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 100% 관중입장 허용, SSG랜더스의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출범 40주년을 맞아 각종 기록을 남긴 2022년 프로야구 시즌이 종료됐다. 2023년 스토브리그를 맞아 10개 구단은 재정비에 들어갔다. 구단도 선수도 팬도 지난 시즌을 돌아보고 있는 지금, 야구경기장에서 진행됐던 또 다른 도전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취재했다. 

10월 24일, 오후 6시 30분에는 잠실야구장에서는 LG트윈스 대 키움히어로즈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
10월 24일, 오후 6시 30분에는 잠실야구장에서는 LG트윈스 대 키움히어로즈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

#플레이오프 1차전 관람을 위해 찾은 잠실야구장. 경기 시작 전, 음식을 구매해 자리에 앉았다. 야구 직관의 꽃 '야구장 먹방'으로 경기를 두 배로 즐기기 위해서다. 다회용기라는 민트색 트레이에 음식을 제공받았다. 보통 테이블석을 제외하고는 따로 음식을 놓을 자리가 없는데, 민트색 트레이는 무릎 위에 올려놓고 먹기 용이해 불편함없이 즐겼다. 

LG트윈스가 4득점을 해 승기를 잡은 5회말, 뜨거운 응원 열기를 즐기며 용기 반납을 위해 경기장 안으로 이동했다. 회수박스에는 이미 많은 다회용기가 쌓여있었다.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투명한 일회용기와 차별화된 민트색으로 만들어 더욱 눈에 띄었다. 

‘야구장 먹방’에 다회용기를 사용한다면? 

경기장에서 다회용기를 통해 음식을 즐기는 모습. 무릎 위에 올려놓기 편한 크기로 제작됐다.
경기장에서 다회용기를 통해 음식을 즐기는 모습. 무릎 위에 올려놓기 편한 크기로 제작됐다.

LG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지난 10월 24일 잠실야구장. 플레이오프의 시작을 알리는 경기인만큼 2만3750석 전석 매진되는 등 많은 이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금강산도 식후경. '가을 야구 잔치'에도 맛있는 음식이 곁들여지면 금상첨화다. 이날도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6시 반 전부터 미리 음식을 사놓는 관중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음식을 사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이들 속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민트색 트레이'였다. 

경기 시작 전, 많은 관중들이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경기 시작 전, 많은 관중들이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민트색 트레이는 잠실야구장에서 제공되는 총 7종의 다회용기 중 하나다. 서울시는 LG트윈스, 두산베어스, 아모제푸드, 잇그린, 효성화학 등과 민관협력으로 '제로웨이스트 서울 조성을 위한 잠실야구장 다회용기 사용활성화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 8월 16일부터 잠실야구장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10월 25일까지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경기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시민의식 향상을 위해서다.

잠실야구장 내에 있는 총 60개의 식당 중 참여를 희망한 30여개의 식당이 이번 사업에 참여했다. 이들 식당에는 컵 3종, 사각용기, 원형용기, 트레이, 다회용 포크 등이 제공됐다. 해당 다회용기는 제작하는 과정에서 점주들의 피드백을 받아 맞춤형으로 제작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업체 ‘와팡’ 점주는 “다회용기가 판매하는 상품에 잘 어울려 음식을 제공할 때도 편리했다”며 “활동도 측면에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편리한 수령 및 비용없이 다회용기 사용 가능

다회용기 시범사업 참여매장에는 민트색 트레이가 놓여있었다.
다회용기 시범사업 참여매장에는 민트색 트레이가 놓여있었다.

일회용품 사용절감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불편이 과도하다면 동참이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편리함’을 강화해 거부감을 없앴다.

관중은 사업에 참여하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별도 비용이나 절차없이 다회용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경기장 주요통로 곳곳에 다회용기 회수박스가 놓여있어 반납도 손쉽게 가능했다. 음료나 음식물을 따로 버릴 필요없이 그대로 회수박스에 넣으면 끝이다. 큼지막한 안내 입간판과 안내직원이 회수박스 옆에 있어 반납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한 시민은 “회수박스가 곳곳에 배치돼 반납이 쉬워 좋다”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면 기꺼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잠실경기장을 자주 찾는 시민들은 이미 해당 시범사업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시즌권을 끊어 올 시즌에만 수차례 경기장을 방문했다는 또 다른 시민은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8월부터 알고 있었는데,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다”며 “환경보호라는 취지에 동참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경기장 내 음식점에서 다회용기를 통해 음식을 제공받는 모습
경기장 내 음식점에서 다회용기를 통해 음식을 제공받는 모습

7단계 세척으로 청결 오해 불식.. 점주 비용부담 ‘제로’

테이블석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관중을 찾아볼 수 있었다.(보라색 원 표시)
테이블석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관중을 찾아볼 수 있었다.(보라색 원 표시)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오는 24일부터 확대 적용하고, 12월부터는 일부 지역 카페/프랜차이즈 식음료 매장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실시한다. 

정책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고 추세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다회용기 위생문제 등을 두고 불안해한다. 점주들 역시 다회용기 사용시 추가비용 문제, 새로운 시스템으로 운영상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다회용기 도입을 꺼려한다. 시범사업은 이러한 걱정을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가 협력한다. 

다회용기 회수박스는 경기장 곳곳에 배치돼 있어 관중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회용기 회수박스는 경기장 곳곳에 배치돼 있어 관중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류, 수거, 세척 등 다회용기 서비스 운영 전반은 행복커넥트와 소셜벤처 잇그린이 함께 수행했다. 특히 세척에는 지역자활센터도 협력했다. 효성화학은 다회용기 원자재 공급과 사용한 다회용기를 ‘PCR-PP’로 재생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러다보니 점주들의 비용 부담도 전혀 없다. 다회용기를 공급받고 이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업체 辛철판 관계자는 “일회용품은 준비할 때 공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있는데, 요청한대로 다회용기를 공급해주니 편리했다”며 “보온효과도 탁월해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2달간 약 5.5톤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효과... “다회용기 서비스 가능성 확인"

이번 시범사업을 운영한 A업체에 따르면, 11만명의 야구팬이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에 동참했고, 약 5.5톤의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효과를 거뒀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경기장 등 오픈공간에서 다회용기 사용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도 제기된다. 스포츠 시설 내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사업모델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 기획에 참여한 임팩트스퀘어 측은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정책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반면 그간 현장에서는 적절한 도입을 위한 서비스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면서 "본 시범사업을 통해 스포츠 집합시설에서 이용객과 매장 점주 모두 편리하게 이용가능한 다회용기 서비스 도입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다회용기를 회수하고 있는 모습./제공=잇그린
직원들이 다회용기를 회수하고 있는 모습./제공=잇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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