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익신탁 제도개선 국회토론회' 발제자들과 토론 패널들. 왼쪽부터 이희숙 동천 변호사, 김진원 법무부 서기관, 이중기 홍익대학교 교수, 김병일 강남대학교 교수, 유욱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강용현 동천 이사장, 장보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문재규 하나은행 팀장, 신권화정 시민 사무처장, 최명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황인형 동천 변호사, 남철관 나눔과미래 국장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익신탁 제도개선 국회토론회' 발제자들과 토론 패널들. 왼쪽부터 이희숙 동천 변호사, 김진원 법무부 서기관, 이중기 홍익대학교 교수, 김병일 강남대학교 교수, 유욱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강용현 동천 이사장, 장보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문재규 하나은행 팀장, 신권화정 시민 사무처장, 최명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황인형 동천 변호사, 남철관 나눔과미래 국장

"공익신탁을 활용하면 유휴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단, 여러 제도들이 개선돼야 합니다."

최명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 주요 이슈로 떠오른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익신탁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최 연구위원은 "빈집에 대한 소유권 자체를 영구적으로 넘겨주는 것이 아니고 사용권(수익권)을 일정 기간동안 위탁할 수 있다"며 "세제 혜택 제공을 포함해 다양한 제도로 뒷받침 한다면 훨씬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에 주로 활용되던 매매와 임대만의 방식을 넘어 신탁의 장점 중 하나인 유연한 설계를 적용해보자는 제안이다. 사용(수익)기간을 정해 도시재생 사업자에게 빈집에 대한 사용권(수익권)을 무상위탁(기부)하면 집주인과 도시재생 사업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익신탁 제도개선 국회토론회’에서 공익신탁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토론회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주혜 국민의힘 국회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이 주최했고, 재단법인 동천,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사)나눔과미래가 주관, 이로운넷 등이 후원했다.

최명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지역 유휴 부동산의 공익적 활용을 위한 부동산 공익신탁 제도개선 - 미국 부동산 공익신탁을 중심으로-를 발표하고 있다.
최명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지역 유휴 부동산의 공익적 활용을 위한 부동산 공익신탁 제도개선 - 미국 부동산 공익신탁을 중심으로-를 발표하고 있다.

토론회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명식 연구위원은 '지역 유휴 부동산의 공익적 활용을 위한 부동산 공익신탁 제도 개선'을 주제로 발제했다. 최 연구위원은 “(빈집을) 관리할 여력은 안 되지만 (나중에)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으신 분들은 얼마 기간 동안 무상으로 집을 쓰라고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집 주인은 공익사업을 위해 구태여 빈집의 소유권을 영구히 내놓을 필요가 없다. 일정 기간 동안의 사용권(수익권)만 무상위탁(기부)하면 되는 것이다. 해당 기간이 끝나면 본인이나 자녀가 해당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다. 문재규 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이를 '이중신탁'이라 표현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사익신탁과 하나의 공익신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도시재생 사업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부동산을 활용할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굳이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 무상위탁기간을 길게 설정한다면 도시재생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어, 임대보다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은호 인천시 제물포역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역시 기대감을 표했다. 전 센터장은 “마을관리협동조합이 있기는 하지만, 다수의 집주인들이 마을관리협동조합에 참여할 유인이 많지는 않다. (소유권을 지킬 수 있는) 신탁은 이런 분들에게 분명히 매력적인 대안”이라며 “신탁 자체가 갖고 있는 매력과 별개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다소 아쉬웠는데 이런 논의의 장이 열려 반갑다”고 말했다.

개선해야하는 법 多...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지방세부터 공익신탁법까지 논의

물론 당장은 실현하기 매우 어렵다. 문재규 하나은행 팀장의 '이중신탁'처럼 현행 제도 내에서 고민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시스템으로 우리 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법이 개정돼야 한다.

토론회에서는 유휴 부동산 문제처럼 공익신탁이 사회문제 해결의 도구로 활용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했다. 이를 위해 ▲법률 ▲금융 ▲부동산 ▲학계 ▲현장전문가 ▲정부부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해 구체적인 제도개선 과제와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병일 강남대학교 교수가 '공익신탁 세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병일 강남대학교 교수가 '공익신탁 세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병일 강남대학교 교수는 '공익신탁 세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주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둘러싼 현행 조세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행 조세지원 제도가 공익신탁을 자금 전달형 공익신탁에 머물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사업 집행형 공익신탁에 기부하는 신탁재산에 대해서도 상증세 과세를 면제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상증세법상 공익신탁을 공인법인으로 간주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단법인 동천의 이희숙 변호사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지방세)에 대해 짚었다. 이희숙 변호사는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있어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납부의무자를 다시 위탁자로 바뀌었다"며 "공익목적으로 부동산을 맡겼더니 세금도 다시 위탁자(기부자)에게 부과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공익신탁 활성화를 위해 공익신탁 비과세 특례(종합부동산세)와 수탁자로 재산세 납부의무자 변경(지방세) 등을 제안했다.

공익신탁법도 바꿔야 한다. 이희숙 변호사는 "공익신탁 재산을 3년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인허가와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예외가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탁재산을 매도, 증여, 임대, 교환, 용도 변경 등을 법무부 장관의 승인범위에 두는 것 역시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비영리법인만 보더라도 보유 부동산이 보통재산인 경우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처분과 관리가 가능하다. 이 변호사는 임대가 빈번히 일어날 수 있는 부동산 신탁의 특성을 고려해 임대에 관련해서만큼은 사후 보고로 공익신탁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독립적인 공익위원회도 검토할 때

공익신탁법 개정에 대해 조금 더 거시적인 변화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공익신탁 활성화를 위한 공익신탁법 개정방안'을 발표한 장보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규제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했다. 장 교수는 "공익신탁법이 '이러이러한 것을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금지 조항만 두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로 관점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보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공익신탁 활성화를 위한 공익신탁법 개정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장보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공익신탁 활성화를 위한 공익신탁법 개정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가령 신탁재산을 엄격하게 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투자 원칙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반해 공정성을 해하거나 부실화를 초래할 경우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것을 제안했다. 공익신탁이 지속적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사무실 용도로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공익사업과 관련된 단체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으로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로부터 독립한 공익위원회 설립 역시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장보은 교수는 "영국의 자선단체법과 자선위원회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며 공익단체와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고 공익활동의 전문성을 가진 '공익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장 교수는 민간의 자발적인 공익활동이 효율성과 창의성 그리고 독립성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한편 공익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공익위원회 설립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남철관 나눔과미래 국장 역시 공익위원회 설립에 동의하며 "법무부로부터 독립된 위원회를 통해 학계, 현장, 법률과 세무 등 다양한 전문가를 포괄하고 정책 분석과 평가, 제도개선 및 활성화 지원의 역할까지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익신탁이 제 역할 할 수 있도록

강용현 재단법인 동천 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강용현 재단법인 동천 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 강용현 재단법인 동천 이사장은 "오늘 토론회를 통해 공익신탁을 둘러싸고 어떤 제도상의 문제점이 있고 어떤 이유로 잘 활용되지 못하는지 살펴보고 더 나아가 비교법적 연구를 통해 공익신탁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개선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주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공익 변호사 활동을 한 적이 있다"며 "공익신탁이 굉장히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조금 더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제도들이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공익신탁을 활성화하자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며 "저도 이 분야에 대해 많이 배우고 또 질문도 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송경용 나눔과미래 이사장은 "우리나라 정부나 관료사회는 여전히 규제적 관점에서 (공익신탁)제도를 바라보고 있다"며 "(규제보다) 기부문화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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