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한민국 청년 평화플러스 오픈랩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남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의제와 아이디어를 찾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 달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오픈 테이블이 진행됐고, 전문가 심사를 거쳐 4개 팀이 선발됐다. 오는 12월에 진행되는 최종발표회에서 최종 팀이 선정된다. <이로운넷>이 최종 선정을 앞둔 4개팀을 인터뷰해 각 아이디어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들어봤다.

“통일된 한반도에서는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으로, 지역상생에 기여하고 싶어요.” 

하진우 하나통일 대표(28)는 지난 2014년 탈북해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희망을 갖고 고향을 떠나 한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창업이라는 꿈을 품게 됐다. 올해 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도 비즈니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평화경제’의 비전에 깊이 공감해서다.

그가 설립한 ‘하나통일’은 탈북청년들로 구성된 스타트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기능 식품 개발 및 생산을 하고 있다. 지역민들과 ‘작은 통일’을 이룬다는 목표 아래 청년 마을 구상, 인구 소멸 방지 등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목적으로 구성했다.

팔도서비꾼을 운영하는 하나통일 하진우 대표./출처=하나통일
팔도서비꾼을 운영하는 하나통일 하진우 대표./출처=하나통일

취약계층에 지역 정착 및 일자리 제공하는 아이디어

이번 오픈랩 프로젝트에서 선정된 아이템은 여러 문제 중에서도 ‘일자리’에 주목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바로 농업 일자리 전문 플랫폼 ‘팔도 서비꾼’으로, 취약계층에는 지역 정착의 기회와 일자리 제공, 주거 지원 등을 해주고 농가에는 인력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이다. 농가에는 농업 경영의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파견하고, 지역에 방치된 폐교를 활용해 숙소를 제공하며 문화적 교류를 하는 방향을 구상 중이다.

하 대표는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 지역은 무려 89곳이며, 그 중 44곳은 소멸 위기 지역으로 언제 없어져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특히 농촌에는 고령화로 인해 인력을 구하지 못해 1년 농사를 망치는 농가들이 많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팔도서비꾼을 통해 지역민과 협업 상생에 관해 토의하는 과정./출처=하나통일
팔도서비꾼을 통해 지역민과 협업 상생에 관해 토의하는 과정./출처=하나통일

더불어 그가 주목한 것은 한국 사회에 정착 중인 3만 3000명 탈북민의 일자리 문제다. 대다수 탈북민들은 이른바 ‘단순 노가다’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탈북민을 포함한 다문화‧외국인 노동자들이 언어적‧문화적 차이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하 대표는 “취약계층에 농업 일자리를 제공하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하 대표는 나아가 통일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한 발 멀리 내다봤다. 현재 북한 주민들 가운데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데, 이들이 가진 농업 전문 지식을 활용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아직 북한 고향에 엄마와 동생이 살고 있는데, 평화경제가 활성화돼 하루빨리 서로 왕래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국에 받은 것 돌려주기 위해 10년은 더 공부하고파”

탈북 후 하 대표는 통일부 탈북민우수정착사례 우수상, 통일과나눔재단 지원 통일 스타트업 스쿨 3등, 아산나눔재단 창업 프로젝트 아산상회 수료 등 창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왔다. 그는 “분단의 세월 속 남과 북이 많은 것이 달랐고, 또한 정보가 부족하고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무작정 배워야 한다 생각했다. 여러 창업 교육을 정말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받은 것을 돌려주기 위해선 앞으로 10년은 더 공부해야 한다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팔도서비꾼 이미지./출처=하나통일
팔도서비꾼 이미지./출처=하나통일

이번 오픈랩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았다. ‘팔도서비꾼’은 농촌의 부족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고령화 지역에 청년들을 유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소멸 문제를 해소할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 다만 농업 특성상 겨울에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를 위해 농가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계절성 상품을 생산하고, 사계절 운영 가능한 스마트 농장을 운영하는 대안 등을 고려 중이다.

‘팔도서비꾼’은 내년 본격적인 시행을 목표로 차근히 개발하는 단계로, 현재 MVP 테스트 과정을 실험 중이다. 하 대표는 “향후 3년 안에 전국 지역에 서비스가 출시되면 농업 경영인들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도시민들에게도 지역사회 강점을 알려 사람이 북적이는 마을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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