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의 추억과 가지오이냉국>
1.
어릴 적, 어머니의 음식을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내가 여섯, 일곱 살쯤 부모는 이혼하고 그 이후 계모가 두 번 바뀌었다.
계모들도 금세 떠난 탓에 기억도 없지만 그때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탓에 그 후로도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한 적은 없다.
2.
당시 나와 동생의 밥은 중학교 1학년생 작은누나가 챙겨주었다. 누나는 학교를 다니고 어린 동생들을 먹이고 목욕도 시켜주었다.
내 기억으로는, 음식을 한다기보다 대개 이웃집 반찬을 얻어먹는 경우가 더 많았다.
3.
그래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은 하나 있다.
아침에 부스스 일어나는데 창틈으로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부엌에서 한참 도마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보글보글 찌개 끓는 냄새도……
누구였을까, 그 사람은?
어머니? 계모? 아니면 작은누나?
그도 저도 아니면, 그마저 만들어진 기억에 불과할까?
4.
<오이미역-가지 냉국>
야매도 훌륭한 음식이 될 수 있다. 손수 냉국을 만들려면 육수를 내고 식히고 간을 맞추는 등 수속이 번잡하지만 시판용 냉면육수를 쓰면 쉽고 맛도 보장된다.
무더위가 갔나. 보약 삼아 그 여름 냉국을 먹었다.
물론, 반찬 궁리가 안되는 언제든 마땅하다.
<재료> 2인분
오이미역냉국: 오이 1개, 불린 미역 1줌, 붉은고추 1개, 시판용 냉면육수 2개
가지냉국: 가지 2개, 붉은고추 1개, 시판용 냉면국수 2개
5.
<조리법> 15분
1. 오이를 채 썰고 미역은 10분 정도 불려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가지는 반으로 자른 후 약불에 10분 정도 찐 후 얇게 가른다.)
2. 붉은고추는 채 썰어 씨를 뺀다.
3. 오이, 미역, 붉은고추를 볼에 담고 식초 2스푼, 소금 약간을 넣고 비벼둔다. (가지냉국은 가지와 붉은고추)
4. 시판용 육수를 붓고 깨소금을 1스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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