을 비용구조 처음에 포함하느냐 여부, 페어샵, 플리마켓 등 남은 재고를 처리할 판로를 확보해두는 것도 리스크를 줄이는 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용 상품을 기획할 때 주안점으로 둘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고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에 특별한 상품종류를 기획하기보다 텀블러, 에코백 등 보편적인 제품을 선택하고 상품에 담긴 소셜 이슈를 강조하면 더 효과적인 고객반응을 이끌어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사업 아이템을 검증하고 선정하는 지점이 막막하다는 토로도 나왔다. 이번엔 도 대표가 나섰다. “우리는 기업이 이루고자 하는 소셜미션이 무엇인지, 그것을 실행할 역량이 있는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합다. 투자를 요청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소셜미션’에 대한 합의는 끝나야 합니다.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가 핵심이지, 사업 아이템과 컨셉은 사실 ‘도구’고 그 다음이 문제죠. 어떤 상품이 먹히는지는 시장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반응을 봐서 판단하면 됩니다."

SE MBA 교수진은 전략, 사업모델, 마케팅, IT 사업화, 조직(HR) 등 각 전문분야를 살려 청년들이 경영상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규제, 법, 시장 현황 등 자세한 상황을 고려하여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김동찬 ‘만인의 꿈’ 대표. 부스팅 데이에서 ‘확장’을 키워드로 창업스토리를 강의하고 있다. /사진=홍은혜 인턴기자

"실패한 사업도 자원...모든 인연이 도전의 시작"...'피봇팅'해 스타트업 시작한 이야기

멘토링에 참여한 SE MBA 출신 스타트업 대표 세 명의 창업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양순모 대표, [하비풀: 취미가 삶이 되어버린 피봇팅]

"노숙자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소셜미션으로 했던 첫 번째 사업을 했었다. 이 사업은 접었지만, 사업을 통해 인연을 맺었던 플로리스트와 꽃꽂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문의한 사람이 실제 수강하는 비율이 1/8밖에 안되는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장소의 제약, 수업에 대한 정보 부족 등 문제를 보완하여 ‘하비풀’을 런칭했다."

하비풀은 다양한 수공예 오프라인 취미 클래스를 온라인 수업으로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수업에 필요한 재료 및 도구들(Kit)을 노숙인 어르신들이 직접 제작한다. 결국 가장 처음 사업의 소셜미션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하비풀은 초중고 진료교육을 하는 초ㆍ중ㆍ고등학교, 사내복지로 취미강의를 제공하는 기업들 등을 대상으로 B2B 사업을 확장 중이다. 

김동찬 대표 [만인의꿈: 사회적 기업에게 확장이란?]

"신촌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면서 많은 청년들을 만났다. 그리고 꿈 꿀 여건이 안되는 청년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만인의꿈’이다. 우리는 ‘청년들의 꿈이 UP(業)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소셜미션을 가지고 지역의 유휴부동산을 활용하여 청년들에게 공유주택과 식사, 문화, 업무공간을 제공한다. 거래되지 않아 놀고 있는 공간을 사용하므로 청년 뿐 아니라 건물 소유자에게도 득이 되는 윈(win)-윈 전략이다."

만인의꿈은 현재 신촌에 주거공간 22개, 사무공간 2개, 상업공간 5개 운영 중이다. 

고귀현 대표 [크래프트링크: 수공예품으로 사업하기]

"나의 창업은 7년 전 다녀온 남미 여행에서 시작했다. 중남미 총인구의 약 50%가 절대 빈곤층이라는 통계를 접하고 남미에서 수공예품을 생산하는 아이들과 여성들에게 수익을 주기 위해 사업을 구상했다. 크래프트링크의 주요 상품은 흔하다고 할 수 있는 팔찌다. 사업 초반에는 수공예품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므로 사업으로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낮은 질, 현지의 것을 그대로 적용한 디자인, 다품종 소량 생산 등 기존 수공예 공정무역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수입품 퀄리티 전수조사, 국내의 디자인 디렉팅, 생산 효율화 전략을 실행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퀄리티 높은 팔찌에 남미의 '이야기'를 입혀 크래프트링크만의 팔찌를 브랜딩하는 데 성공했다."

높은 퀄리티의 제품으로 시장에서 차별성을 확보한 크래프트링크는 ''착한' 상품은 질이 낮아도 괜찮다"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오히려 비튼 것이다.
 

지난 8일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열린 "2018 Social Venture Boosting Day' 포스터.

행사 후 조성주 KAIST 교수는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부스팅 데이에 모였다"며 "하는 일은 달라도, 각자 관심있는 분야의 현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 교수는 "사회적기업 경영 전문 교수님들과 소셜 분야 관계자들의 멘토링을 통해 예비창업가들의 고민이 해결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셜벤처만을 위한 세미나가 많이 없다. 막상 시장에서는 사업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다. 단순 성공 스토리가 아닌, 선배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전향하고 다듬은 사례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이다연 ‘㈜써티스케치’ 마케터는 멘토링이 끝난 후에도 남아 추가 질문을 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써티스케치도 12가지 색에 각각 사회문제를 연결해 해당 색의 제품이 판매되면 관련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일에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기업이다. 이들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행사가 끝난 후에도 명함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중심축이 맞물리도록 머리를 맞댔다.

이날 행사에 앞서 조대곤 KAIST 교수의 '플랫폼 비스니스' 강의, 이지환 교수의 'KAIST SE MBA 설명회'가 있었다. SE MBA는 카이스트의 사회적기업 특화 경영석사 과정으로, 소셜벤처 리딩그룹(leading group)을 키우기 위해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소셜벤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초기 창업자가 지원할 수 있다. 참여자는 일반경영과목과 사회적기업가 맞춤 과목을 이수하게 되며, 카이스트창업투자지주로부터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날 오 '카이스트창투' 대표는 ‘소셜미션을 달성할 뿐 아니라 기술을 결합해 고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에 투자하고자 한다"며 투자 전략을 설명했다.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관련 정보는 카이스트 경영대학(www.business.kaist.ac.kr)과 SK사회적기업가센터(sksecenter.kaist.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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