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웨이브’ 책 표지 이미지./출처=21세기북스
‘세븐 웨이브’ 책 표지 이미지./출처=21세기북스

팬데믹 이후 이제껏 없던 시대가 다가왔다. 코로나19 이전으로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경제, 정치외교, 사회, 문화, 심리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는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기준이 될 ‘뉴노멀’이 무엇인지 알아둬야만 앞으로의 변화를 조금이나마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다.

신간 ‘세븐 웨이브’는 팬데믹 이후 한국의 뉴노멀 트렌드를 이끌 7가지 거대한 물결을 정리한 책이다. 우리 사회가 감염병에 대응하는 동안 질병과 경제의 관계를 설명하며 ‘팬데믹 경제학자’로 주목받은 홍석철 교수를 필두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의 석학 7명이 모여 코로나19로 달라진 우리 삶 전 영역에 대한 영향을 함께 논의한 합동 프로젝트다.

사회학, 심리학, 지리학, 사회복지학, 언론정보학, 경제학, 정치외교학 등 사회과학 7개 분야 전문가들의 식견을 모아 거대한 변화를 전망했다. 책은 ‘초딜레마’ ‘해체와 재구성’ ‘임모빌리티’ ‘통제사회’ ‘불평등’ ‘탈세계화’ ‘큰정부’ 등 7개 키워드로 요약되며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좌표가 뒤집혔다”라고 강조한다.

1장은 사회학과 임동균 교수가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지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가 따르는 사회적 가치의 좌표들이 어떻게 재정립됐는지를 살폈다. 특히 방역 과정에서 첨예해진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딜레마라는 갈등 양상에 주목했다. 

2장은 심리학과 한소원 교수가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일어난 정서의 변화가 사회적 관계와 커뮤니티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다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를 겪으며 전통적 집단이 해체되고, 온라인을 매개로 전 세계가 연결된 공동체로 재구조화되는 과정을 추적했다.

3장은 지리학과 이건학 교수가 모빌리티 혁신의 사회에서 자본·노동·상품 등의 이동이 정지되는 이른바 ‘임모빌리티(Immobility)’라는 역설이 일어난 상황에 주목했다. 이동 통제가 우리의 삶과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지리학 관점에서 살펴본다.

4장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가 코로나 이후 강화될 디지털 전자 정부의 통제적 속성을 논의한다. 정부는 개인정보를 빅데이터로 만들어 국민의 행동과 특성을 예측하고 관리하는데, 데이터가 인간 실상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5장에서는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가 개인정보 수집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방역과 프라이버시의 균형점에 관한 생각을 전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적 해법도 언론정보학 관점에서 살펴본다.

6장에서는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가 코로나가 한국 사회에 불평등 해소라는 도전적 과제를 남겼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피해 복구와 불평등 확산을 막기 위해 이전보다 정부의 지출이 더 커지며, 이러한 전환이 갖는 의미에 대해 짚는다.

7장에서는 정치외교학부 조동준 교수가 쉴 새 없이 확대된 세계화가 팬데믹의 근본적인 배경임을 지목하며 향후 국제 정세를 조망한다. 과거 영국 패권의 쇠퇴가 지구화의 퇴조로 이어졌듯, 미국의 퇴조가 지구화의 퇴조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코로나가 이를 가속했다고 본다.

7명의 석학은 뉴노멀의 정착은 ‘우리 사회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이제껏 누구도 가본 적이 없기에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해 가는 자만이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세븐 웨이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이들에게 나침판이 되어줄 만한 책이다.

세븐 웨이브=홍석철 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316쪽/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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