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다시 시민 품으로” 24년차 환경운동가의 이유 있는 변신
“한강을 다시 시민 품으로” 24년차 환경운동가의 이유 있는 변신
  • 라현윤 기자
  • 승인 2018.09.04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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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총장)

“한반도의 중앙을 관통하여 동에서 서로 흐르다가 서해(西海)로 안기는 한강은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포부와 희망, 고난과 상처를 감싸 안으며 흘러 왔다. 그래서 한강은 민족사의 상징이자 어머니 같은 존재로 표상되어 왔다. 그렇지만 한강은 이러한 상징을 뛰어넘어, 실제로 그 자신이 지난 역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구성인자로 역할 했고, 때로는 주인공이기도 했다.” -『한민족의 젖줄 한강』의 허영란(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 문학박사) 글 전재-

염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왼쪽)와 조은미 사무국장

“지금 한강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24년차 환경운동가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가 던진 질문이다.  

한강. 늘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솔직히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물음이다.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분노하던 기억 정도가 전부? 하지만, 골똘히 생각해보면, 우리 역사에서 한강은 삶의 터전이자 격전의 현장이었고, 교류의 매개체였다. 그럼에도 한강에 대해 딱히 떠올릴 게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염 대표는 “강이 사람들의 삶과 멀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 대표는 직함이 많다. 강 전문가, 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총장, 물개혁포럼 공동대표, 공익활동가를 돕는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운영위원장. 여기에 그가 또 하나의 직함을 추가했다. 바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하 한강조합)’ 대표다. 한강은 사회적협동조합 인증을 기다리는 중이다.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하면서 생명활동이 가장 왕성한 곳이자 우리 국토의 5%에 해당하는 하천 부지가 왜 늘 삭막하고 고립된 생태계가 되었을까 고민했어요. 올 2월 환경운동연합 임기를 마치고 17일 간 한강을 따라 걸으며 생각했죠. 다시 한강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강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 주자고.”

문제제기와 비판 중심이었던 활동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고 스스로 해법을 찾아가는 역할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환경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포부기도 했다.    

염 대표는 빠른 추진력으로 8월 25일 한강조합을 출범시켰다.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뜻에 공감하는 330여명의 발기인과 함께이다. 강우현 남이섬 부회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송경용 성공회 신부, 이학수 수자원공사 사장 등 이념, 세대, 지역을 넘나드는 발기인 구성이 눈에 띈다.     

지난달 29일, 발족 직후 사업 준비로 분주한 서울 광화문의 한강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강 복원과 이용에 대한 최초의 민간 전문기관을 표방하고 나선 한강조합의 활동이 궁금했다.

지난 8월 25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준) 발족식이 있었다.
지난 8월 25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준) 창립식이 있었다.

- 8월 25일 한강조합 창립식이 있었다. 올 2월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임기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언제 이런 사업을 구상했나.

환경운동연합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일반인들보다 강 문제를 더 많이 고민해오다 보니 임기 이후의 활동도 이러한 방향으로 연결된 것 같다. (인터뷰를 함께 한 조은미 사무국장이 옆에서 한 마디 거든다. “대표님이 추진력이 엄청난 분이세요. 발기인도 한 달 만에 330여명을 모아낸걸 봐도...”)

2월에 임기를 마치고 17일 간 한강을 따라 걸었다. 한강이라 하면 많이들 서울에 있는 강만을 떠올리는데, 우리나라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강으로 태백산맥에서 발원해 강원도, 충북, 경기도, 서울시를 동서로 흘러 황해로 흘러 들어가는 전국적인 강이 넓은 범주에서는 모두 한강이다.
  
그 한강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에서부터 마지막 구간인 김포까지 547km를 걸었다. 환경운동을 하며 스스로 강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걸으면서 다시금 느꼈다. 강이 얼마나 위대한 공간인지, 얼마나 상상력 넘치는 공간인지를.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듯이, 한강을 따라 걷는 올레길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5월부터 본격적인 사업 구상을 시작했고, 7월부터 창립 준비를 했다.

- 추진력이 대단하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한강인가. 

우리나라 국토 면적에서 하천 부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5%나 된다. 하천은 그 유역에 사는 인간을 포함해 다양한 생명체들의 삶의 원천으로 가장 생명활동이 왕성한 곳이다.(실제 한강 유역에 서식하는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은 약 300여 종이 넘게 확인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강을 떠올리면 어떤가. 삭막하고 황폐하다.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니 강 주변은 늘 위험하고 고립된 생태계로 우리들 인식 속에 남아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강을 복원하는데도 큰 제약이다. 예로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 낭비됐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분노하지만 막상 강을 복원하자고 하면 ‘또 예산 들어가지 않느냐’ 등의 이유로 나서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은 왜 생길까? 바로 강이 사람들의 삶과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보다 더 강과 밀접해진다면 이러한 인식의 한계도 넘어갈 수 있지 않겠나. 

한강은 태백산맥에서 발원해 강원도, 충북, 경기도, 서울시를 흘러가는 전국적인 강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 얘기를 들어보니 강이 활용성이 높고 의미 있는 공간인 듯하다. 지금까지 왜 방치돼 왔다고 보나.  

우리나라 강만의 특성이 있다. 한강은 최대와 최소 유량 차이가 580배에 달한다. 세느강은 8배에 불과하다. 국내 물 관리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또 강 가운데로만 물이 흐르니 접근성도 좋지 않아 주요 관문으로 기능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서울시 전체 면적의 10.3%가 하천 부지다. 도심 한 가운데 이렇게 넓은 면적의 하천 공유지가 남아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하천 정책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지자체가 중앙정부 예산을 따내기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하천 공사다. 예산도 어마어마하다. 문제는 그 공사라는 게 하나같이 강의 특징이나 운치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대규모 토목 공사이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지만 강은 여전히 사람들과 동떨어진 곳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 그래서 한강조합을 만든 것인가. 

그렇다. 이런 현실을 비판만 해서는 안 되지 않나. 설계나 자재 등 기존의 하천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라 생각했다. 

- 한강조합이 구체적으로 구상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하천 정책은 홍수를 막고 용수를 공급하는 목적에 집중했고 이제 그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 이제는 강의 모습을 되찾고 시민들에게 푸른 강을 돌려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시민들과 동떨어지지 않은 강, 삶과 밀접히 연결되어 시민의 공간으로 거듭난다면 ‘강을 복원하자’는 얘기에도 더 공감할 수 있을 거다. 

구체적으로는 강을 생태·문화적 공간으로 복원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한강과 관련된 콘텐츠 사업을 비롯해 제주 올레길과 같은 한강길 에코투어를 사회적기업 착한여행과 연계해 구상하고 있다. 폐교를 활용한 강문화센터 운영, 숲해설사와 같이 강안내사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한강의 복원과 이용, 연구 등도 할 예정이다. 

특히 시민들이 직접 공유지에 대해 구상하고 관리하는 ‘하천 공유지 상상단’은 그동안 해보지 않은 시도이기도 해서 기대가 되는 사업이다. 장항 습지는 행정에서 관리하기가 어려워 방치돼 있다. 우리 조합이 행정과 민간을 연결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한강조합은 앞으로 강 문제에 대한 대안을 시민들과 함께 찾고자 한다.(사진출처: 한강조합) 

- 이전에는 환경 정책에 대해 제언하고 비판하는 역할이 주였다면, 이제는 대안을 제시하는 임무가 강화된 듯하다.

정책 비판에서 더 나아가 직접 공간을 가꾸고 관리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시민단체 활동과 분절된 게 아닌 환경운동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환경단체들과 지향점은 같되 그것을 실현해가는 방식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을 해나가는 거다.  

- 협동조합 발기인이 330여명이다. 많은 인원도 그렇지만 발기인들의 구성이 정말 다양하다. 초대 이사장으로 남이섬을 기획한 강우현 부회장이 나선 것도 눈에 띈다.  

한 달여 동안 발기인 모집을 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취지에 공감해주었다. 우리가 하려는 사업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국내의 물 정책, 강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큰 운동이다. 가능한 이념, 세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길 바랐다. 그래서 발기인에는 환경, 문화, 언론, 학술 등 다양한 분야는 물론, 사업가·법률가·주부·언론인·학생 등 다양한 직군의 분들을 모셨다. 

초대 이사장으로는 상징성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취지에 잘 맞는 분이었으면 했다. 다행히 남이섬을 문화와 생태 관광지로 탈바꿈 시킨 경영자이자 그래픽디자이너인  강우현 부회장님이 수락해주셨다. 

- 앞으로 협동조합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체로 공통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사람들의 자율적인 조직이다. 조합원 1인 1표제와 이사장 임기 1회 연임 등의 규정을 통해 사회적 공기로서 엄격히 관리된다. 특히 ‘사회적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사업체이지만 이윤의 분배가 없고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지역사회 등에 40%를 의무적으로 기부하게 된다.

한강조합 창립식에 참여한 발기인들(사진출처: 한강조합)   

-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제주 올레길을 예로 봐도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나을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우려된다고 해서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안 되지 않겠나. 오랫동안 환경문제를 고민해왔던 만큼 우려되는 문제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계속적으로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잘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4월부터 참가자를 모집하여 매월 한강 둘레 답사를 하고 있다. 한탄강 같은 경우 겨울에는 얼음 위만 걸을 수 있다. 인제 내림천에 있는 아침가리 계곡은 여름에 아쿠아슈즈를 신고 걸으면 좋다. 강을 통해 볼 수 있는 세상은 또 새롭고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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