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소셜미디어(SNS)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2009년 사업을 시작한 ‘열정대학’이 10년 만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었다. 열정대학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과목으로 제공하는 진로교육 프로그램 운영 소셜벤처였다.
# 마을기업의 대표 모델로 손꼽히던 작은나무협동조합은 오랜 기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내홍을 겪으면서 지난해 7월 카페 ‘작은나무’ 문을 일시적으로 닫았다가 1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최수진 전 작은나무협동조합 이사장은 “작년 작은나무가 문을 닫으면서 폐업 처리를 하고 해산 절차를 밟으려했지만 그 과정이 간단치 않아서 일단 휴업했다”고 호소했다. 

모든 창업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매일 문을 닫는 기업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자영업자를 비롯해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들의 폐업률은 더 높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하면 창업 후 3년 내 폐업률은 70%에 달한다. 사회적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김혜원 한국교원대학 교수는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1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기존의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에서는 어느정도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검증 해왔기에 폐업률이 낮게 나타났다”며 “하지만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자유로운 설립이 보장되고, 정부가 소셜벤처 육성을 강화하는 등 창업이 다소 쉬워지면서부터는 영업실적이 없는 초기 설립 휴면기업 등 영업 실적 부진으로 폐업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창업 지원은 넘쳐나는데 반해 폐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출구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했던 재도전 지원사업이라든지,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공모에서 재도전 창업팀 부문을 신설한 게 그나마 전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희망리턴패키지 프로그램으로 안정적인 폐업을 지원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년도 재기지원 사업비를 275억원으로 늘린 것과 대비된다. 

100대 국정과제 선정,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 화려한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 그 어디에도 실패, 폐업, 안전망, 재도전이란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사회적기업가들을 중심으로 폐업 정리 노하우를 나누고 장기적인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 중심에 있는 사회적기업 1세대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의 말은 그런 점에서 곱씹어 볼 만하다.

“사회적기업가들이 실패를 딛고 새로운 모색이 가능한 안전망 형성을 위해 계획 폐업으로 유도가 필요합니다. 이제 정부가 창업지원만 계속 늘려가기보다는 폐업지원에도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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