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교육장에서 개최된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북콘서트

“사회적 경제란 무엇이고, 어느 곳을 향해 가야 하는가?”

사회적 경제를 일구는 사람들조차 익숙하지만 대답하기 힘든 질문. 그러나 사회적 경제가 법제·제도화 되면서 점점 더 사라지는 질문, 묻지 않는 질문 중 하나다.

이런 분위기, 이런 시기에 최근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김기섭, 들녘)'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됐다. '인간의 사회를 향한 생명의 경제운동'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책을 처음 접한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은 '어려움', '당황스러움'이었다. 

저자인 김기섭 박사(파프리카인터내셔널 대표)는 강원도 원주가 고향이다. 선·후배들이 뜻을 모아 지난달 24일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교육장에서 북 콘서트를 열었다. 김 박사는 이 자리에서 “사회적 경제를 이렇게 보는 책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희한하고 망측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 같은 미친 사고가 중요할 때"라며 "엄혹한 시대적 환경에서 사회적 경제가 좀 더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것으로부터 기능과 역할을 세워 나가는 것이, 차원이 다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일성이었다.

시장과 국가를 벗어난 '너머'를 상상하다

그는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협동조합 등에 대한 정부나 자치단체 지원정책을 보며 떠오른 것이 있었다. 60~70년대 원주를 중심으로 전개된 민간 차원의 지역사회개발운동을 정권에서 새마을 운동으로 포섭해 가능과정이다. (기자는 일제가 민간의 협동조합 운동을 포섭해, 무력화 시켰던 과정과도 닮아 있다고 본다) 또한, 두레생협(저자는 두레생협연합회 전 상무)을 일군 사람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생협이 저성장에 접어들었을 때, 저성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이 두 가지가 책을 쓴 현실적인 동기가 됐다.  그는 "인간의 경제에서 '생명의 경제'로, (국가와 자본의) 사이에서 '너머'를 상상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을 관통하는 내용"이라며 "성장단계에서 성숙단계로 접어드는 이 시기에, 사회적 경제는 지금까지 생각, 조직운영 방식, 언어, 구조를 다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와 자본과는 다른 사회적 경제 영역이 있음을 알아야"

북 콘서트에 나선 그는 “사회적 경제에 우호적인 정치세력이 늘면서 사회적 경제가 국가와 자본의 도구나 시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은데, 문제는 그 다음"이라며 "자율성을 달라는 목소리는 많지만 자기근거는 없고, 밝히는 이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자본과는 다른, 국가의 영역과 자본의 영역과는 다른,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의 영역이 있음을 알아야 하고, 그리고 그 영역이 얼마나 오래된 역사로부터 내려온 영역인지 알아야 하고, 그 영역에서 국가도 나오고, 자본도 나왔다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은 이를 역사적으로 증명하려는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새롭다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차원이 변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경제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일반 기업에서는 이를 혁신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에서 이야기하는 혁신과 사회적 경제에서 야이기 하는 혁신은 무엇이 다를까? 그는 "이런 점을 이야기하고 다녀야 한다"며 "이를 실현해야 일반 기업의 혁신을 이기고, 이를 이야기 못하면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의 혁신을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 경제의 존재 이유를 "사회로부터 소외를 사회적으로 통합하자는 데 있지, 시장으로부터 소외를 구제하는 데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자본주의와는 다른 지역사회 창출"

그는 현장에서 "생소하겠지만 구조를 잡아 쓴 책"이라고 책 전반을 소갰다. 

그의 설명을 좇아가자면 1장은 '사회적'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으로 핵심은 인간론이다.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사회적 경제의 진로가 정해진다"고 말했다. 2장은 사회적 경제의 구체적인 경제행위와 관계에 대한 설명, 3장은 자본이라는 매개재를 이야기했다. 그는 "자본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자본을 조성해 새로운 방식으로 써야 인간의 관계를 지배하는 자본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4장은 사회적 경제가 만들어 갈 사회 구조에 대한 이야기다.

"한반도 이남에서 최초로 사회를 형성했던 마한과 소도에서 그 답을 찾아보려 했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는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 연합체 별로 묶여 있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후 협동조합들과 손잡고 지역사회를 탈바꿈 하는 게 중요하다. "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언어와 메시지가 중요한 데, 이것이 바로 '돌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이 돌봄이 아니라, 우리 안에 조차 들어오지 못하고 이들이 복되게 살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며, 이를 위해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 통합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원주는 한국 사회를 향해 이를 드러내야 하며, 자본주의와는 다른 지역사회 창출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의 사회적 경제가 기존 자본주의 공간에 수렴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증식의 이윤창출 경제구조의 종말...온 몸으로 밀고앞으로 나아가야”

그는 "요즘 국민연금 개혁이 이슈인데, 지금까지는 덜 내고 더 받자였고, 덜 내더라도 돈을 굴려 재원을 확보해 왔으니까 지금까지는 왔는데, 이는 고도 경제성장의 시대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에 한 해치 쓸 국민연금 지급액 만큼만 남겨 놓는 것을 목표로 계속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는 무서운 이야기"라며 "자본증식이 제로에 가까워져 이제 살아가는 사람들 라이프 스타일과 사고방식이 다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그는 "협동조합 역시 지금까지는 사업 안정화를 위해 증식을 지향했는데, 이런 변화에서는 이제 증식이 아닌 자본의 소진이 중요하며, 이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고 현실이며, 사회적 경제는 이를 선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기존 자본과는 다른 성격의 자본을 조성하고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북 콘서트의 패널로 나온 박준영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법과 제도에서 정한 몇 %를 맞추는 게 사회적 경제인가라는 비판이 많다"며 ""정말 어려운 운동이지만 근본적인 인식이 변해야 하며, 실천가는 이를 온몸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70~80년대 원주에서 지역사회개발운동을 통해 새로운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무위당 만인회 김영주 고문은 "다 늙어 이제 꿈으로 생각하고 살지만, 여기 있는 여러분들이 손잡고 같이 일하면 좋은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버지 시대에 못한 일을 후대가 잘 이뤄주기를 당부했다.

지난 8월 24일 개최된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북 콘서트(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저자 김기섭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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