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사회경기업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는 덕수궁 돌담길 페어샵/ 사진=홍은혜 인턴 기자

사람 한 명 겨우 들어가는 신호등 그늘에 몸을 숨기고 청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여름이 간다. 이제는 제법 하늘도 높아지고 바람이 시원하다. 무더위에 잠시 휴장했던 서울시 대표 사회적경제장터 ‘덕수궁 페어샵’이 지난 6일부터 덕수궁 돌담길에서 재개장했다. 오는 11월 3일까지 매주 목~토요일(오전 11~오후 6시)에 대한문-원형분수대 거리에서 장터와 다양한 공연이 마련된다. 장터는 어떤 모습일까.

"예쁘다~ 너도 회사에 저렇게 입고다녀!"

생활한복 판매부스 앞, 꽃무늬 한복치마에 감탄이 연발이다. 줄맞춰 나란한 노란 파라솔들이 돌담길을 지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덕수궁 주변의 직장, 정동교회, 광화문 등을 찾아왔던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서 약속이 있어 지나가는 길에 구경하고 있는데, 파는 물건 퀄리티(질)가 좋아서 혹해요. 서울은 확실히 사회적 경제장터 규모가 큰 것 같아요."(부산에서 온 이화영 씨)

돌담 앞, 시민들이 인디가수 '네살차이'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화~금 12:20~13:00에 진행되는 9월 공연정보는 거리예술존(seoulbusking.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홍은혜 인턴 기자

돌담길에 들어서면 사회적기업, 청년창업가, 여성기업, 협동조합들이 직접 제작한 가죽공예품, 액세서리, 디자인작품, 방향제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마에 구워서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등의 이유로 규격화할 수 없는 핸드메이드 악세서리 등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하는 제품도 있다. 

'구세군 토닥토닥'은 비누, 향초, 방향제 등을 직접 제작하고, 판매한 수익 중 일부를 독거노인, 소녀가장, 저소득층의 이사 보증금이나 생활용품 지원에 기부하고 있다. 직원이 조향사 자격증을 따고 새로 향을 조향해 캔들을 만든다. 직접 조향한 향에 이름을 붙이고 등록한다. 천연재료로 만드는데도 가격은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러블리페이퍼'는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분들께 1kg당 1000원에 폐지를 구매한다. 이는 고물상보다 약 20배 비싼 가격이라고 한다. 이들은 폐지를 활용해 페이퍼캔버스아트 제품을 만드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저희가 폐지로 캔버스를 덧대는 공정을 하면, 작가들이 재능기부로 캘리그라피와 그림을 작업해서 만듭니다." (러블리페이퍼 관계자)

러블리페이퍼 자체 캐릭터인 북극곰이 그려진 캔버스를 구매한 백나현(천안) 씨는 "좋은 뜻으로 하시는 일에 동참할 수 있고, 작품도 예뻐 구매했다"고 말했다.

폐지수거노인에게 구매한 폐지로 만든 '러블리페이퍼'의 캘리그라피 작품/ 사진=홍은혜 인턴기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고구마스틱 등 사회적기업 상품들을 들여와 판매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되돌림', 노인들이 상품을 판매해주면 보수를 지급하는 '관악시니어클럽', 여성 수공예품 사업자협동조합인 '아름드리협동조합'에서 만든 핸드메이드 손수건 등 다양한 사회적기업들의 먹거리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 하드우드로 생활소품 만들기 1일 클래스, 양모펠트 인형 만들기 등 직접 제작하고 가져갈 수 있는 체험상품도 있다.

직접 체험 가능한 양모펠트로 소품 만들기/ 사진=홍은혜 인턴기자

매주 목?금요일에는 오후 12시 20분부터 1시까지 40분간 인디밴드 및 시니어악단 공연, 드럼연주회 마술?마임 이벤트 등의 문화공연이 돌담길을 더욱 활기차게 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 열리고 있는 덕수궁 페어샵은 올해 상반기에도 총 6차례의 장터를 개최했으며, 매회 평균 65여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추석을 앞둔 이달 주말에는 전통놀이 제기차기대회, 초대형 윷놀이 포토존 등 어린이를 동반한 나들이 가족들이 추석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한편, ‘덕수궁 페어샵’이 열리는 덕수궁길은 평일 오전 11시~오후 2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에 보행전용거리로 운영된다.

강병호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은 하반기 개장을 하며 "덕수궁페어샵은 서울의 대표 사회적경제?문화장터"라며 "나들이 철을 맞아 덕수궁 돌담길에서 가족?친구와 함께 사회적경제 제품도 구매하고 다양한 공연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덕수궁 돌담길은 작년 서울시민이 뽑은 서울 명소 1위다. 사회적 경제 옷을 입은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보면 가을을 타고 오는 사회적 가치의 향기를 덤으로 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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