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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공작소'에서는 협동조합의 고민 해결을 위한 컨설팅, 강연 등을 진행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있다. 그 수만큼이나 협동조합들의 문제유형 또한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함께 만들어 가는 컨설팅 협동조합’들이 있다. 수많은 협동조합의 파트너로 그 철학과 가치를 실현해 온 ‘협동조합공작소(이하 공작소)’도 그중 하나다. 

8월의 첫 날, 서울 영등포구청역 근처의 사무실에서 이종제 이사와 만났다. “지금도 생활협동조합(생협) 물건들, 값이 꽤 나가는 경우가 많죠? 협동조합이 생소했던 80년대 말에는 비싼 가격을 이유로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어요.” 

그 당시에 생협에서 뭔가를 산다는 것은, 대개 강남 엄마들의 사치스런 소비로 통했다. 몸에 좋고 비싼 식품을 판다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가 학생복지위원회 활동의 연장으로 선배들을 따라 준비하던 대학 생협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다. 자연히 관심도 멀어졌다. 그 사이에 그는 회계사가 됐고, 회계법인에 들어갔다.

2011년 말, 그가 속한 회계법인의 대표이자, 지금 공작소의 이사장으로 있는 심필단씨는 마침 좋은 아이템이 생겼다며 사회적 기업을 제안했다. “상토(床土)라고 있어요. 식물 씨에서 발아기까지를 담당하는 흙인데, 저희가 그걸 커피 찌꺼기로 만들어보는 사업이었죠.”

기발한 아이디어였지만 기대만큼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사업은 전망이 어두웠고, 그들은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그러고 나서 임대아파트 공동체에 관련된 사회적 기업을 준비했는데, 그것도 그리 쉽지 않더라고요.”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의 차이 이해하고, 정체성 만들어가야

이종제 협동조합공작소 이사는 사회적기업을 준비했던 경험을 살려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연이은 실패를 겪은 그들은 부족한 점이 무엇일까 돌아봤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사업 아이디어만 좋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사업보다는 오랫동안 전문성을 가지고 수익을 내온 회계와 세무 분야에서 다시 한 번 시작해보고자 했다. 마침 그해에는 사회에 큰 변화가 있었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된 것이다.  

“저는 회계사고 이사장님은 세무사였으니까요. 협동조합도 하나의 사업체고 법인이니, 직업의 특징과 사회적 기업을 준비했던 경험을 살려 협동조합 컨설팅을 해보자, 하고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죠.” 

그렇게 2012년 8월, ‘협동조합공작소’ 간판을 달았다. 법인을 설립하자마자 ‘한국 퀵서비스 협동조합’에서 첫 의뢰가 들어왔다. 공작소만의 교육과 컨설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협동조합 운영에 필요한 여러 사항 중에 특히 출자금과 적립금, 배당과 회계, 그리고 세무 문제 파악을 주로 어려워 하시더라고요. 저희는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현장에서 직접 본 협동조합의 문제는 예상보다 더 많았다. 그중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은 창업자들의 사고방식이었다. 

“사회적기업을 하려고 할 때, 제일 먼저 주식회사를 할까, 협동조합을 할까 고민해야 하죠. 둘의 차이를 이해하고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보통 그런 고민이 없어요. 협동조합이 설립되던 초창기에는 협동조합의 정의와 가치에 대한 교육이 있었는데, 요즘의 교육은 대부분 사업모델이나 돈을 어떻게 버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그는 모든 일이 그렇듯, 협동조합 역시 기초가 튼튼해야 오래 갈 수 있다며, 그 기초가 협동조합을 알고 시작하는 데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저희가 강의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거든요. 몇몇은 협동조합이 아니라 단순히 동업일 뿐이구나, 하는 게 보여요. 그런 조직은 금방 싸우고 헤어지더라고요.” 

협동조합의 철학을 벗어난 단순한 이윤추구, 그는 이것을 ‘사업적 마인드’라고 지적했다. 협동조합 생태 전반에서 교육과 컨설팅이 필수적인 이유는, 이런 사고방식을 바꿔 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처음엔 다 어렵고 모르죠. 공작소에 많이들 물어보시면 좋겠어요. 오셔서 배우시면 더 좋고요.”

‘공작소’만의 특별한 컨설팅…“협동조합 하기를 잘했다”는 마음 들게

이종제 협동조합공작소 이사(왼쪽)가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협동조합에 직접지원보다 간접지원에 비중을 두는 정부 정책상 협동조합 컨설팅은 공공기관의 무료 프로그램이 많다. 그러나 무료 상담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 실비 정도만 받고 지원할 예정이다.  빠르면 10월, 늦으면 내년 4월 이후 협동조합공작소에 컨설팅이 개설된다.  

협동조합의 정의, 가치, 원칙에 대한 강의를 시작으로 협동조합 규약, 출자, 적립, 배당에 관련된 사항을 비롯해 예산 가결에 관련된 장기 재무 계획까지 도울 예정이다. 출자금이 많고, 시설 투자가 많이 필요한 협동조합일수록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이사는 “개별 협동조합들이 협동조합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고, 그런 과정에서 ‘협동조합하길 잘했다’는 마음을 갖게끔 하는 것이 공작소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사업 수주보다도 한 사람의 의식 변화가 더 반갑다는 그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거꾸로 질문을 던졌다. “사람은 어떨 때 가장 존재의 의의를 느낄까요? 남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그 필요가 그 사람의 커다란 이익이 보다는 생존과 존립에 중요한 요소일 때, 내가 가진 지식과 지혜가 도움된다면 되게 좋은 거잖아요? 그럴 때가 참 재미있어요.”

인터뷰 도중에도 몇 번 전화벨이 울렸다. 그때마다 그는 친절하게 응대하며 연락 약속을 잡았다. “저희는 상담을 돈 받고 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에요. 요새 공유 경제 많이 얘기하죠? 엄밀히 말하면 지혜와 지식이란 게 저만의 것은 없으니까, 그래서 저는 전화를 무료로 열어놓아요. 제대로 찾아오셨으니까 끊지 마시라고 하고요.(웃음).” 

첫 사업의 실패에서 그는 깨달았다. 연약한 씨앗이 자라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토양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작소를 6년 정도 해오면서, 이제는 이 일을 하나의 책임으로 생각해요. 운영하면서 만날 어려움이 앞으로도 많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가보려고요.” 

미숙한 협동조합들을 싹 틔워 세상으로 내보낼 상토, ‘협동조합공작소’의 전화벨은 오늘도 분주히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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