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지속성이 아닌 지탱가능성
② 왜 선진국은 지속가능발전을 생각하는가
③ 왜 유엔은 SDGs를 만들었는가
④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시행된다
⑤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은 협치와 시민참여 - 숙의공론장
⑥ 지속가능발전은 융합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⑦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성평등
⑧ 지속가능한 도시란? 모두를 담는 그릇 - 포용도시
⑨ 지속가능발전과 탈성장
⑩ 지속불가능성과 기후위기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번역본. 세부목표를 자세히 살펴봐야 이 목표의 취지와 연계성을 알 수 있다./사진=환경부 제공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번역본. 세부목표를 자세히 살펴봐야 이 목표의 취지와 연계성을 알 수 있다./사진=환경부 제공

아프리카 한 지역에 학교가 세워졌다. 아동청소년의 교육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낮시간에 아이들은 가족들이 사용할 물을 길으러 몇 킬로미터를 걸어가야 해서 도저히 학교에 갈 여력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마을에 상수원을 보급하고 지하수를 발굴했다. 갑자기 아이들이 학교에 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물을 길으러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족들이 쓸 물을 길으러 아이들만 갔을까? 아니다. 여성들도 갔다. 결국 여성들도 가지 않아도 되니, 시간이 남게 되고 사회 참여나 경제 활동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상수도 문제 하나를 해결했을 뿐인데, 아동청소년의 교육문제와 여성들의 성차별 문제가 동시에 개선된 것이다.

요즘은 시사 상식처럼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안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구체적으로 1번 목표부터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보면 특이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첫 번째 키워드는 ‘빈곤퇴치’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이 키워드만 보고, 우리와 별 상관없는 목표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1번 목표는 “모든 곳에서 모든 이에 대한 빈곤을 종식한다”이다. 즉, 우리로 따지면 사회보장제도를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1997년 IMF 이후 극심해지는 상대적 빈곤을 해소해야 하고, 최근 더 심각해지는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목표다.

세부 목표도 우리와 직접 연결된다. 빈곤층과 취약계층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를 제안한다. 세부목표 1.3은 사회적 보호체제 및 조치의 이행, 1.4는 경제적 자원에 대한 동등한 권리, 1.5는 회복력 구축과 기후 재난에 대한 노출과 취약성 감소다. 다시 말하면, 이 목표들은 단순히 최빈국이나 개발도상국의 개발원조에만 국한하지 않고 우리와 같은 선진국과 대부분의 도시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표를 제안한다.

한 가지 달성 목표만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호 연계해 인류 공동의 문제를 풀어가도록 요구한다. 각 정책의 상호 연관성에 중점을 두고 해결방안도 모색하는 방식을 넥서스(nexus) 전략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 용어는 주로 기후위기, 에너지, 물 관련 정책에서 사용한다.

우리 사회도 융합적 사고가 더욱 중요한 때가 되었다. 세 가지 사례를 가지고 융합적 사고와 접근법이 왜 중요한가를 설명해 본다. 

첫 번째 사례
국가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한다. 전체 방향이나 내용은 환경부에서 한다. 하지만 실제 온실가스 감축은 모든 영역에서 이뤄진다. 환경부가 주무부서가 되어 업무를 하지만, 실제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분야는 산업분야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온실가스가 산업 부문에서 나온다. 부서 간의 연계와 협력 없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두 번째 사례
자가용 승용차는 편리함을 주지만, 거리 활성화에는 나쁜 영향을 준다. 사람들이 걸어야 도시가 활력을 찾는다. 길을 가다가 해찰하면서 먹을꺼리, 즐길꺼리를 찾는다. 도시에서 빨리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바꿀 것들이 많다. 

자동차의 빠른 이동에만 중점을 두는 교통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도 편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가용 중심에서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 체계를 바꾸는 순간 도심의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동시에 도심에서 자동차 이동이 줄어드니 미세먼지가 줄어들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낮아지는 환경 측면의 이로움도 있다.

광주수완초등학교의 그린커튼./사진=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공
광주수완초등학교의 그린커튼./사진=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공

세 번째 사례
융합적 사고는 아주 가까운 일상에서도 나타난다. 광주광역시 수완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사례다. 환경교육을 위해 학교에 벽면 녹화를 했다. 긴 밧줄을 지상에서 옥상까지 연결하고 덩굴식물로 ‘작두콩’을 심었다. 여름철 벽면을 식물로 가려 학교 기온을 낮추는 효과를 먼저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은 이 작업을 학생들과 함께 했다. 심고, 물을 주며, 관찰 일기를 썼다. 가을이 되어 추수를 했다. 만약 이 시점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수확물을 나눠 먹었으면 여기에서 좋은 추억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방앗간에 가져가서 작두콩 차를 만들었고, 마을 장터로 가져갔다. 판매한 수익금을 전액 기부했다. 대부분 단순히 환경교육만 하고 끝났을 일이 연속되는 과정 속에 다양한 활동과 연결되면서, 경제, 인권, 마을공동체까지 연결되는 학습과정이 되었다.

우리는 복잡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모두가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다르다. 지속가능발전도 다양한 가치가 상존하고 있다. 하나의 해결 방식이나 하나의 목표 달성으로 우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모든 분야를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융합적 사고를 통해 각자 가진 자원과 역량을 모아 문제를 풀어갈 때, 우리가 직면한 현재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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