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세계 각국은 시장경제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많다는 걸 자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경제로 뜨는 개념이 ‘사회연대경제’다.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연대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일컫는다. OECD, UN, ILO 등 유수의 국제기구에서는 근 2년간 사회연대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취재팀은 이렇게 사회연대경제를 중심으로 이뤄진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소개하고, 비즈니스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 유럽과 북미의 사례를 연재한다.

출처=파타고니아 코리아
출처=파타고니아 코리아

“이 재킷을 사지마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친환경 패션브랜드 파타고니아는 ESG경영이 논의될 때 빠지지않고 거론되는 기업이다. 좋은 품질의 의류를 만들어 소비자가 최대한 오래 입을 수 있게 해 불필요한 소비로 환경이 낭비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슬로우패션’을 주창한다. 1985년부터 매년 매출의 1%를 환경보호를 위해 쓰고 있다. 

지난 8월, 창립자 이본 쉬나드 회장이 약 30억 달러(한화 기준 4조 665억원)에 달하는 본인과 가족의 지분 전체를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기구 등에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자연에서 얻은 자원을 투자자들의 부로 바꾸는 대신 모든 자원의 원천인 지구 보호에 힘쓸 것“이라며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고 강조했다. 

파타고니아는 대표적인 비콥(B Corp)이다. 비콥이란, 미국의 비영리단체 비랩(B Lab)에 의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며 사회·환경적 성과와 재무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인증을 받은 기업이다. 

비랩은 미국에서 출발했지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확산 및 ESG경영을 위해 활동하는 기업을 지원하는데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미국에는 11월 기준, 2232개의 비콥 인증기업이 존재하는데, 전세계로 확장하면 86개국 159산업에서 6083개 기업이 존재한다.

까다로운 비콥 인증.. “비즈니스로 가치 창출해야”

비콥은 업력 1년 이상의 영리기업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비랩은 까다로운 인증시스템을 자랑한다. 지난해 기준 인증받고자 서류를 제출한 기업 3569곳 중 951곳이 인증을 받았을 정도다. 

비랩은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균형있게 추구하는 기업에게 비콥이라는 브랜드를 발급한다. 비콥선언문은 “기업들은 제품, 경영활동, 이윤을 통해 해를 끼치지 않고 모두에게 유익을 주고자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상호의존적으로 존재한다는 점과 상호간에 그리고 다음 세대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3년마다 재인증받아야.. BIA 고도화도 진행 중

비콥 상호의존선언문./출처=비랩코리아
비콥 상호의존선언문./출처=비랩코리아

비콥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BIA(B Impact Assessment)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기업은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평가자료를 바탕으로 자가진단을 진행한 후, 경영 관련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단 이때 BIA 점수는 2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어야 한다. 

BIA는 ▲지배구조 ▲기업구성원 ▲지역사회 ▲환경 ▲고객과 관련된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모든 작업장에서 안전 프로세스가 이뤄지는가 △지난 회계연도 수익 중 임팩트를 창출하는 제품·서비스로부터 발생한 것의 비중 등이다. BIA 인증을 위해서는 비용을 내야 하지만, 자체평가는 무료로 진행할 수 있다. 전세계 약 20만개 기업이 BIA를 통해 자가진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랩 인증팀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전검토를 진행한 후, 심사관을 배정해 본격 검증에 나선다. BIA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관련 문서 제출을 요청하고, 답변 내용을 검증한 후 요건에 들어맞는다면 인증받을 수 있다. 이후 비콥선언문에 서명하고 연회비를 납부하면 비콥 인증마크를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데 약 1년 가량이 소요된다고 비랩 측은 설명한다.

비콥은 매년 회사 보고서를 공개해야 하며, BIA 결과 요약본은 홈페이지에 등재된다. 인증은 3년간 유효하다. 매 3년마다 재인증 과정을 거쳐야 비콥 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BIA 인증기준 역시 매 3년마다 갱신한다. 현재 6번째 버전을 사용 중이며, 7번째 버전을 개발 중이다. 비콥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인증기준 관련 피드백을 수렴하는 중이고, 2024년에 인증요건 발표 및 실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앤드류 캐소이 비랩글로벌 공동창업자는 “비콥운동이 글로벌화 되면서 BIA가 각국의 다양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우리가 기업들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지를 반영하기 위해 더욱 기준이 어려워지고 있다.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의 대표적 비콥은?

그레이스톤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브라우니./출처=그레이스톤베이커리
그레이스톤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브라우니./출처=그레이스톤베이커리

비랩의 출발지인만큼 미국에는 2232개의 비콥이 존재한다. 이는 전체의 약 37%에 달한다. 현지 취재를 위해 방문한 뉴욕에 본사를 둔 대표적 비콥으로는 그레이스톤 베이커리, 와비파커 등이 있다.

그레이스톤베이커리(2008년 최초 인증)는 “우리는 브라우니를 굽기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브라우니를 굽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제빵기업이다. 그레이스톤베이커리는 지난 10월 6일,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1982년 빈곤율이 높은 뉴욕 용커스 지역에서 문을 연 이 기업은 직원을 채용할 때 인터뷰·이력서를 요구하지 않는 ‘열린채용’(Open Hiring) 정책으로 유명하다. 해당 정책은 더바디샵, 리노푸드 등 다른 기업에까지 전파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기준 12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연간 약 181억369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와비파커 뉴욕매장 전경.
와비파커 뉴욕매장 전경.

또 다른 비콥인 와비파커(2011년 최초 인증)는 안경전문 유통업체다. 와튼스쿨 재학생이던 데이브 길보아(Dave Gilboa)와 닐 블루먼솔(Neil Blumenthal)은 비싼 안경가격에 문제의식을 갖고 2010년 와비파커를 창업했다. 와비파커는 최대 5개의 안경테를 집으로 배송받아 5일간 체험해 본 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와비파커는 안경 하나를 사면 제3세계에 안경 하나를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와비파커 측은 멕시코, 짐바브웨 등 약 50여 개국에 1000만 개 안경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전분기 대비 8.3% 증가한 201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13개 신규매장을 오픈해 총 19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끈끈한 비콥 네트워크로 사회적가치 더 크게 창출

비랩 미국&캐나다는 오는 11월 29일부터 3일간 챔피언스 리트릿 2022 포럼을 개최한다./출처=비랩 US&캐나다
비랩 미국&캐나다는 오는 11월 29일부터 3일간 챔피언스 리트릿 2022 포럼을 개최한다./출처=비랩 US&캐나다

비랩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비콥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의 비즈니스를 도우며 보다 큰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지원한다. 비콥 커뮤니티 안에는 지역, 주제, 산업군 별로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구성되고 있다. 인증을 넘어 집합적으로 긍정적인 사회환경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비로컬(B Local)이 대표적이다. 비로컬은 지역사회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콥이 모인 커뮤니티로, 지역별로 존재한다. 특히 미국은 주 단위로 비콥기업이 함께 네트워킹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즉 뉴욕 소재 비콥인 그레이스톤베이커리와 와비파커는 ‘비로컬 뉴욕’ 소속인 셈이다. 이들은 포용적인 커뮤니티를 구축해 뉴욕시의 판도를 바꾸는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네트워킹, 협업 등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지역, 주제, 산업군별 자발적 이니셔티브로 비콥기후위기연합, 비콥비패션, 비콥뷰티연합 등이 활동하고 있다.

캐소이 비랩글로벌 창립자는 “비콥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활동한다”며 “이는 기업의 목적의식을 확고히 정립하고, 정책변화에 대한 지지를 불러오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29일부터 3일간은 비랩 미국&캐나다가 챔피언스 리트릿 2022(Champions Retreat 2022) 포럼을 개최한다. 올해 주제는 ‘인류와 일’로,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행사가 3년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해당 행사를 통해 비콥 커뮤니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비콥 지원을 담당하는 비랩코리아의 정태은 선임매니저는 "비랩의 임팩트 관리 도구들을 기업이 경영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널리 알리고 교육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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